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철<br>한국보건의료정책연구소 이사<br>&lt;제주한국병원 흉부외과장, 의사평론가&gt;
송우철
한국보건의료정책연구소 이사
<제주한국병원 흉부외과장,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어느 택시 기사가 장례식장으로 데려다 달라는 여성 승객을 태우고 달리다 백 미러로 뒤를 보니 아무도 없었다는 식의 도시 괴담이 있다. 괴담(怪談)의 대부분은 지어낸 이야기이거나 허튼 소리일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괴담이 거짓말이라는 건 아니다. 일부 괴담은 훗날 사실로 밝혀 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 괴담은 괴이하거나 무서운 이야기일 뿐 사실 여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괴담의 효과는 사실 여부가 아니라, 이야기의 중요도와 증거의 모호성에 비례해 파급력이 커진다. , 그 시대의 이슈일수록,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수록 괴담은 폭넓게 퍼져 나가고, 더욱 더 사실로 포장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도 괴담의 떡밥들이 존재한다.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굳이 그 증거를 찾아보지 않으려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믿으려고 해서 만들어진 괴담도 있다. 이를테면, 분만 사고가 생겼을 때 의사나 병원에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배상하며 이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이라고 하는데, 이 보상액이 억대에 이르고 이 무과실 보상금의 30%를 분만한 의료기관이나 의사가 직접 내야 한다는 괴담이 있다. 법을 모르거나 잘못 이해하는 이들이 갖는 모호성이 이런 괴담을 만들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계에서 주요한 이슈였으므로, 이 괴담의 파급 효과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사실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한 그 의료기관이 보상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분만 기관에 미리 내 조성한 보상 재원에서 지불되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규모는 케이스에 따라 1천만원에서 3천만원에 그칠 뿐이다.

명백한 자료가 있음에도 루머로 확산되는 괴담은 또 있다. 바로 의료 수가의 원가 보존율은 70%에 그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괴담은 지어낸 이야기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어낸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백한 사실도 아니다.

원가보존율 70%’ 이야기의 배경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은 심평원의 상대가치점수연구 개발단에 상대가치점수 개정 연구 용역을 주었다. 상대가치점수란, 각각의 의료 행위에 점수를 매긴 것이다. 그 근거는 각 행위의 의사 업무량, 위험도, 진료비용의 상대 가치 등이다. 의료행위에 점수가 매겨지면, 여기에 환산 지수를 곱한 결과가 행위의 가격 즉, 의료수가이다. 의료계가 해마다 건강보험공단과 벌이는 수가 계약은 바로 환산 지수의 인상율을 정하는 것이다.

상대가치 점수는 개정하지 않을 경우 고정되며, 모든 상대가치 점수의 합은 변동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험자와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이를 상대가치점수 총점 고정의 원칙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새로운 의료 기술이 급여로 결정되면 여기에도 상대가치 점수가 배정되어야 하는데, 이때는 다른 행위의 점수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많아 늘 정부, 보험자와 의료공급자 간의 쟁점이 야기되는 사항이다.

아무튼, 상대가치점수를 매기려면, 진료비용의 원가를 알아야 한다. 의료행위의 원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의료기관의 원가는 제조업 공장에서 계산하듯 쉽게 파악될 수 없으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의료인력의 노무비 수준이 기관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조사 당시에도 단지 8개 병원으로부터 원가 자료를 요구했으나 실제 응한 건 5개 대학병원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를 토대로 행위 별 원가를 계산했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지방 중소병원의 전문의 급여 수준을 동일하게 계산했다는 얘기이다.

3년간 조사해 나온 결론은 급여 행위는 들어간 비용에 비해 수입이 적고, 비급여 행위는 들어간 비용에 비해 수입이 큰 것으로 나타나, 결국 급여에서 모자라는 비용을 비급여로 보충하고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었는데, 그나마 급여행위는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을 심평원이 직접 인정한 사례라고 위안(?) 삼을 수 있다.

이 연구의 자료를 보면, 각 과의 원가보존율은 소아과는 34.2%, 성형외과 84.5%, 신경외과 111.3%, 외과 100.3% 응급의학과 92% 흉부외과는 139.6% 이었다. 이걸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아무튼 이때, 의과의 평균이 73.9% 였다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의료계의 원가보존율은 73%에 불과하다는 루머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괴담이라고 하는 건, 조사 시기 즉, 2003~2006년의 경제 상황이나 수가를 지금과 같다 볼 수 없고, 무엇보다 병원의 원가 자료에 신빙성이 없기 때문이다. 16년 전 짜장면이 3천원이었다고 지금도 짜장면은 3천원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 상대가치연구단의 원가 산정 방식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보통 원가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를 합한 금액이다. 각각의 항목에는 직접 비용과 간접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제조업의 경우, 만들어 놓고 판매되지 않은 재고품에 비용도 제품 원가에 포함해 산정한다. 이를 기초재공품재고액, 혹은 기말재공품재고액이라고 한다. 의료서비스와 같은 경우, 응급 상황을 대비하여 미리 뽑아 놓고 대기시키는 의료 인력도 있을 수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 판매되지 못한 재고품처럼, 필수의료인력을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불현듯 발생하는 응급 필수의료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인력에 대한 노무비도 원가에 반영되었을까? 아니다. 노무비 원가 계산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언강생심일 뿐이다. 그러니 국내 최대병원도 응급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가 두 명 뿐인 것이다.

