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경험, 트라우마 초래·음성화 악순환으로 적극대책 마련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코로나19 확진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56%가 치료 중에서도 우울을 겪는 이중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확진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중대한 요인으로

경희대 백종우 교수<사진>는 19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이 주관하는 ‘감염병 의료기술 근거생성 연구사업' 결과 토론을 위한 국회 심포지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우리 사회에 미친 정신건강과 사회심리적 영향평가를 발표했다.

백종우 교수 연구팀은 2020년 12월~2021년 9월까지 성인 코로나19 확진자 152명 대상으로 확진 이후 겪은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조사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위험인자를 파악하는 한편, 심리사회적 어려움이 정신적·신체적 문제로 이어짐을 관찰했다.

조사 결과, 확진자들은 감염 당시에는 대다수가 타인을 감염시킬까 불안(75.7%), 확진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괴로움(58.6%)을 경험했고, 완치 이후에는 후유증에 대한 불안(67.8%), 재감염에 대한 불안(63.2%)을 경험했다.

확진자의 56%가 치료 중에 우울을 겪었고, 24%는 퇴원 후에도 겪는다고 보고했다. 여성, 저소득,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감염이나 신상공개로 인한 차별의 경험이 있는 경우, 사회적지지 수준이 낮은 경우가 잠재적인 위험인자로 분석됐다.

확진자들은 감염을 이유로 비난이나 모욕,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응답했고(46.1%), 이 같은 차별경험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불안, 외상후스트레스증상, 신체증상 등이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

백종우 교수는 “차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울 불안 등이 높아지는 동시에 트라우마를 초래했는데, 뿐만 아니라 자신을 숨게 만들어 악순환을 만들기 때문에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는 적극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전국 거주 14세 이상 국민 대상으로 2021년 3월 26일 ~ 4월 29일(1차: 1150명), 7월 23일 ~ 8월 23일(2차: 1014명) 두 차례에 걸쳐서 총 216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구집단별, 시기별 사회심리적 차이를 관찰했다.

우울평균점수는 1차 조사에서 6.6점, 2차 조사에서는 6.1점이었다. 중증이상의 우울위험군(10점 이상)은 1차 조사결과 28.0%로, 연령별로는 20대가 40.2%로 가장 높았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저소득층에서 우울위험군이 비율이 높았다.

건강 및 경제적 취약계층 대상 심층면접에 응한 한 자영업자는 “우울증도 많이 오는 것 같고, 내 사업장도 잃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도 잃게 되고 그럼 내가 살아서 뭐할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한다”라고 호소했다. 장애인 등 건강취약 대상자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원 외에도 사회-복지 차원의 지지가 부족하다고 파악됐다.

14세이상 국민대상 2차 조사결과 정신적 어려움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68.4%의 응답자가 가족의 지지를, 46.2%가 경제적 지원을, 44.3%가 정부/지역사회의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1차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또한, 이웃이나 지인의 지지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나 심리 상담, 병원 진료 등이 뒤를 이어, 향후 유사 감염병 위기 대응에 있어 고려될 필요성이 있었다.

백종우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의 정신건강지원방향에 대해 “정신건강을 고려하는 격리/치료 방침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감염병 및 개인의 특성과 정신건강 문제의 중증도에 따른 심리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감염병 대유행에서 정신건강문제의 예방수단으로써 인권 존중과 차별 감소에 대응해야한다. 직장, 학교, 동네 등 작은 단위에서 차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에이즈 등 이전 감염성 질환에서 차별을 줄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공감을 얻는 것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호주의 경우 정신건강에 대해 투자예산을 증대해 아픈 사람이 마음까지 아파 고통스러운 부분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최종 대책 부분은 완성된 것이 아니고, 여러 조언과 자문을 받아 어려운시기를 대처할 수 있는 코로나 시기 정신건강 마음 가이드라인이 분명하고 정확한 대책으로 마련되도록 끝까지 연구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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