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 김준기 교수팀, 호흡 기도 모사한 오가노이드로 임상적용 가능성 높여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호흡기 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섬모세포의 운동성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최우준 교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최우준 교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최우준 교수·서울의대 호흡기내과 연구진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호흡 기도 섬모세포의 운동성을 효과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모션 콘트라스트 영상법과 이미지 상관법에 기반한 새로운 방식의 섬모세포 운동횟수 자동측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모션 콘트라스트 영상법(motion-contrast imaging)을 이용하면 고속 카메라로 획득한 원본 영상에서 섬모운동에 따른 신호만 선별적으로 추려내 개별 섬모세포의 형상과 위치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이미지 상관법(image-correlation)은 개별 섬모세포가 포함된 영역에서 프레임 별로 신호패턴의 유사성을 수치화해 개별 섬모의 운동횟수를 정확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일반적으로 섬모세포의 운동성을 측정하기 위해 쓰이는 방법은 고속 푸리에 변환(신호를 진동수 성분으로 바꾸는 기법)을 이용한 스펙트럼 분석이다. 카메라 픽셀로 들어오는 섬모의 영상신호 세기는 섬모운동에 의해 주기적으로 변하는데, 이 신호에 푸리에 변환을 적용하면 신호주기에 대응하는 주파수 즉 섬모의 운동횟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측정 픽셀에서 주변 섬모들의 운동궤적이 서로 겹칠 수 있고 이로 인해 다수의 주파수가 검출돼 정확한 주파수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카메라 이미지에서 섬모세포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특정 섬모를 측정하기 위해 영역을 설정할 때 사용자의 판단이 개입돼 측정 오류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고자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 데이터에 모션 콘트라스트 영상법을 적용했다. 섬모운동에 기인한 신호성분만 걸러주기 때문에 개별 섬모세포 모습과 위치를 카메라 이미지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관심영역 내 섬모세포를 객관적으로 선택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또한 개별 섬모세포가 포함된 영역을 선택할 때 이미지 간 상관기법을 적용한 결과 프레임 단위로 신호 패턴들의 유사성을 수치화할 수 있었다. 기존의 고속 주파수 변환과는 다르게 신호 중복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개별 섬모의 운동횟수를 매우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매트랩 언어를 이용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사용자가 선택한 영역 내에 위치한 섬모들의 운동횟수를 자동으로 검출하고 영상화·정량화하는 소프트웨어 툴을 완성했다.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검증하고자 줄기세포로 유래된 3차원 폐 오가노이드 모델을 제작한 다음 폐 오가노이드 내에서 성장한 섬모세포들의 운동성을 측정한 결과, 정상 섬모세포들의 운동횟수가 사용자의 수기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점이 흐린 영상 데이터에서도 섬모 운동횟수 검출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연구책임자인 김준기 교수는 이번 호흡 기도 섬모운동 측정기술은 공학과 기초의학 두 분야의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개발됐으며, 디지털 이미지 처리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기초의학과 생명과학 연구에 바로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향후 세포 촬영이 가능한 고해상도 내시경과 임상 친화적인 SW 툴을 추가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 사업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의료영상연구 분야 권위지인 전기전자기술자협회 트랜잭션 온 메디컬 이미징(IEEE Transactions on Medical Imaging, 피인용지수 10.048)’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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