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위 카메라 개발, 내시경 기술 통해 소화기 암 진단 비약적 발전 도모
395만장 대장내시경 영상 학습 AI시스템 엔도브레인 아이, 정확성 향상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올해 8월 말 올림푸스는 현미경, 산업내시경 등 이미징·계측·측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회사 ‘에비던트(EVIDENT)’를 약 4조 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올림푸스가 헬스케어 사업에만 온전히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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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림푸스는 회계연도 2022년 기준 총 8689억 엔(약 8조 3808억 원)의 연간 글로벌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 중 의료 사업의 매출이 약 84.8%(약 7371억 엔)를 차지했다. 올림푸스는 2020년 말 카메라사업을 종료했으며 이번 발표대로 내년 1월 에비던트 매각을 완료하면 의료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올림푸스는 2019년 글로벌 메드테크 기업(Medtech company)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인류의 삶을 더 건강하고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든다’는 존재의의를 표방하면서, 매년 매출 약 11%를 R&D에 순환 투자하는 등 의료사업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림푸스는 지난 70년간 내시경 기술발전을 선도해왔으며, 현재 글로벌 소화기 내시경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내시경 상용화의 출발점이 된 세계 최초의 위 카메라도 올림푸스가 개발한 것이다.

위 카메라부터 비디오 내시경까지 진화, 직접 눈으로 암 진단에 치료까지

1949년 일본 도쿄대병원의 젊은 의사 ‘우지 다쓰로’씨는 죽어가는 위암 환자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위암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었다. 그러던 중 올림푸스의 카메라 기술자 ‘스기우라 무쓰오’씨를 만나게 됐다.

둘은 이듬해 1950년 염화비닐호스에 소형 카메라를 넣어 만든 ‘위 카메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인체에 직접 카메라를 넣어 위장 내부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세계 최초의 위 카메라였다. 위암 진단의 패러다임이 바뀐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1950년 완성된 올림푸스 ‘위 카메라’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몸속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꺼내 필름을 현상하여 관찰하는 방식이라 실시간으로 뱃속을 볼 수 없었다. 더욱 빠른 진단을 위해 의사들은 실시간으로 환자 몸 속을 보고 싶어했다. 이에 올림푸스는 1964년, 구부러져도 빛을 전달할 수 있는 유리 섬유를 이용한 ‘파이버 스코프(fiber scope, 섬유 내시경)’을 발표했다.

섬유 내시경은 직경이 8미크론으로 머리카락의 10분의 1인 극세 유리 섬유를 수 만개 묶고 이미지를 광학적으로 보내는 원리이다. 내시경 본체가 유연하게 구부러지고 의사의 눈으로 체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진단 영역도 식도, 십이지장, 대장 등으로 크게 넓어졌다. 다만 렌즈가 달린 한쪽 끝을 환자 몸속에 넣고, 바깥에 나와 있는 다른 한쪽 끝에 의사가 눈을 대고 관찰하는 방식이라 한 명의 의사밖에는 볼 수 없는 구조였다.

이후 1980년대 후반 전하결합소자인 CCD(Charge Coupled Device)를 사용한 ‘비디오 스코프(video scope) 내시경’이 발표됐다. 비디오 스코프 내시경의 렌즈는 환자의 몸속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TV 화면에 띄워 여러 명의 의료진이 함께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진단의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한편 올림푸스 내시경의 경쟁력 중 하나인 NBI(Narrow Band Imaging, 협대역 화상 강화) 기술은 올림푸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이미징 기술이다. 내시경 진단 시 병변을 더욱 뚜렷하게 보이도록 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청색광과 녹색광을 사용해 점막 표면의 모세혈관 형태 및 미세병변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NBI 기술<br>
청색광과 녹색광을 사용해 점막 표면의 모세혈관 형태 및 미세병변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관찰하는 NBI 기술

NBI는 일반적인 백색광이 아니라 혈액에 강하게 흡수되는 청색광과 녹색광을 사용해 점막 표면의 모세혈관 형태 및 미세병변을 보다 정밀하고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원리가 적용됐다. 이러한 기술은 암의 조기 발견은 물론,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도 종양 주변부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지원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올림푸스는 내시경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병변을 자르고 지혈할 수 있는 1000여개의 처치구를 제공해 병변의 진단을 넘어 치료까지 가능케 한다.

