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약한 고리’인 말기환자 돌봄 문제, 돌봄의 연속성 고려한 체계 마련 절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코로나19가 2년째 계속되면서 말기 암환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통이 심화된다는 것이 지표로 확인됐다.

서울의대 김범석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말기 암환자와 가족이 겪는 말기 돌봄 문제’를 주제로 간병·임종을 중심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개 상급종합병원에서 2019년과 2020년 전체 암 환자의 의료이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사망한 암환자 1456명(2019년 752명, 2020년 704명) 의료이용을 분석한 결과, 표면화되지 않은 말기 암환자와 가족이 경험하는 간병과 돌봄에는 변화가 있었다.

우선 암 환자의 임종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응급실에서의 임종이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2019년 대비 2020년의 응급실에서의 사망 암환자가 두 배가량 유의하게 증가했고(2019년 53명, 7.1%에서 2020년 99명, 14.1%), 사망 전까지 응급실에서 체류하는 시간도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는 호스피스 병상이 코로나19 전용 병상으로 전환되며 임종 증상에 이르러 준비되지 않은 채 다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종 전 섬망과 같은 증상관리가 충분히 되지 않고,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 증가임종 3일 전 섬망 증상(환각 및 착각이 나타나며 심한 불안이 동반됨)을 경험한 환자가 10.9%에서 17.19%로, 승압제 사용 환자가 52.3%에서 59.2%로 모두 유의하게 증가했다.

호스피스 의뢰는 늘었음에도 심폐소생술은 증가했고(12.5%에서 16.3%), 혈액검사, 영상검사, 모니터링 등도 증가해(각각 81.1%에서 98.0%, 60.4%에서 75.8%, 86.8%에서 99.0%로 증가) 2020년에는 대다수의 말기암환자에게 시행되었다. 이는, 코로나19 전에 비해 코로나19 시기에 임종 전 증상관리가 잘 되지 않고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9-10월 간 말기암환자 50명과 보호자(가족) 36명을 대상으로 심리사회적 문제 조사 결과, 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도 환자는 면회제한으로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고립감을 느끼며 불안감이 섬망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가족들 역시 환자의 임종기를 함께 하지 못한데서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 또한 가족 1인이 ‘독박 간병’을 하면서 고립되고 육체적, 심리적으로 소진됐다. 이와 같은, 가족 간에 인간적 상처를 남기는 ‘트라우마성 사별(traumatic death)’의 경험은 유가족들의 사별 후 애도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김범석 교수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인 말기환자 돌봄 문제, 돌봄의 연속성 고려한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며 “생애말기 환자의 존엄성은 방역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위기 상황에서도 말기 환자의 돌봄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서 재가 환자가 적절한 관리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재택의료를 통한 미충족 욕구의 해소’, 가족의 독박간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적 지원’, 말기 환자에게 양질의 생애말기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더 많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며, ‘돌봄의 연속성’을 고려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내일(19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이 주관하는 ‘감염병 의료기술 근거생성 연구사업' 결과 토론을 위한 국회 심포지엄’에서도 발제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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