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하이브리드 진료’ 필요하다

염호기&nbsp;<br>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br>의협 코로나19대책 위원장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의협 코로나19대책 위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꾸었다. 변화된 세상에서 코로나 이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다시 신종 변이가 올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코로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코로나 시대는 지나가겠지만 예전처럼 돌아가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감염병의 위험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될 것이고, 비대면(online)의 위력과 매력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의료는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왔다. 정도의 문제이고 절차와 방법의 문제이다. 대면진료와 어떻게 조화(hybrid)시킬지의 문제만 남았다. 보건의료사회 전반에 코로나 이후 시대를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은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코로나 시대 극복을 넘어서 또 다른 감염병 유행을 대비하여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살펴본다.

◇국민건강보험의 역할 변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보험 제도를 자랑하였다. 의료 접근성은 편의점처럼 낮지만 의료수준은 세계적으로 높다.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을 유지하는 가장 핵심은 ‘저수가’이다. ‘저수가’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하였다. 그 누군가는 의사와 간호사로 대표되는 의료인들이다. 국민들에게 편리한 건강보험 제도가 코로나19와 같이 감염병 대유행을 맞아 일시에 붕괴되었다. 문을 닫는 의료기관이 속출하고 유지되는 의료기관의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의료기관들은 감염병 환자를 보기에는 시설도, 장비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코로나19 입원환자 수가를 2배에서 10배로 올려 주어 약간의 보상이 되었다. 효과가 불분명한 재택치료환자 진료에 눈치 빠른 의료기관이 참여하여 재정적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의원형 재택치료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는 코로나19가 잠잠해 지면서 시행이 되었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기에 단일 보험체계인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은 미미하였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수가 조정에도 수동적이었다. 지금까지 건강보험의 수가체계에 감염병으로 인한 진료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모든 감염병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개편해야한다. 감염에 취약한 다인실 위주의 정책을 최소한 2인실 이내로 변경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를 위시한 다른 감염병으로 인한 새로운 진료절차와 감염환자의 진료에 대한 수가 체계를 별도로 수립해야 한다. 감기에 적용할 건강보험 재정을 정작 필요한 고위험, 고난이, 수술, 시술, 중증, 응급, 필수 의료로 돌려야 한다. 코로나19 감염병 대 유행은 감염을 포함한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에 대한 양질의 의료를 보장할 실질적 수가체계를 개선하여 의료기관의 질을 높이는 국민건강보험의 역할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진료 체계의 변화= 감염병 대유행기에 우리나라 1차의료의 역할은 참담하였다. 정부에서 감염병 전담의료기관을 지정하려고 신청을 받았다. 파격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저조하였다. 이유는 간단하였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감염병을 진료하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감염환자와 비감염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일이지만 시설 개선이 쉽지 않았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비용을 들여서라도 구조 변경을 하려고 시도 하였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시설이 된다고 하여도 당장 운영할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도 또 하나의 제한점이었다. 한마디로 감염병을 1차적으로 진료해야할 의원급 의료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은 우리나라에서 열악한 1차 의료의 현황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수도권쏠림,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감염병 유행 시기에 1차 의료체계의 역할이 작동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러한 현상이 단지 현상이 아닌 의료전달체계의 심각한 왜곡과 부작용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코로나시대를 지나면서 대학병원의 역할이 분명해 졌다. 하루 1만명의 외래 환자를 볼게 아니라 중증환자, 중증급성기 환자, 희귀질환, 난치성 복합질환, 고난이 수술과 시술, 난치성 암성질환을 보아야 한다. 3차 의료기관이 중증환자를 볼 수 있도록 중증전담병원으로 이름마저 바꾸는 혁신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중환자 병상을 전체 병상의 30~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시설과 장비를 갖추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아울러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고도로 훈련된 전담 의료진을 고용할 수 있도록 수가 개편을 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은 연구와 교육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인력 구성을 보장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이 기능에 맞는 진료를 해도 망하지 않도록,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은 국민건강보험의 수가 개편 및 재정적 지원을 강요하고 있다.

◇진료절차와 형태의 변화= 코로나시대를 거치면서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었다. 코로나 시절에 전화진료, 화상진료, 재택치료 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각각의 장점을 살려서 비대면 진료와 대면진료의 혼합(hybrid)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입원환자의 설명과 동의서를 구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비대면이 가능하다. 오히려 비대면 자료의 녹화가 의료 법률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보호자는 바쁜 일정으로 병원 출입을 줄일 수 있고 의료기관의 감염 예방 가능하다.

◇2급 감염병으로 전환된 코로나19= 국가 보건의료체계에서 기존의 의료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러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많은 절차와 체계를 여전히 1급 감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 환자는 자유롭게 진료를 받을 수 없고, 의료기관은 환자진료와 병상 지정에서 여전히 통제 받고 있다. 경증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조화의 상태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기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이 2급 감염병으로 전환이 되었다는 의미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기존의 의료체계 내에서의 진료와 관리로 전환이 필요하다.

◇상시 감염병 진료체계로 전환= 코로나 이후에는 의료기관의 진료체계에 있어 감염병 진료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 외래 진료에 있어서도 감염병환자의 동선과 진료를 구분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감염병이 유행하면 임시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이러한 진료절차가 필요하다. 입원환자의 경우 보호자와 환자가 섞여 있는 다인실 구조는 감염병에 취약하다. 건강보험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를 요구하는 부분이다. 특히 중환자실의 다인실 문제는 감염병 유행이 중환자실을 무용하게 만든다. 국내 의료기관들이 중환자실을 제대로 운영하면 재정에 부담이 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은 중환자실의 건강보험 수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감염병으로 인한 진료 질 보장= 의료의 질을 향상 시키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감염병 진료에 있어 감염환자의 진료뿐만 아니라, 비감염환자의 진료에도 더 많은 의료 자원이 소요된다. 지금의 저수가로 의료의 질을 보장하고, 세계적인 감염질환 대유행을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개념 없이 공리만으로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양질의 의료를 위한 감염병 관리를 위하여 저수가 논의를 제외하고 정책과 제도만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를 살면서 대면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하지만 반면에 비대면에 익숙해지면서 그동안 얼마나 불필요한 대면생활을 하였는지도 알게 되었다. 간단한 회의는 대면보다 비대면이 더 효율적이고 매력적이다. 간단한 진료는 상담만으로 끝날 수도 있다. 초기 비대면 진료에서 검사가 필요하면 예약을 하고 대면 검사와 진료를 받고 결과는 비대면으로 진료하는 혼합(hybrid) 진료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 비대면과 대면의 장점을 살린 혼합된 진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고 있다.

-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 의협 코로나19대책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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