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현 <br>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보건의료정책 본부장
서재현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보건의료정책 본부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정부의 보건의료 및 산업정책에 대한 제약바이오산업계의 기대와 관심 역시 크게 모아진 가운데, 지난 5월 3일 발표된 새정부 110대 국정과제 속에는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이 25번째 국정과제로 선정되었다. 당해 국정과제에서는 보건안보전략기술 집중투자와 글로벌 협력 강화로 백신치료제 강국 도약 및 바이오헬스 산업을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 바이오헬스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 개선을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이 주요 목표와 내용으로 담겨져 있다.

2021년 기준 보건산업 수출액은 총 25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6% 증가하고, 최근 5년간 연평균 19.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주춤하고 있는 와중에도 바이오헬스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그 중요성을 이미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대의 반대편에는 최근 7년간 각 정부부처에서 연평균 2812억원에 해당하는 1조9681억원(2018년 기준)을 신약개발에 투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개발 블록버스터 신약이 전무한 차가운 현실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새정부 국정과제에서 바이오헬스를 미래 주력산업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의 일원으로 기대감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또한 백신·치료제 강국 도약에 있어 ‘글로벌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이번 국정과제에서 함께 강조하고 있는 바, 이 역시 앞으로 우리나라가 바이오헬스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우리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상황에서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사례를 경험해 왔다. 코로나 백신·치료제의 신속한 도입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정부와 글로벌 제약사간의 긴밀한 협의와 관계자들의 무수한 노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상황을 헤쳐 왔으며, 국내 코로나19백신 개발 과정에서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MGF)과 전염병예방백신연합(CEPI)의 개발비 지원을 바탕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와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nstitute for Protein Design)의 공동개발이 진행되었고,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대조임상연구 목적의 코로나19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에 무상 전달하는 등 국가적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이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해외의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협업 등을 통해 약 1년이라는 이례적으로 빠른 기간에 백신이 개발되었고, 글로벌 대형제약사들간 공동생산 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위탁생산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폭발적인 백신 수요에 대응해 나가는 모습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과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토대 위에 달성할 수 있는 성과물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한편, 2020년 기준 무역의존도가 59.82%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67.03%인 독일에 이어 2위에 이르고 있으며, GVC(글로벌가치사슬망) 참여율 역시 54.4%로 중국(36.0%)과 일본(40.5%) 대비 10% 이상 높고 글로벌 평균(52.0%) 이상인 우리나라의 경우 안정적이고 견고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필수의약품 및 의료용품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 EU 등 주요국들이 이를 국가안보의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필수의약품의 국내 생산 확대 및 공급망 안정성 확보,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관련 보고서를 통해 핵심 국가과제로 표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글로벌 정세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쌓아온 경험을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국내 신약 R&D 역량과 원료의약품 비축 등 생산기반을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신약 후보물질 연구 및 임상, 허가·급여에 이르는 신약 개발 전주기 활성화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에 있어 글로벌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

또한 협력국가간 블록화 되어가는 제약바이오 GVC 재편 과정에서 전략적 협력 방안을 강구하여 주요 동맹국을 활용한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 역시 가능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관 채널을 통한 지속적인 글로벌 파트너십 관계 속에서 상호 보건의료 및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혁신에 대한 적정 보상 등 핵심가치 공유와 규제 조화를 통해 전세계에 출시되는 혁신적인 치료제의 혜택을 우리 국민이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 신속히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백신·치료제 주권도 달성 가능할 것이다.

이미 세계 2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 보유를 통해 후보물질 기술이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끝내고 출발선에 서있다.

여기에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부스터샷을 통해 바이오헬스 글로벌 허브구축이라는 결승선에 다다를 수 있도록 현재 설치 검토 중인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 등에서 국내·글로벌 제약업계와 정부의 활발한 논의와 협력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