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감정서 작성 과정에서 내용 왜곡 및 소수의견 누락 혐의

(왼쪽부터) 경실련 남은경 사무국장, 신현호 상임집행위원, 정혜승 보건의료위원, 윤승현 법무법인 창 변호사, 송기민 보건의료위원
(왼쪽부터) 경실련 남은경 사무국장, 신현호 상임집행위원, 정혜승 보건의료위원, 윤승현 법무법인 창 변호사, 송기민 보건의료위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경실련이 의료중재원 상임감정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8일 경실련 강당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감정위원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고발 혐의는 ‘형법’ 제314조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이다.

경실련은 “이번 고발은 공공기관의 부당한 의료분쟁조정 결과로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당사자(환자 가족)와 경실련이 공동으로 진행했다”며 “국회를 통해 확보한 다수의 감정소견서와 최종 감정서, 감정부 회의록을 비교 검토해 최종 감정서에 소수의견 누락이나 회의결과와 반대 사실을 적시하는 등 범죄사실이 드러난 사건을 고발 대상으로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의료분쟁을 조정 또는 중재하기 위해서는 의료사고의 과실 여부를 규명해야 하며 그 근거가 되는 감정 업무는 조정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중요하다.

이에 감정부에서 의사인 상임감정위원 1인과 비상임위원(보건의료인, 법조인, 소비자단체) 4인(최소 2인 참석)의 전원 합의로 상임감정위원이 감정소견과 그 판단 근거 등이 기재된 최종 감정서를 작성한다. 만약 감정소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소수의견도 기재해 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분쟁에서 소송비용을 줄여 환자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겠다는 조정중재원의 설립 취지와 달리 낮은 조정성립률로 환자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같은 업무를 하는 한국소비자원은 비상임위원으로만 구성돼 있어도 피해구제와 조정이 이뤄진 비율이 50%를 상회하며, 의료중재원의 상임위원의 연봉이 약 1억 3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재정투입대비 효과성도 소비자원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다.

조정중재원 발간 통계자료에 의하면 5년간 1만 2293건의 의료분쟁 조정 신청 중 조정이 성립돼 종료된 건은 4208건으로 조정성립률은 34%이다.

경실련은 “의료계 과실을 덮는 편향된 감정부의 진료기록 감정으로 조정결과의 신뢰마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며 “비상임감정위원이 감정부 회의에 참여하나 최종 감정서를 작성하는 상임감정위원(의사)의 역할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서는 검토자나 확인자, 보고 대상자 없이 상임감정위원이 독자적으로 작성한다. 일부 회의에서는 소수의견을 누락한 채 구성원의 적법한 의결 없이 감정결과를 도출하는 등 전횡을 해도 다른 감정위원이 감정회의록이나 감정서를 확인하지 못한다”며 “상임감정위원을 포함 감정부를 총괄하는 감정단장은 비상근이고 조정중재원의 사무국장은 감정부에 대해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 법조인 출신 원장도 의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주장하면 사실상 감정업무는 견제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제공
경실련 제공

경실련은 고발에 있어 상임감정위원 3명을 고발했는데, △감정부 회의에 참여하거나 자문의견을 낸 위원 중 상당수가 과실점을 지적했음에도 감정서에는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반대로 기재하거나 △감정위원 중 일부가 소수의견을 개진했음에도 감정서에는 기재를 누락시킨 경우를 발견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실련은 “조정에 핵심인 감정서 작성에서 의사인 상임감정위원이 다른 감정위원의 소견을 임의로 기재하지 않는 등 의료계에 편파적인 감정서 작성으로 공정한 조정을 방해하는 행위는 조정중재원의 존립 이유를 훼손하는 행위이므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죄행위가 밝혀지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개선방안이 모색돼 환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이번 고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경실련은 경찰 고발과 함께 향후 조정중재원의 불법 감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제기해 그간 진행된 감정 결과에 대한 전수조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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