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관리 체계 필요성 공감 불구 분류모호성 · 건보재정성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국회에서 ‘의료용식품법’ 제정과 급여적용 논의가 예고된 가운데, 정부와 대다수 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이 최근 공개한 ‘의료용식품에 관한 법률안’과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법안 2건은 지난 7일 국회 복지위가 전체회의에 상정한 법안으로, 의료용식품법(제정안)은 환자가 섭취하는 의료용식품을 별도 체계(의료용식품/전문의료용식품)로 관리해 안전성과 품질관리를 도모하는 내용이며, 건보법 개정안은 의료용식품 중 의사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료용식품을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포함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제정안에서는 의료용식품 판매관리인으로 의사, 약사, 영양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했다.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은 제정안 마련에 대해 “의료용식품의 안전성과 품질관리를 제고하고, 증가하는 의료용식품 수요에 대응해 양질의 시장형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사한 사례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제품 품 품질과 안전성을 제고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축적으로 안정적 시장 형성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규제 신설의 필요성과 이로 인한 영업자의 부담 증가에 관한 관련 업계의 의견, 별도 법률 제정보다는 현행법 체계내에서 안전관리와 품질관리의 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 의료용식품은 식품의 한 유형이므로 식품 분류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 등 관련 업계 및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심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건보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전문의료용식품을 장기간 이용하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전문의료용식품 대신 급여 의약품을 처방하는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를 급여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급여 추가에 따른 재정소요와 안전성·유효성·부작용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제정안·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제출된 관련 기관 및 단체의견에서는 한의사협회를 제외한 모든 부처와 단체가 ‘신중검토’ 입장을 냈다.

제정안 검토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자에게 적용되는 의료용식품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 관리체계 마련 필요에 동의한다”면서도 “소비자단체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이 현재 식품위생법으로 충분히 관리되고 있어 별도 법률제정이 반드시 필요한지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고, 업계는 규제 수준이 현행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식약처는 “소비자, 업계,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충분히 소통해 의료용식품의 합리적인 관리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은 특별한 식이요법을 필요로하는 환자를 위한 식품임에도 의약학적 관점에서 제정된 법으로 해석되며, 의료감독하에 섭취하거나 의사 처방전을 요하는 경우로 제한하면 산업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미 관련 산업은 특수의료식품으로 분류돼 관리되는데 정의가 유사해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으면 산업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료용식품은 의약품과 식품 중간에서 중첩되는 위치에 있는데, 제정법으로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별도법 제정보다 현행법 체계 내 환자식 안전관리와 품질관리 개선을 강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대한영양사협회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은 환자용식품 유형의 세분화와 제품 특성에 따라 표준형과 맞춤형 영양조제식품으로 재분류하고,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환자용 식품 개발·공급 기반과 맞춤 관리체계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추가 법률안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제정법 내 업무영역과 관련해서는 “약사의 업무와 임상영양사 업무가 명확히 구분돼 있고, 현재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임상영양사의 업무영역”이라며 “제정안에서 의료용식품 판매관리인 자격에 약사를 포함하고 있어 직역 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의료용식품은 식품일 뿐 전문의약품이 아니므로 식품 분류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법이 제정되면 기존 식품으로 판매되던 의료용식품에 대한 판매관리인을 선임하고 의료용식품판매업자에게는 신고의무를 부여하며, 위생교육 등 의무를 부과해 시장 경쟁을 위축해 소비자 구매 제품 범위가 축소돼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유일하게 수정의견을 내며 “한의의료기관에서도 한의사 처방으로 입원환자에 대해 의료용식품을 제공하고 섭취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전문의료용식품 정의, 판매관리인 자격, 전문의료용식품 처방주체에 한의사 명시가 필요하다”며 “의료용식품심의위원회 위원 구성에도 한의사 직역을 포함해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건보법 개정안 검토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의료용식품을 장기관 섭취하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과 건보 적용 의약품에 해당하는 제품(경장영양제) 처방사례가 적정히 관리돼야한다는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입원 환자 식대에 급여를 실시하고 있어 식대 급여 범위 내 의료용식품류를 포함할지 여부, 급여추가에 따른 재정 소요 등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검토 입장을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전문의료용식품의 주 소비층으로서 고령자 및 중증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요양급여로 실시할 경우 보험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급여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의사협회는 “우선순위도 아닌 전문의료용식품을 급여화하면 건보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비용을 증가시키는 등 별도법으로 의료용식품을 관리하고 급여화하는 것이 사회적 편익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보다 많은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영양사협회도 “건보 적용을 통한 환자 경제적 부담 완화라는 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의료용식품은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이미 제도화돼 있고, 입원 환자의 경우에도 경관영양유동식 항목으로 건보를 적용하고 있어 현행법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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