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원 <br>KRPIA 대외협력&amp;커뮤니케이션팀 본부장
신지원
KRPIA 대외협력&커뮤니케이션팀 본부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이제 곧 한 해를 결산하는 연말 시상식 시기가 다가온다. 올해 가장 큰 인기를 끈 K-콘텐츠는 단연 전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아닐까 싶다. 비록 드라마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질환과 환자에 대해서 새롭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사회에서 다소 부정적이고, ‘이상하다’고 인식되었던 특정 질환의 환자를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 속에서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겪는 평범하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따뜻한 시선과 인식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이런 변화가 특히 반가운 이유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여전히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10여년 전, 암과 암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조사 연구에서 답변자의 56%가 ‘암환자는 치료 후 건강이 회복되더라도 직장에서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답변해 안타까운 사회 인식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또한, 지난해 암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도 암환자의 4명 중 1명은 암진단 후 직장을 잃었으며, 20% 이상이 고용주나 동료 또는 이웃들로부터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어, 여전히 환자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혁신 치료제의 개발과 도입으로 암생존자(5년이상 생존) 170만명 이상 시대에서 살고 있고, 암환자 또는 암경험자가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암 환자들이 여전히 자신의 ‘암밍아웃’(암환자임을 밝히는)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 편견과 오해는 비단 암환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아토피, 피부질환으로 알고 있는 ‘건선 환자’의 경우에도 외관상 전염병으로 오해받는 일이 빈번해 수영장 등 공공장소 출입제약은 물론, 취업과 직장생활에 업무배정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고 실직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한, 뇌전증 환자들의 경우 약 3분의 2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발작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그 중 일부는 완치될 수 있음에도, 발작 증상으로 인한 낙인과 편견 때문에 교육, 취업,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에 많은 차별과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질환은 달라도 이들 모두 ‘환자’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어떤 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환자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회인이자 이웃으로 배려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은 앞으로 아이들 세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와 공공소통연구소에서는 환자에 대한 편견과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 ‘어느날 뜬구름’을 런칭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며,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취지에서 제작된 ‘어느날 뜬구름’ 온라인 플랫폼(www.patientcloud.or.kr)에는 현재 총 10개의 환자단체와 비영리 단체(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한국HIV/AIDS 감염인연합회, 러브포원(HIV 환자 자립 지원), 대한파킨슨병협회, 한국폼페병환우회, 한국폐암환우회, 한국청년암협회 또봄, 단체박피디와 황배우(암환자 사회복귀 지원), 윤슬케어(암투병환경 개선))가 참여해 다양한 환자들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다.

잦은 병원 방문으로 대학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해 졸업을 걱정하는 희귀난치병 20대 환자부터, 생후 100일도 안 된 아이에게 내려진 소아당뇨 판정 이후 가족이 겪는 어려움과 사회적 시선이 힘겨운 환자, 암 투병 후 사회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 그리고 불치병 판정을 받고도 지혜롭게 극복해가는 환자의 경험 등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우리 가족과 주위의 이웃 그리고 내 자신이기도 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질환을 막론하고, 우리 일상에서 좀 더 ‘환자’들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일 때 ‘환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따뜻한 시선과 인식의 변화가 하나씩 선행될 때, 그에 발맞춰 환자를 위한 제도적 변화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환자들이 더 이상 자신의 병을 숨기거나 차별받지 않는 건강한 사회에서 평범한 일원으로 치료받고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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