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면 진료 협의체 운영 논의 위한 회의 불참..“의정협의체서 논의 필요” 입장
의협은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 인증 권한 등 주도권 전반 복지부에 요구 분위기
약사회, 회원들 약 배달 강력 반대 여론에 운신의 폭 크지 않아..주도권 뺏길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둘러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의 주도권 싸움이 불가피해지는 모양새다. 현재는 선제적으로 해당 사안에 달려든 의협이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약사회가 난처해진 분위기다.

왼쪽부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
왼쪽부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

당초 두 단체는 비대면진료(원격진료) 제도화에 공동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의협이 정기대의원총회 등을 통해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약 배달 등에 반대하는 약사회도 마냥 손놓은 채 반대만을 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이러한 가운데 의협은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 인증권한을 비롯해 비대면진료 전반의 주도권을 복지부와 일대일 논의를 통해 가져오려는 중이다.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는 의약단체·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한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산하 비대면 진료 협의체 운영을 위한 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게 현재 입장이다. 협의체 참석은 공식적으로 요청도 있던 것이 아니라 협회가 참석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대의원총회에서 ▲의협이 주도 ▲일차의료기관 중심 진행 등의 전제조건하에 비대면진료(원격진료) 제도화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 논의하는 중이다. 비대면진료 제도화시 책임소재 등 각종 문제에 대한 대안마련과 쟁점 대응을 위해 원격의료TF를 확대한 ‘정보의학전문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시 비대면진료 플랫폼 자체 제작보다는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인증권한을 복지부로부터 위임받는 형태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비대면진료 관련 대의원총회 의결 이전 발표된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에서도 플랫폼들에 대한 인증권한을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협의체에 의협이 불참한 것은, 각종 비대면진료 쟁점 해결과 권한 위임 등에 대한 논의를 보건복지부와 1대1로 논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인증에 대한 권한을 의협이 복지부로부터 위임받고자 하면 약 배달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약사회도 자기 몫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러면 비대면 진료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의사가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굳이 비대면진료 협의체에 참여해 약사회의 의견이 섞이기보다 의정협의체를 통해 주도권을 쥐고 논의하려는 의협의 전략이 옳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던 대한의사협회와 다르게 회원들의 강력한 비대면진료 및 약 배달 반대에 전향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대한약사회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처하게 됐다.

비대면진료 협의체에 참여해 혹여 제도화가 이뤄지기 전 각종 쟁점사항에 대응하려고 한 것인데, 의정협의체를 통해 비대면진료 논의가 이뤄질 경우 주도권이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계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측은 향후 의협의 협의체 참여와 복지부 움직임 등을 보고 대응해간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사사회는 회원들이 강력한 약 배달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의료계만큼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게 차이점이다. 실제 지난 7일 약사회가 출범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도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에 대한 대응방안을 찾는 것에 국한되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보건복지부가 의협의 요구를 수용해 의정협의체를 통해 별개로 비대면진료 논의가 이뤄질 지, 약사회가 회원들의 반대를 아우르는 동시에 비대면진료 주도권을 가져올 지 비대면 진료 논의 과정 전반에 의약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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