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여 곳 지원 예산 48억원…기재부의 반대 논리, 초과 세수에 힘 잃어
‘경증·비응급질환 진단 행위’로 판단한 의협, 반대의견 공식화 여부에 시선 쏠려

경기도 공공심야약국 간판
경기도 공공심야약국 간판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공공심야약국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당서 48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한 가운데 그동안 예산 편성을 반대해왔던 기획재정부마저 초과 세수 이슈로 힘을 잃어 의협만이 반대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18일 국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예산소위를 열고 새롭게 편성된 48억원의 공공심야약국 예산을 포함, 복지부 예산을 심의할 예정이다.

공공심야약국은 공공보건 서비스 증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금액을 약국에 지원, 접근성이 취약한 심야시간에 약국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일부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심야약국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지원 규모가 한정될 수밖에 없어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당초 복지부는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심야약국 예산을 반영하려 했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지난 8월 복지부 예산 정부안에 최종적으로 포함되지 못했다.

당시 기재부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예산 편성을 반대했다. 정무 라인까지 나섰지만, 기재부의 완강한 반대에 결국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은 11월 국회 예산 심사 시즌에 이르러 변화를 맞았다. 국회가 먼저 나서 공공심야약국 관련 예산을 챙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국회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마스크 대란 등 필요한 때 약사들이 나서줬던 점을 들며 약국 관련 예산을 반영하는데 호의적인 편이다.

국회 관계자는 “(약사 직능서) 초기 코로나19 시국을 헤쳐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줘 일종의 빚을 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공공심야약국 예산을 당초 제안된 24억원에서 두 배 늘린 48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확정짓고 안건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지원 대상 약국도 100곳에서 180여 곳으로 늘었다.

여당에서는 아예 공공심야약국 관련 예산을 당 책임예산으로 정해둔 상태다. 야당 또한 복지위 예산소위서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등 공공심야약국 예산은 정쟁 요소가 거의 없는 예산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더해 대선 체제로 전환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저녁 심야약국을 방문하면서 공공심야약국 예산 반영 가능성을 높인 상태다.

여야 모두 공공심야약국 예산 책정에 호의적인 상황 속에서, 예산 책정을 반대해왔던 기재부 또한 반대만을 하기 어려워졌다.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의·삭감 권한은 국회에게 있긴 하지만, 기재부가 완강히 반대하면 이를 감안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올해 국회의 예산안 심의는 기재부가 세수 추계 오차를 범해 목소리에 힘을 잃은 상황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회와 정부 측은 바라보고 있다.

‘최대집호 의협’은 반대, ‘이필수호 의협’은?

공공심야약국 지원을 위한 예산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집행되기 시작하면 공공심야약국은 사실상 일정 규모 이상의 시군구 지역 곳곳에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의료계, 특히 대한의사협회의 반대 여부다. 의협은 최대집 회장이 재임했던 시기인 작년에 공공심야약국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안전상비의약품으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선 증상은 약국에서 환자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의료기관 내 의사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논리다.

당시 의협은 “안전상비의약품은 일반약 중 환자가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만큼 가벼운 증상에 사용하는 의약품(진통, 해열 등)으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는 의사의 진단에 따른 적절한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어 “경증, 비응급질환의 진단을 의사가 아닌 심야약국 약사가 하는 것은 현행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국민 편의 저하를 이유로 심야 약국을 운영할 경우 응급 처치의 시기를 놓쳐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심야 약국 운영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협이 이전과는 다른 목소리, 혹은 침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최대집호 의협이 투쟁·강경노선을 고수했다면, 현재 이필수 회장을 필두로 한 의협은 투쟁 노선보다는 협의를 중시한다는 평가를 대내외적으로 받는다.

의료계와 약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여야가 의견 일치를 본 사안에 대해 굳이 의협이 나서서 반대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이해득실 등을 고려한다면, 의협의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대응은 공식적인 대응보다는 수면 아래서의 대응이 주를 이룰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약업계 관계자는 “국민으로부터 면허권을 받은 의사들이 권리만을 외치지 않고 국민을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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