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BiTE 플랫폼으로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에서 혁신 주도
연령,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재발·불응성 환자에서 우수한 유효성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매우 빠르고 공격적인 진행양상을 보일 뿐만 아니라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완전관해에 도달해도 재발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발한 환자들은 5년 생존율은 7%에 불과했으며, 재발이 반복될수록 치료 예후가 불량했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백혈병 세포를 제거해 이전의 정상 혈액수치를 회복한 상태인 ‘관해’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한다.

이를 위해서는 약물 치료 요법을 사용하는데, 과거에 주로 사용됐던 항암화학요법은 단 몇 차례만으로 장기간 관해 유지가 어렵고, 반복해서 사용할 경우 과도한 독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처럼 높은 재발율과 불량한 치료 예후로 이어질 수 있는 항암화학요법만이 주된 치료 옵션이었던 제한적인 치료 환경은, 2015년 암젠의 ‘블린사이토’가 출시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블린사이토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이중항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항체를 하나의 분자 내에 조합해서 만든 것으로, 두 가지 항원에 동시 결합한다.

이중에서도 강력한 항암효과를 보이도록 디자인된 개념이 바로 T세포 결합체로 T세포 결합체는 한쪽은 면역세포인 T세포에, 다른 한쪽은 암 세포의 항원을 타깃으로 하여 디자인되어, 면역세포와 암 세포를 연결함으로써 항암효과를 높인다.

암젠은 세계 최초로 이중특이성 T세포 결합체(Bispecific T-cell Engager, BiTE) 플랫폼을 개발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중 블린사이토가 BiTE 플랫폼으로 개발된 최초의 치료제이며, 이외에도 암젠은 BiTE 플랫폼을 통해 B세포성숙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 CD33, DLL3(Delta-Like Ligand 3) 등을 타깃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블린사이토는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서 흔히 발현되는 백혈병 세포의 항원(CD19)과면역 T세포 표면항원을 동시에 연결하고 두 항원 사이에 시냅스를 형성한다. 이 시냅스는 T세포를 활성화시켜 환자가 보유한 고유의 면역 시스템을 통해 백혈병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BiTE 플랫폼을 통해 블린사이토는 백혈병 세포 자체를 사멸시켜 유전학적 변이 등의 위험 요인과 크게 관계없이 효과를 보이며, 다른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매우 적은 농도로도 세포 사멸이 가능하다. 또한 블린사이토에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들어있지 않고 이식과 관련한 독성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토대로, 블린사이토는 2014년 미국 FDA에서 이중항체 가운데 최초로 허가를 획득했으며, 2015년 국내에서도 필라델피아 염색체 음성인 성인 재발·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치료에 허가됐다.

이후 소아 환자와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환자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폭넓은 재발·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 스펙트럼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국내 허가된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제 중 유일하게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했다.

현재 블린사이토는 성인 및 소아, 필라델피아 염색체 유무와 관계없이 재발·불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또다른 적응증인 미세잔존질환 양성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 대해서는 지난 8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됐으며, 이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과거 난치의 영역으로 여겨질 만큼 제한적이었던 치료 환경에서 항암화학요법의 한계를 뛰어넘은 블린사이토가 등장하면서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에도 새로운 길이 열렸다.

연령이나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재발·불응성 환자에서 우수한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미세잔존질환 치료를 통해 사전에 재발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키워드

#암젠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