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마다 다르게 오는 코로나 특성 고려해야…보건당국 사회전반 책임 등 냉정한 평가 필요성도

임승관 안성의료원장(왼쪽)과 김창훈 부산의대 교수
임승관 안성의료원장(왼쪽)과 김창훈 부산의대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위드코로나’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위해 그동안 방역의 중심가치였던 과학기술보다, 사회체계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초기 방역 성공에 매몰돼 개선 없이 반복된 방식으로 정책을 시행할 때 수면아래 있던 실책들이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21일 대한예방의학회가 개최한 2021 가을학술대회에서 ‘뉴노멀 시대, 새로운 방역전략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패널로 참여한 전문가들이 이 같은 내용들을 짚었다.

안성의료원 임승관 원장은 “그동안 정책 효율성을 말해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매니지먼트가 가능한가 의문이었다”며 “오늘 생각하는 위드코로나 담론은 지속가능성에 대해 한국이 뒤늦게 직면한 질문이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람들은 그동안 방역수칙 준수의) 결과로서의 위드코로나라고 생각하지만, 인내하고 참아서 나오는 좋은 시절이 (위드코로나가) 아니다”며 “내내 적응해온 과정이 위드코로나로, 답이 아닌 질문이며, 과학기술이 아닌 사회체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강의를 다닐때에도 연령층별 적용되는 다른 표(연령별 코로나로 인한 질환 양상)는 자주 활용했던 표였다. 코로나19는 최소 2개 이상의 질병이다”며 “나이 많고 약한 사람의 코로나와, 그렇지 않은 젊은 사람의 코로나로 나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로나19는 방역 현장에서 고위험군은 젊은 층의 사회 경제활동을 위해 외롭더라도 모임을 자제하고 이를 감수하는 한편, 젊은 층은 조·부모님의 건강 생명을 위해 치명률이 낮음에도 백신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등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감염병이라는 임 원장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던져진 질문 같다. 21세기 인류가 세대간, 민족간, 국가간 연계를 어떻게 할지, 공동체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태계의 질문이다”며 “우리는 질문에 답할 마음에 준비가 과연 되었는가. 과학기술이 아닌 사회체계적으로 준비하는 풍토가 사회에 자리잡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대 의대 김창훈 교수는 좀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향후 코로나 대응이 방역을 위해 고려됐던 ‘과학 기술’이 아닌, 보건의료계,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사회시스템’으로의 접근임을 강조했다.

김창훈 교수는 “현장 방역요원으로 활동해 왔는데, 이 1년은 (코로나19 현실을 바라보는) 정리의 시간이 됐다”며 “방역을 계속 얘기해왔는데 사회체계로서 시스템이 키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 재난 상황에서도 재난 자체보다는 재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중요하듯, 코로나 자체에 대한 규모와 양상보다 (대응하는) 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를 통한 여러 가지를 성과로 볼 수 있지만, 부수적 피해도 있었다. 현재의 성과가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개인적 평가를 넘어 미래를 위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창훈 교수는 정부 재난극복의 주체에 대해 “‘방역당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의료와 방역은 실제로 하나의 문제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메꾸는 역할을 한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질병청·복지부의 역할조율은 충분하지 않았고,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후 다른 부처와의 조율도 충분치 못했다. 자치분권을 고려할 때 지역화된 대응을 위한 준비도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국은 주요 의사결정도있으나 전반적인 책임역할이있다”며 “적절한 역할을 분담하고 위임하며, 모니터링 등 전반적으로 대응하는 당국은 과연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는 앞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응 수단에 대해서도 “민간의료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많이 투입하긴 했지만 보건기관들의 역량이 부족했다. 해결을 위한 (공공의료 구축) 초기 노력을 처음부터 했더라면 부수적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며 “현재까지도 기관확충과 인력확충이 병원과 공공기관 모두 되지 못하고 있어 선택과 집중의 우선순위가 불가능하다. 대응해나가면서 역량을 키울 수 밖에 없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감염병 대응만으로 실제 유도한 역량을 이뤄냈는가도 되짚어봐야 한다. 코로나 환자 발생은 막았더라도, 이를 대응하기 위해 병원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며 전환할 때 발생한 피해가 있다”며 “병원들은 위기진료표준에 없는 문제, 지역 조정이 없는 문제는 (현행) 보건의료체계가 못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결국 권한을 갖고 역할을 분담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정 안되는 부분은 본인들이 하는 것이 당국의 역할로, 위드코로나와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공기관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창훈 교수는 아울러 “그동안 단선적이지 않은 복잡다난한 방정식을 만드는 것이 분명 불가피했고, 그럭저럭 해 왔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장기적 방향에 대한 정치적 방안이 부족한 점 역시 인정해야 한다. ‘성공의 역설’이라는 말처럼 성과를 갖고 냉정한 반성이 없다면 이 틀로 모든 시도를 하려할지 모른다”며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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