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진 학회 초대 회장, 우수 치료제 조기 도입…정책-보험 정부 파트너 노력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인턴기자] 희귀난치성 질환인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정밀의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학회를 중심으로 완치를 위해 다양한 학술과 정책 활동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내비쳐 눈길을 끈다.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초대 회장(사진,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폐동맥고혈압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아직 완치법이 없고 조절하는 수준이지만, 치료 표적물질을 발굴하면 완치의 길로 갈 수 있다”며 “심층표현형 연구를 통한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학회를 중심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폐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예후가 나쁜 중증질환이다. 특히 폐동맥고혈압의 경우 현재 완치 방법이 없지만, 치료 표적물질을 발굴해, 다중 오믹스를 이용하면 완치에 가깝게 관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여 년간 세계적으로 다양한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치료분야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최초로 등록사업을 시행하고, 2017년 폐고혈압연구회가 생기며 인식 개선과 조기 발견이 이뤄짐과 더불어 표적치료제의 병용 투여 등에 힘입어 5년 생존율 71.5%, 평균 생존기간 13.1년까지 향상됐다.

학회 전신인 폐고혈압연구회는 지난 2018년부터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원 심혈관질환과와 공동으로 한국인 폐고혈압 심층표현형 연구인 ‘PHOENIKS’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전국 26개 병원, 224명이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5년 생존율인 90%에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치다. 학회는 이 같은 차이의 원인으로 의료진의 관련 인식이 낮고, 아직 가장 효과가 우수한 치료제들의 도입이 늦어지고 있어 조기 발견과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정 회장도 “효과가 높은 필수적인 치료제 GSK의 ‘에포프로스테놀’도 27년 전에 개발돼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사용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이 약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아직도 사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약제의 국내 도입 시에 보험 재정을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으로 급여를 책정해 약제를 우선 들여오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학회에 따르면 폐고혈압은 새로운 다학제적 학문으로 심장학회·고혈압학회·소아심장학회 등 정부 파트너가 여럿인 상황에서 의견을 물어야 하지만, 정작 전문가의 의견이 전달되지 않아 심평원 정책에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폐고혈압학회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수 있도록 회원이 200명이 채 되지 않는 140명의 작은 규모로 서둘러 출범했다.

정 회장은 “치료를 통해 평균 폐동맥압을 정상 수준까지 낮추면 이론적으로 합병증과 우심실부전을 막아 정상인처럼 살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연 1억이 넘는 등의 비싼 고가의 약에 대해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요청했다.

또한 “관련 정책과 보험 부분에서 학회가 정부 파트너가 됐으면 한다”며 “특히 약제 도입은 정부가 학회와 상의를 통해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제 네트워크 형성, 바이오마커와 표적물질 탐색 질병 정복 도전

한편 학회 전신인 연구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과 함께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2019년 4월 동아시아폐고혈압학회를 공식 발족시켰다. 매해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전 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하는 동아시아인 특이 바이오마커와 표적물질 탐색을 통해 질병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정욱진 회장은 “동양인에게만 있는 RNF213 유전자가 폐동맥고혈압을 일으키는데 한‧중‧일 모두에서 발견된다”며 “치료제가 개발되면 현재 사망에 이르지 않게 수치를 정상으로 조절하는 것을 넘어서서 완치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다양한 연구, 학술활동 등을 토대로 환자마다 다른 특성 인자를 규명하고, 이에 맞는 정밀의료를 제공해 질환 극복에 다가설 것”이라며 “나아가 세계적으로 조기발견과 강력한 표적치료로 급변하는 폐고혈압 분야 진료지침 제정과 교과서를 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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