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페질같은 의약품으로 치매 진행 늦추면 개인적, 사회적 이익
치매 진단 두려움이 조기 진단 걸림돌…고혈압치료 같이 지속적 관리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치매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가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을것으로 생각하는데 치매는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치매를 조기 발견해 치료를 시작했을 때의 장점은 확실히 있습니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노영 교수<사진>는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난 자리에서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치매 여정을 늦춰 일상 생활 영위를 최대한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노영 교수는 "치매 진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질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인지 기능을 저하시키는 여러 요인 중에는 치료 가능한 요인도 있고, 퇴행성 뇌질환이라 하더라도 조기 치료를 시작하면 남은 일생을 더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을 받으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영 교수는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고 하여 모두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치매 질환은 아니다"라며 "예컨대 고혈당, 저혈당, 갑상선 기능 저하, 엽산이나 비타민 B21 등의 영양 부족 등 내과적 질환, 약물, 암, 뇌염, 뇌졸중 등의 원인에 의하여 인지 기능의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영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 치매 등 퇴행성 치매 질환은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질병이지만, 이 경우에도 초기에 진단하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개인적, 사회적으로 이득이 된다"며 "도네페질과 같이 신경전달물질을 채워주는 콜린 분해 효소 억제제나 NMDA 수용체 길항제 약물 등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치매 치료에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한데 조기 진단의 걸림돌은 어떤것 있을까? 노영 교수는 '진단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설명했다.

노영 교수는 "치매 진단의 장벽으로 알려진 요인으로는 진단에 대한 두려움, 접근성, 비용 등이 있는데, 임상현장에서 봤을 때는 이 중 ‘진단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며 "치매를 방치하다 치매 진행 속도가 빨라져서 돌아가시게 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빨리 치료를 시작하고 보호자가 전문의와 상담을 진행한 경우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병행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치매 진단 후 평균 10년이 지나면 요양원에 입소하는데,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해 입소 시점을 늦춘 사례들도 있다.

노영 교수는 "치료를 통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은 환자가 행복한 여생을 더 오래 보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억하지는 못 하더라도 평소와 똑같이 지내시면서 말년까지 풍요롭게 지내실 수 있도록, 그리고 남은 여생을 최대한 길고 즐겁게 보내실 수 있도록 약물적, 비약물적 요법에 대해 의료진의 교육을 잘 따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 처방할 수 있는 치매 치료제는 증상을 개선시키는 약물로, 도네페질을 위시한 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NMDA 수용체 차단제가 있다.

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감소한 아세틸콜린을 분해되지 않게 하여 적정한 농도를 유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보면 인지 기능 향상 효과를 나타낸다.

노영 교수는 "치매 약물은 처음 시작한 약물을 무조건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치료에 대한 효과 및 진행 경과를 보면서 용량을 증감하거나 약제를 교체할 수 있다"며 "고혈압 치료와 유사하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중증도가 아주 높은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로 인지 기능의 호전을 기대할 순 없어도 치료를 통해 이상 행동 증상 개선에는 여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영 교수는 "아직 임상 시험 단계이긴 하지만 아밀로이드 백신, 타우 백신, 뇌염증에 대한 약물 등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치료 약물들이 다국적 제약사와 연구소 등을 통해 개발 중"이라며 "이러한 신약들을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선 다양한 임상 시험을 통해 확실하게 약효 및 안전성이 증명되어야 하지만 긍정적인 임상 결과들이 나와서 치매가 정복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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