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전달체계 구축 새로운 시도…응급의료/플랫폼·편의점 서비스와 ‘경쟁’ 가능성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내년 7월부터 공공심야약국의 중앙정부 예산 투입이 확정됐다.

지자체 부담으로 운영되던 공공심야약국이 전국으로 뻗어 나가는 계기가 됐지만, 응급의료와의 역할 중복 가능성 차단과 화상투약기 등 플랫폼 서비스의 공세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까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국회는 총 60개소의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위한 예산 16억6200만원을 본회의서 통과시켰다. 사업 시작 시점은 내년 7월부터이다.

공공심야약국은 야간·심야 시간대 약국이 문을 열어 경증환자에게 약사 상담과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하는 취지로 운영된다.

약사 인건비는 시간당 3만원이 지원되며 비도심의 경우 운영경비 외에 비도심 보조금으로 월 350만원이 추가 지원된다.

응급실과 편의점 사이를 파고드는 '공공심야약국'

공공심야약국은 야간에 아픈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관련 서비스의 폭을 넓혀주게 된다.

기존에는 밤에 아픈 사람이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응급실(혹은 밤에 문을 연 의료기관)을 가거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응급실은 경증환자에겐 비용 부담이 크고 안전상비의약품 이용은 완벽한 약물 관리가 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경증환자(비응급증상 환자)는 응급의료관리료로 약 6만원을 전액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응급의료 관리료는 비응급 환자로 인한 응급실의 혼잡을 막기 위해 접수비와는 별도로 수취하는 비용이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전적으로 환자 본인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의약품을 구매·복용하는 방식이어서 증상·약물 관리가 어렵다.

공공심야약국은 이러한 응급의료의 비용부담과 안전상비의약품의 비전문성 사이를 파고든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환자에게 약사 상담을 제공하면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환자전달체계의 빈 공백을 메꿀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약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환자분류 두고 의료계와 '갈등'…접근성 향상 두고 '플랫폼 경제'와 경쟁

문제는 공공심야약국 기능의 범위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사 상담은 환자분류(트리아지, triage)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만이 아닌,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기관으로 보내야할지, 약물 복용 수준으로 대처할지를 약사가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환자분류 기능으로 인해, 의료계는 공공심야약국의 활성화에 반대하고 있다.

당장 대한의사협회는 작년 최대집 회장이 집권하던 시기에 공공심야약국과 관련, ‘안전상비의약품으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선 증상은 약국에서 환자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의료기관 내 의사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특히 의협은 “경증, 비응급질환의 진단을 의사가 아닌 심야약국 약사가 하는 것은 현행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국민 편의 저하를 이유로 심야 약국을 운영할 경우 응급 처치의 시기를 놓쳐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심야 약국 운영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료기관과의 상생 가능성도 존재한다. 응급의료파트에서도 응급클리닉 도입 등을 준비하며 현재의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응급클리닉은 미국에서 제도화된 야전응급실 개념으로, 응급실 방문 환자 중 경증환자를 담당하는 개원의원을 뜻한다.

응급클리닉이 만약 제도권으로 들어서게 되면 공공심야약국이 응급클리닉서 처방하는 의약품을 조제하는 역할까지 도맡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실제로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한 지자체의 경우 달빛어린이병원과 약국을 매칭해서 운영했다.

의료기관과의 기능 중복 이슈가 공공심야약국이 맞닥트린 보건의료시스템 내에서의 문제라면, 화상투약기와 안전상비의약품 등과의 경쟁은 접근성에 대한 이슈로 꼽힐 수 있다.

이미 대한약사회 등 약계에서는 공공심야약국에 대해 ‘의약품 접근성을 넓혀 화상투약기 도입 등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약사회는 국회서 관련 예산이 통과된 지난 3일 회원 문자를 통해 “국민들이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는 것으로 화상투약기나 편의점약 확대 등 부적절한 정책 추진을 막는 큰 명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접근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편의점과 화상투약기, 어플리케이션 등 일명 ‘플랫폼 경제’를 이겨낼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심야약국은) 취약 시간·지역 없이 수준 높고 편리한 보건서비스를 제공해 약사란 직역이 정말로 지역사회 보건의료서비스의 한 축으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기점으로 점차 지역사회 내에서 국민건강수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만들어나가고 고민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