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전세계 의·약 연구개발(R&D) 투자를 살펴보면 혁신신약 개발에 수천조원의 R&D 투자를 하고 있다. 평균 10-15년, 3조원이 필요하고, 신약개발 과정상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위해서 임상 1상/2상/3상/4상 시험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약 1만개의 후보물질 중에서 1개가 신약으로 개발될 정도로 투자 위험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의 양적 부족과 질적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글로벌 신약 5개를 목표로 한다면 최소한 2000여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필요하지만, 임상 신약 파이프라인은 300여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존 물질이 타깃이고, 신규 타깃은 부족하다. 임상단계 뿐만 아니라 유효물질 도출과 후보물질 발굴 과정에서도 죽음의 계곡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신약개발사업재단에서 발표한 신약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유효 물질과 선도물질의 연구주체는 주로 대학이 많은 반면에, 비임상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는 연구주체는 기업이 대다수다. 기술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후보물질부터 임상 2상 시험단계의 R&D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주체는 모두 기업이다. 사업화 병목구간의 집중지원 프로그램은 계획되어 있지만, 글로벌 신약개발 자금 조성의 구체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부 주도의 일몰방식의 종자돈 지원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신약개발은 요원하다. 이제는 민간 주도의 신약개발 투자 방법론이 절실하다.

연구개발 단계가 진전될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신약개발의 특성상 임상 1상/2상/3상/4상 시험의 복잡성 증가가 생산성 저하의 요인으로 예상되어 민간투자를 더욱 감소시킬 여지가 많다. 대기업조차도 글로벌 신약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 자발적 투자는 줄어들고 과소투자로 인해서 시장실패 가능성이 크다. 임상 3상 시험은 WTO 체제하에서 직접적 보조금 지급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민간의 지속적인 신약개발 투자를 위해서는 글로벌 신약개발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는 메가 펀드의 조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신약산업은 충분한 기술적인 경쟁력이 있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임계규모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신약개발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므로 민간 부분의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는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의 방아쇠 역할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구상중인 메가펀드 규모인 1조원보다는 5조원 이상으로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고, 정부 50%, 국책금융기관 30%, 모태펀드 및 민간 20% 수준의 투자가 적절하다고 본다.

투자의 규모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메가펀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중심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적극적인 민간의 투자를 장려할 수 있다. 일부 민간펀드가 단기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서 기업들의 급한 라이선싱아웃과 상장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기술을 충분히 성숙시킬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대기업 중심의 CVC펀드와 정부의 메가 펀드와의 적절한 조합과 연계를 통해서 기업이 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신약개발 메가 펀드 특별법의 제정을 통해서 장기 투자의 법적 근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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