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 헌신 외면한 ‘손실보상 산정’ 질타…자영업-의약계 1:1비교까지

(상단 왼쪽 두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김수진 치협 보험이사, 김동석 대개협회장, 이진호 한의협 부회장, 송재찬 병협 부회장, 박영달 약사회 부회장<br>
(상단 왼쪽 두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김수진 치협 보험이사, 김동석 대개협회장, 이진호 한의협 부회장, 송재찬 병협 부회장, 박영달 약사회 부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3일간 전유형의 2차 수가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 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협상에 임하는 모든 의약계 협상단의 표정은 어두웠다.

2차 협상을 앞두고 나왔어야할 추가재정소요액의 초안(1차 밴딩폭)이 나오지 않아, 사실상 ‘협상’이라는 의미가 무색해진 까닭이다.

가입자 측의 논쟁 속에서 ‘손실보상금을 통해 이미 손실분을 보전받지 않았나’, ‘모두가 힘든데 굳이 보건의료계만 지원을 해줘야 하는가’ 등의 목소리는 코로나19 최일선에서 헌신해 온 보건의료계의 의지를 꺾는다고 의약계는 지적했다.

치과·의원·한방·병원·약국 수가협상단은 지난 25~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스마트워크센터에서 2차협상을 순차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한결같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번 협상에서는 “밴딩이 없어 논의할 수가 없었다(치과의사협회)”, “협상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대한의사협회-대한개원의협의회)”, “한 마디로 정리하면 허탈한 기분(한의사협회)”, “2차 협상에 밴드가 안 나온 것은 제가 맡아온 4년 협상 동안 처음이다(병원협회)”, “밴딩 없는 협상 서운하다(약사회)” 등 공급자 단체들의 하소연 성토의 장이었다.

밴딩이 나온 시점부터 양측의 입장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협상’이 가능해지는 만큼, 한달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한 것은 단 이틀(5월 31일~6월 1일)에 불과해진 상황이 된 것이다.

건보공단과 대개협 수가협상 전경(1차협상)
건보공단과 대개협 수가협상 전경(1차협상)

이러한 현실에 공급자단체들은 밴딩폭 불합의의 근거가된 ‘손실보상 밴드 반영’과 이를 강조하는 가입자 측에게 잇따라 지적했다.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치과 수가협상단)는 가입자단체에 대해 “매년 새로운 이슈를 덧붙여 올해는 손실보상, 예방접종이 수가협상에 덧붙으며 일련의 과정이 파행을 겪은 것이 아닌가 문제제기했다. 저희(치과)가 비록 작은 단체라도 협상은 시작했어야 했다”며 “공단에서는 가입자들이 좀더 보수적이 됐다고 전하지만, 보건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협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의원 협상단장)은 가입자들의 진료비증가에 반박하며 “의료기관이 어려운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진료비가 크게 떨어졌다가 2021년 조금 올라간 상황”이라며 “의정연(의료정책연구소)과 분석한 결과 코로나 전후 2년간 5000억원 정도 손해가 이뤄졌다. 정상적으로 인상됐다면 급여비가 5000억원 더 됐어야 했는데 오히려 떨어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의협 이진호 부회장(한방 협상단장)은 “국민보건 향상 위해 헌신한 결과가 이런 것인가. 손실보상은 말그대로 손실보상이므로 마이너스에 대한 보상”이라며 “의료기관만 받은게 아니라 전국민 의료상황에서 보상 차원에 있었고, 그중에서도 한의계는 제로에 수렴하는 손실보상 있어서 그런 부분 얘기 되는건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병협 송재찬 부회장(병원 협상단장)도 “팬데믹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거라 가을에도 재유행될 수 있다. 적은 밴드로 어떻게 병원의 협조를 이끌어낼지 협회도 병원을 설득해야 한다”며 “병협도 병원들에게 이야기 해야 하는데 동기부여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자들은 보험료(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국민부담)를 이야기하면서 밴드를 줄이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만큼 적은 보험료로 높은 접근성을 가진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며 “공급자가 노력한 부분인데, 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있다. 근시안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약사회 박영달 부회장(약국 협상단장)은 좀더 직접적인 비교를 통해 “중앙정부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재난지원금과 윤석열 정부의 약 24조원 추경안을 계측해볼 때 60조원 재원을 투여하는데, 코로나로 고생한 의약계에는 1조원을 더 쓰는 것이 그렇게 배가 아픈가. 가입자들이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재정소위를 마친 윤석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장이 2차협상 전 밴딩폭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은 채 최종협상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늦은 협상 시작과 가입자들의 보수적 입장으로 말미암아 올해 수가협상 전 유형 결렬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3차수가협상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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