명백한 사실은 그게 얼마이든 급여 항목의 수가보전율은 원가의 10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뿐이다. , 스스로 인정했듯 비급여로 급여 적자분을 메꿔왔는데, 비급여 역시 규제하고 관행수가를 인정하지 않고 가격을 후려쳐 급여로 전환하여 의료기관의 목을 졸라왔다는 것이다. 이건 괴담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의료계 괴담의 백미는 의료민영화이다. 의료민영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2007년 마이클 무어가 발표한 다큐 Sicko 이다. 이 다큐는 당시 수면에 떠오른 한미 FTA와 맞물려 국내에서는 정치적 선동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 영화에는 손가락이 두개 잘린 환자의 손가락 접합 비용이 하나는 12천 달러, 다른 하나는 6만 달러라며 싼 가격의 손가락 하나만 수술했다는 매우 선동적이며 자극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실상 Sicko 는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비꼬기 위한 다큐인데 이 손가락 케이스는 의료보험 미 가입자의 케이스였다.

의료민영화 괴담은 2014년에 정점을 이루었는데, 당시 의료민영화 괴담이 소셜미디어를 뒤덮었다. 그 괴담의 내용은 앰블런스를 타고 병원에 가면 1,200 만원을 청구한다더라, 의료민영화가 되면 미국처럼 맹장 수술이 1,500만원, 제왕절개가 2,000만원에 이를 수 있다는 식의 글이었고, 이를 미국 의료민영화 실체라며 퍼져 나갔다.

복지부는 의료민영화 괴담이 밑도 끝도 없이 퍼지자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아야 했다. 당시에는 의료민영화 뿐 아니라 철도 민영화에 대한 괴담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철도 민영화에 대한 어떤 계획도 없었지만 말이다. 철도 민영화 괴담은 올해에도 퍼졌고 지난 6월에는 수천명이 반대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왜 이런 괴담이 퍼졌을까? 앞서 괴담은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주요 이슈와 증거의 모호성에 비례한다고 하였다. 민영화 괴담은 보수 정권이 들어설 때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이 사용하는 정권 흔들기용 프로파간다로 사용된다. 게다가 하지 않는 걸 하지 않는다고 증거를 내놓는 건 쉽지 않으니 괴담이 퍼지기 쉽다.

의료민영화란, 의료를 민간이 점유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모든 의료기관이 상법상 영리 법인이거나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이 아닌 민간보험이 주축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의료민영화의 대표적 국가로 미국을 꼽는다. 그러나, 2014년 기준 미국의 의료기관 중 영리 의료기관(for-profit)의 비율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나머지 80% 는 비영리 의료기관(non-for-profit)으로 이중 20%는 국공립병원이며, 60%는 민간 병원이다. 미국의 영리 의료기관 비율은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을 갖는 프랑스에 비해 월등히 적다. 프랑스의 민간 영리 의료기관의 비율은 37%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럼, 미국은 민간보험이 주축이므로 의료민영화 국가일까? 오바마케어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인 2015년 미국 센서스 자료를 보면, 미국인 중 민간보험 가입자는 전체 인구의 67.2% 이며, 정부 공보험인 Medicare (16.3%), Medicaid (19.6%), Military Healthcare(4.7%) 에 가입된 국민은 37.1%이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의료비 혜택을 받는다. 민간보험 가입자 중 55.7% 는 고용주가 보험료를 부담하며, 본인이 직접 보험료를 내는 인구비율은 16.3%에 불과하다. 이렇게 전체 국민의 90.9%가 어떤 형태든 보험으로 의료비를 커버 받으며, 보험이 없는 국민은 전체 국민의 9.1%이다. 오바마 케어는 사실상 이들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의료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도 모두 사실은 아니다. 미국은 정부가 의료 수가(가격)을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병원은 동일 진료행위에 얼마를 청구하든 병원 자유이다. 그러나, 의료비를 지불해야 할 정부나 보험회사는 병원이 청구한 금액을 모두 주지 않는다. 혈액검사에 720불이 청구되어도 실제 보험사가 지불하는 금액은 100불 내외, 환자는 15달러 정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시경 검사에 6천달러를 청구해도 보험사가 지불하는 건 1,200달러 내외, 본인부담은 50달러 미만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백신에 대한 괴담도 빼놓을 수 없다. 백신에 의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유사이래 부작용이 없는 백신은 없었고, 코로나 백신처럼 단기간 안에 수십억 명이 동시에 접종을 한 사례도 없었다. 그러나, 백신이 인간의 DNA를 바꾸고, 백신에 미확인 생명체가 있다고 하거나, 백신에 산화그래핀이 있으며, 이것이 5G 전자파와 연결되어 인류를 조정하고 백신에 마이크로 칩을 넣어 인류 인구수를 줄이려 한다고 주장하는 건, 선을 넘어도 지나치게 넘는다. 바야흐로, 괴담으로 미혹에 빠지기 쉬운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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