인지중재치료‧항체치료제 개발로 치매 치료 패러다임 전환
경도인지장애 진단코드에 대한 예외 규정‧G코드 마련도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남재륜 기자]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치매 위험성이 높은 환자군을 선별해 치매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최호진 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최호진 교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종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3일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정책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최호진 교수는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치매 위험도가 높은 이들을 중심으로 질환의 진단과 증상 관리라는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개입을 통해 치매 발생을 줄이고 근본적인 치매 대책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가 되기 바로 전단계로 지인들에게는 인지 장애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아직 치매라고 볼 수 없는 단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도인지장애가 경증 질환이 아니며 중증화를 막을 수 있는 치료 적기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뿐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도 급증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016년 196만명이었으나 2021년 254만명으로 늘어났다.

최호진 교수는 ”그동안 경도인지장애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이므로 의료적 개입이 검진 수준에 머물렀고, 환자들에게도 자발적인 추적 검사를 안내해왔다“며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에서 치매 위험성이 높고 치료가 가능한 환자군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치매 전단계 경도인지장애 환자 선별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인지중재치료, 항체치료제가 개발되며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만큼 치료 대상환자 선별이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br>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는 “2세대 항체치료제가 개발됐다. 이러한 신약들은 향후 수년 내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까지의 건강보험 적용과 의료전달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약물치료에서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의 치료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이러한 경도인지장애 약물치료의 대상이 되는 적절한 환자선별을 위한 아밀로이드 및 영상검사 역할도 주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향과 관련해 최호진 교수는 “현재 경도인지장애 진단코드가 F067으로 돼 있으며 정신과 질환 코드에 속해 있어 실비 보험 등에서 충분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예외 규정 마련 혹은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같이 공유되는 G코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근 주목받는 항체 신약들은 대부분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치매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항체치료제의 주요 치료대상군인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는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치매 신약 개발과 연관된 제도는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호진 교수는 “치매 신약의 임상 활용을 위해서는 비용, 효과, 검사비 등 제약 조건이 많다”며 “향후 2~3년 내에 치매 신약의 활용이 가능한 유일한 국가가 대한민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빠른 시장 진입을 터주고 후속 연구에 대한 간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치매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찬녕 교수는 ”인지중재치료 및 항체 치료제 적용을 위해 국내표준화, 진료지침, 적절한 보험정책 등을 마련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기존의 치매 환자 전달 체계에 대한 논의도 고민해봐야 하며, 치매안심센터 역할의 변화도 요구된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국민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찬녕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 ‘경도인지장애’ 용어에 대해 10명 중 6명(58%)이 들어본 적 없다고 답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로 진행을 지연하는 약물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