실제로 내시경으로 인해 조기진단이 가능해지며 암 환자의 비율은 비약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에 의하면 사망 원인 중 위암의 비율은 지난 30년 간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의 요인으로 내시경 검사 보급에 따라 암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진 것을 들 수 있다.

AI 기술 접목된 엔도브레인 아이 출시, 대장내시경 검사 의료진 진단 보조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해온 올림푸스 내시경 기술은 이제 AI를 접목해 의료진의 진단을 더욱 정확하게 돕는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올해 3월 올림푸스는 자사 제품 중 최초로 AI 기술이 적용된 대장내시경 검사 보조 AI시스템 ‘엔도브레인 아이(EndoBRAIN-EYE)’를 한국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엔도브레인 아이는 딥 러닝을 토대로 약 395만 장의 대장내시경 영상을 AI에게 학습시켜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의료진이 병변에 대한 진단을 내릴 때 이를 보조하는 소프트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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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최된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엔도브레인 아이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대장내시경 검사 중 이상부위(함몰, 융기, 평탄 등)가 발견되면 알림 소리와 이상부위 주변에 색이 표시되어 의료진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이상부위를 진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리이다. 이러한 진단의 정확성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임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민감도(용종이나 암과 같은 잠재적 병변을 변병으로 발견하는 비율) 98%, 특이도(변병이 아닌 부분을 아니라고 판단하는 비율) 93.7%로 병변을 정확하게 검출한 것으로 나타나 내시경 검사를 지원하는 데 충분한 정확도를 확보했다.

엔도브레인 아이는 올림푸스의 소화기내시경 시스템 에비스 루세라 엘리트(EVIS LUSCERA ELITE)와 엑세라III(EXERA III) 모델에 사용 가능하다. 따라서 이미 해당 시스템을 사용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의료 시설은 본 제품만 설치하면 대장내시경 검사 시 간편하게 AI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올림푸스한국 박인제 사업총괄부문 영업&마케팅 본부장은 “올림푸스의 내시경의 발전은 환자들을 사랑하고 끝까지 생명을 지키고자 했던 한 의사의 숭고한 정신에서 시작됐다”며 “올림푸스는 이러한 초심을 잊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소화기내시경 기술을 개발하고 R&D에 재투자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소화기내시경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접목된 소화기내시경 시스템은 새로운 암 진단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임상 현장에 엔도브레인 아이 등 다양한 옵션이 도입돼 많은 의료진들이 암을 발견, 궁극적으로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3D 복강경 플렉시블 스코프 제품 라인업 보유, 최소침습 수술 분야도 주력

내시경과 더불어 올림푸스의 또 다른 주력 분야는 복강경 시스템이다. 이는 외과수술 분야에서 복부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기구를 넣어 들여다보며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개복·개흉 수술과 달리 작은 구멍 몇 개만 뚫고 수술도구를 넣어 진행하는 복강경수술에서 복강경은 의사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개복 수술의 경우 5~20㎝ 내외의 흉터를 남기지만 복강경은 보통 3~4곳 정도에 1㎝ 내외만 절개를 하면 되기 때문에 개복 수술에 비해 균이 옮아 곪는 창상 감염 등의 합병증의 위험이 덜하고, 수술 후 생기는 통증도 적다. 회복이 빨라 입원 일수도 짧은 덕분에 빠르게 보편화 되는 추세다.

특히 기존 2D 복강경과 달리 올림푸스의 3D 복강경은 환자의 뱃 속을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안전하고 정확한 수술을 돕고 수술 시간을 단축해 복강경수술의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올림푸스 3D 복강경 플렉시블 스코프 LTF-S300-10-3D ENDOEYE FLEX<br>
올림푸스 3D 복강경 플렉시블 스코프 LTF-S300-10-3D ENDOEYE FLEX

올림푸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코프 팁(복강경 끝 구부러진 부분)이 상·하·좌·우, 대각선으로 구부러지는 3D 복강경 플렉시블 스코프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최신 제품의 경우 조작부에 조이스틱을 도입해 의료진이 스코프 팁을 직관적으로 조작해 다양한 각도에서 자유롭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일반적인 일자형 복강경으로는 보기 힘든 장기 뒤쪽까지 관찰이 가능하다.

한편 3D 복강경 플렉시블 스코프는 간담췌외과, 위장관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복강경 수술이 필요한 모든 진료과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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