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보구녀관장, 보구녀관 135주년 기념 인터뷰

[의학신문·일간보사=남재륜 기자] “한국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녀관의 정신을 계승해 이화의료원이 세계 최고의 여성전문병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영주 보구녀관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나 “여성친화적인 암병원과 여성전문병원이 이화의료원의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보구녀관의 정신을 계승해 여성중심의 진료를 이어가고 연구중심병원으로도 도약할 예정”이라며 “팸테크 등 조산을 예방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도 산업적으로 활성화해 하락했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영주 보구녀관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국내 최초 여성 전문 병원인 보구녀관은 이화의료원의 전신이다. 지난 1887년 10월 여성들을 위해 미국 의료 선교사였던 윌리엄 스크랜튼 등이 서울 정동 일대에 여성 전문 병원을 설립한 것이 시초다.

'여성을 널리 구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보구녀관'이라는 이름은 고종이 직접 하사했다. 보구녀관은 릴리안해리스 기념병원, 동대문부인병원, 이대동대문병원으로 이어져 현재의 이화의료원(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으로 계승됐다.

이화의료원은 올해 보구녀관 설립 135주년을 맞아 역사 책자인 '사진으로 보는 이화의료원 135년사'를 오는 12월 발간할 예정이다. 책 편찬을 위해 지난해부터 김영주 보구녀관장을 비롯해 유경하 이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이자형 이화여대 간호대 명예교수, 임선영 이화의대 동창회 수석부회장 등이 TF로 구성돼 매주 1차례 이상 국내외 역사 자료를 수집해 연구해왔다.

김영주 보구녀관장은 “135주년을 맞게 되는 올해는 매우 뜻깊은 해”라며 “이를 위해 1년 전부터 TF팀과 미국 감리교의 여성해외선교부로부터 받았던 자료와 의료 관련된 여러 책들에서 공부하고 정리해 이번 책자를 완성하게 됐다. 볼드윈진료소가 진료를 시작한 크리스마스 시기에 책자를 발간하고 출간 관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주 보구녀관장은 대중모금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2021년부터 ‘88 기적모금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는 “2년 전 이화의료원 사회공헌부장을 역임했을 때 시작했던 프로젝트다. 루신다 볼드윈 여사의 88달러 기부를 바탕으로 보구녀관이 탄생된 것에 착안해 진행하게 됐다. 1구좌에 8만8000원으로 참여할 수 있고, 기부자는 후원 구좌수를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여성암병원 확장‧팸테크 심포지엄 진행 등 세계 최고 여성전문병원 도약 박차

이화의료원은 보구녀관의 뿌리를 바탕으로 여성친화적인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여성전문병원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이대목동병원은 올해 기존 이대여성암병원을 확장하는 등 본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했다.

김영주 관장은 “이대여성암병원은 여성 전문 암병원으로 특화돼 현재 개원한지 10년 이상 됐다”며 “올해 별관 MCC 4층에만 있었던 암병원을 5층까지 확장하고 유방외과 안세현 교수를 영입했다. 또한 로봇수술 기계도 서울병원, 목동병원 양쪽에 도입하고, 여성을 위한 부인종양센터도 활성화하는 등 여성전문병원으로서의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성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팸테크’도 김영주 관장의 또다른 관심사다. “여성 친화적 기업들과 여성 중심의 진료나 사업을 시도하고자 최근 심포지엄도 진행했다. 팸테크를 키워드로 여성전문병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관장은 이화의료원의 연구중심병원 전환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현재 의료기술협력단과 연구중심병원 준비 TF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연구 분야에서 기업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병원과 기업 간 연결하는 고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산 예방 위한 혁신적 연구에 매진…임산부 원격 진료‧임산부 감염병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

조산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인 김영주 관장은 조산율을 낮추기 위해 진행해온 연구 업적도 눈부시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조산 위험이 있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조산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게스테론 사용에 있어 근육 주사와 질 투여 효과를 비교 평가한 다기관 연구인 ‘빅토리아 연구’로 제13회 한독여의사학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조산과 관련돼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조산의 징후가 있는 임산부가 집에서 태아 심박동, 자궁 수중 모니터링을 통해 의사가 원격으로 컨설팅을 할 수 있는 디지털 테라피를 준비 중”이라며 “또한 조산의 40~50%가 감염과 관련이 있는 만큼, 임산부 감염병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도 최근 시작해 후학들의 연구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산모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조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염이 되지 않게 미리 검사를 진행해 치료가 끝난 후 준비된 상태에서 임신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밝혔다.

조산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적인 방향에 관련해선 “조산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저체중아와 미숙아가 태어나는 것인데 현재 소아과 의사가 전국적으로 매우 부족하다”며 “소아과를 뒷받침해야 조산아를 잘 치료할 수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구녀관은 상설 운영되고 있으며 관람은 평일 10시부터 4시까지 가능하다.

김영주 관장은 보구녀관을 찾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이화의료원의 전신인 보구녀관이 135년간 꾸준히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처럼, 이화의료원도 이러한 장점들을 잘 살려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계속 지켜봐주시고 응원해달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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