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융합 신성장동력 핵심

배민철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사무국장
배민철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사무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세계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는 미래유망산업의 기대주이다. 국내에서는 바이오헬스의 전략분야로서 미래차, 시스템 반도체와 어깨를 견줘 ‘빅3산업’이라 부른다. 디지털헬스케어를 산업으로 진흥해야 한다는 데 반기를 드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헬스케어의 범주에 있다보니 산업화 프레임에 두드러기 반응부터 보이는 사람은 있다.

디지털헬스케어가 왜 세계적 화두인지, 산업적 특수성이 무엇인지 되짚는다면 두드러기는 가라앉고, 산업진흥의 당위성과 제도적 기반 마련의 방향성에 대한 컨센서스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디지털헬스케어를 혁신이 아니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바일혁명을 이끈 스티브잡스의 아이폰 출시 프레젠테이션을 기억한다. 혁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기술융합의 동의어이다. 디지털헬스케어의 부상에는 이러한 기술융합이 자리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첨단 디지털기술이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고, 헬스케어와 융합해 강력한 사회·경제적 파급력을 낳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의장은 이러한 흐름을 ‘4차산업혁명’이란 아젠다로 제시했다. 전세계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며, 기술융합을 통한 창조에 방점이 찍힌 것이 4차산업혁명의 특징이다.

디지털헬스케어는 혁신성뿐 아니라, 사회·경제·산업적 가치에 기반해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인구절벽의 위기 속에 국내 의료비 증가율은 OECD 최고 수준이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정된 의료자원의 한계도 절감했다. 의료비 부담을 덜고, 의료사각 발생을 최소화하는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경제적 불확실성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에서 빠져나올 출구도 찾아야 할 때이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사회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응과 비대면사회 전환, 의료사각 최소화의 열쇠로 주목되며, 경제적으로 고착화된 경제불황의 출구전략으로 의미 있고, 산업적으로 기술융합을 통해 신성장동력과 신시장을 만들어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디지털헬스케어만의 산업적 특수성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헬스가 신체·정신·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면, 헬스케어는 이를 유지·증진하기 위한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진단과 치료 중심이던 과거의 헬스케어 패러다임은 이제 소비자가 참여하는 예방 중심으로 전환됐다.

디지털기술 융합을 통해 의료기관 밖으로 외연이 넓어졌고, 서비스 공급망이 개선됐으며, 가상기술의 활용, 건강데이터 플랫폼의 등장이 촉발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결정요인의 우선순위도 건강으로 바뀌고 있다. 즉 헬스케어 생태계는 의료의 울타리를 넘어서 비의료로 확장되며, 구성요소가 다양화되고 있다. B2B에서 B2B2C, B2C로 거래유형도 옮겨가며 공공과 민간의 재정조달과 지불시스템 또한 변화하는 추세이다.

디지털헬스케어의 산업적 스펙트럼은 지속적으로 넓어지며 새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의료시스템의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할뿐더러 데이터 기반기술을 통해 제품의 서비스화, 서비스간 융합 등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을 이끌고 있다. 이종산업과 융합사례를 보면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이 전통적 보건의료의 범주를 넘어서 매우 큰 확장성을 가진 대표적 융합산업으로 포지셔닝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계적으로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도요타의 합작법인인 모넷테크놀로지는 헬스케어에 모빌리티를 융합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의료기기, 통신기기를 차량에 탑재해 환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영상통화를 통해 전문의 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헬스케어와 유통의 결합도 활발하다. 미국의 배송업체인 UPS는 약국유통기업인 CVS헬스, 유타보건대학과 제휴해 드론 기반의 모바일헬스 사업을 확장했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의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헬스케어사업을 진행 중이며, 통신기업인 버라이즌과도 손잡고 5G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도 구독형 웰니스 서비스인 헤일로를 출시했고, 온라인 약국, 직원용 원격의료 등의 헬스케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과 헬스케어의 융합도 긴밀한데, 미국의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헬스케어 자회사인 옵텀을 세워 보험고객을 대상으로 웰니스 서비스와 케어솔루션을 제공하는 헬스케어플랫폼인 랠리를 운영 중이다.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평안보험이 연합해 만든 중안보험은 온라인 보험과 원격의료, 약배송, 의료솔루션 등 다양한 헬스케어 제공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디지털보험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헬스케어 융합데이터 기반의 사업모델 실증과 이종산업 진출을 통한 헬스케어 시장경쟁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대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통신3사들도 신사업을 통한 성장을 디지털헬스케어에서 모색하고 있다. 제조사인 바디프렌드는 안마의자를 플랫폼으로 헬스케어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사들도 저마다 웰니스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KB손보, 신한생명은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했다. 포스코, SK, 현대 등 건설사들 역시 최근 짓는 아파트에 건강상태 측정 등 헬스케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급변은 헬스케어의 구성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광의의 헬스케어 안에 디지털기술이 적용된 디지털헬스케어가 있고, 디지털 전환된 의료와 소프트웨어의료기기 등에서 디지털헬스케어와 의료가 겹치는 영역이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의료와 비의료,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총아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기에 대표적 융합산업이고, 외연과 스펙트럼이 넓은 고유한 산업적 특수성이 있어 이종산업의 진출이 활발한 것이다.

현재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들은 R&D 등을 통해 기술적 성숙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했음에도 시장진입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에 정부는 올해 초 열린 빅3산업 추진회의에서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마중물을 부어 시장을 만들고,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국회도 발맞춰 지난 2월에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육성법을 발의했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지원 근거가 다수의 법률과 가이드라인에 산재해서 산업의 체계적 육성과 지원이 제약돼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육성에는 여야도, 정쟁도 없다. 이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을 그레이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 그래서 법제화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디지털헬스케어를 위한 제도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 진흥과 규제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지금까지 이 분야는 주무 부처가 분산돼 효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본연의 역할을 살려서 규제 부처는 융합신산업인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규제개선에 집중하고, 산업 육성은 진흥 부처가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육성법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부처로서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해 우수기업 인증근거를 마련하고, 실질적 지원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을 육성하고 진흥하려면 이 산업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떨쳐야 한다. 통신, 금융 등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통해 디지털헬스케어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B2B 의존도가 심하다. 디지털헬스케어의 넓은 스펙트럼과 융합산업적 특성을 살펴 체계적 산업 육성과 진흥을 위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재정지원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생태계를 조성해야 스타기업, 유니콘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는 혁파하고 산업 진흥에 무게추를 실어야 하며, 법제화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 배민철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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