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방식 경직, 혁신-변화 빠른 현대 의료기술 SW 효과 평가 불가…새 입법 조치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의료기술에 접목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분야의 시장이 확장되며 동시에 허가 건수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학습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기술이 점점 더 복잡해지며 진화하고 있고 FDA를 비롯한 미국 규제 당국이 이에 맞춤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해외시장리포트를 통해 FDA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만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가능 의료기기의 허가, 승인이 91건에 달해 의료기기 부문에서 AI/ML 기술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별 FDA AI·머신러닝 의료기기 허가, 승인 건수(2022년은 10월 기준, KOTRA 달라스 무역관 정리)<br>
연별 FDA AI·머신러닝 의료기기 허가, 승인 건수(2022년은 10월 기준, KOTRA 달라스 무역관 정리)

올해 FDA 허가를 받은 관련 의료기기로는 심방세동 이력 기능이 있는 애플의 스마트 워치, 훼손된 폐를 감지하고 분류하기 위해 X선 검사를 분석하는 Aidoc Medical사의 제품 등 기본적인 알고리즘에서부터 복잡한 기계학습 도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되고 있다.

FDA가 허가한 AI·머신러닝 의료기기 521건 중 75%는 방사선과, 11%는 심혈관과 관련 기기였다. 이는 이미징 및 심전도로부터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FDA 검토를 거친 의료기기 중 대다수는 510(k) 허가를 받았는데, 이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장치와 실질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한 임상 시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AI·머신러닝 의료기기의 96%가 510(k) 허가를 받은 반면,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판 전 승인(PMA)을 받은 의료기기는 3개에 불과하다.

또한 AI·머신러닝 의료기기 18건은 실질적 동등성을 가진 의료기기를 지정할 수 없지만, 고위험도가 아닌 경우에 적용되는 드 노보(De novo Clearance) 허가를 받았다.

선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GE헬스케어는 AI·머신러닝 의료기기 42개에 대한 FDA 허가를 받았으며 대부분은 방사선 관련기기였다. 예시로 MRI 영상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이미지 재구성 알고리즘, 임상의가 폐 이상 상태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는 알고리즘 등이 있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경우 CT 스캔에서 석회화된 관상동맥 병변의 빠른 정량화와 정확한 시각화를 돕는 기능 등 총 29개 의료기기에 허가를 받은 바 있다.

기업별 FDA AI·머신러닝 의료기기 허가 건수(KOTRA 달라스 무역관 정리)

현재 FDA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라고 할지라도 주요 변화가 있다면 재차 허가가 요구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알고리즘은 시장에 도입된 뒤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AI·머신러닝 의료기기의 핵심은 알고리즘이고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FDA는 이러한 유형의 기기를 규제하는 방법을 현대화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는데, 소프트웨어 사전 인증 파일럿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혁신적 기술을 육성함과 동시에 공공 보건을 보호 및 증진하려는 FDA의 임무를 진전시키기 위해 실행됐다.

결과 보고서는 현재 FDA의 의료기기 규제 접근방식이 비실용적이고 지나치게 경직돼 있기 때문에 혁신과 변화의 주기가 빠른 현대 의료기술 소프트웨어 장치의 안전성과 효과를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FDA는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기기 기술에 대한 기관의 규제가 새로운 연방 입법 조치로 개선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지 도입은 초기단계,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진출 필요

한편 현지 의료기관에서 AI·머신러닝 의료기기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는 병원마다 상이한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건강 기록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사용해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다른 병원이나 의료 시스템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두 병원이 동일한 전자 건강 기록시스템을 사용하더라고 시스템 설정 방법의 차이로 인해 같은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코트라는 “2021년 미국 헬스케어 정보 및 관리 시스템협회(HIMSS)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병원 또는 의료기관에 AI/ML 도입 정도에 대해 묻는 질문에 24%가 아직 파일럿 단계이며, 본격적 도입 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답했고 23%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며, 22%는 초기 단계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의 멘트를 인용해 “비용 부담 등의 문제로 다소 지연된 것으로 생각되지만 진단 정확도, 치료효과, 의사 결정, 모니터링 효율성 개선 등을 기대할 수 있는 AI 의료기기 도입은 지속될 것”이라며 “아직은 도입이 다소 초기 단계인 것을 감안할 때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도 미국 시장에서 기회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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