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에서 골다공증 중요한 질환-경제적 관리해야…순차치료 정립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진료현장에서 괴리감있어 개선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

골다공증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쉬우나, 골절로 이어지면 재골절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사망 및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재골절, 장애로 인한 입원이 장기화될 경우 욕창, 폐렴 등의 2차 합병증과 각종 질환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골다공증 환자는 ‘첫 골절 예방’을 목표로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골다공증 환자 10명 중 4명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약물치료를 받는 비율은 33.5%로,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6개월 이상 치료를 지속하는 비율은 절반 미만에 불과하다. 골다공증 약물의복약순응도가 절반 미만으로 낮아지면 치료를 받지 않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골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는 골절 예방의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 가운데 새로운 골다공증 신약이 등장하고 학술연구가 축적되면서 최근 ‘맞춤치료’, ‘순차치료’, ‘지속치료’ 등의 골다공증 치료패러다임이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10월 20일 세계 골다공증의 날을 맞아 대한골대사학회 김덕윤 이사장 인터뷰를 통해 ‘골절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골다공증 치료법과 치료 전략’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10월 20일은 세계 골다공증의 날이다. 국내 골다공증 유병 및 치료 현황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린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7%를 넘겼고, 2018년에는 14%를 넘으면서 고령사회가 되었다. 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전체 인구 5명 중 1명(20%)을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전세계적으로도 골다공증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골절이 심각하게 발생하는 연령대는 70대로, 평균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현장에서도 실감할 정도로 골다공증 골절이 흔하게 발생한다.

김덕윤 이사장은 골다공증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치료를 <br>중단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덕윤 이사장은 골다공증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덕윤 이사장은 "70대 여성의 약 70%가 골다공증 환자이며, 60대는 다시 반으로 나눠서 약35%, 50대는 약15% 정도로 보고 있 골다공증 환자로 집계되지 않은 인구 중 상당수도 골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골다공증 치료 대상"이라며 "하지만 대한골대사학회 연구에 따르면 10명 중에 4명만이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약물 치료를 시작한 환자도 여러가지 이유로 중도에 치료를 그만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덕윤 이사장은 "무릎 관절이 아프면 통증이 나을 때까지 병원을 찾지만 골다공증은 뼈가 부러지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환자가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중단할 수 밖에 없는 보험 문제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며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치료 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 골다공증의 날을 통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다공증 골절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골다공증 골절의 발생은 뼈가 부러진 특정 부분만이 아닌 전신의 뼈가 동일하게 약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으며, 다른 뼈도 머지않아 부러질 수 있다는 신호를 의미한다.

고령층이 대퇴골 골절을 겪게 되면 15-25% 환자가 1년 내에 사망하는데, 이는 같은 연령층의 골다공증 골절을 겪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배 가량 높은 사망률이다.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후유증으로 인해 걷지 못하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이 가능해지고, 누워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욕창으로 고생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골다공증은 치료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는데, 첫 번째는 골절이 오기 전에 최대한 골절을 막는 것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가 부러졌을 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도미노처럼 뼈가 연쇄적으로 부러지는 심각한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환자 본인도 모르게 발생할 수 있는 척추 압박 골절의 경우 1년 내 다시 뼈가 부러질 확률은 5~6배 이상 높아진다.

김덕윤 이사장은 "고령자패널조사에 근거한 분석 연구에 따르면, 50∼80세 중장년층에서 골다공증으로 인한 대퇴 골절이 1건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은 평균 1억2000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골절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연금 지출은 평균 7000만원 늘어나고, 세수는 평균 5300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인데, 해당 연구에는 환자를 돌보는 데 필요한 간병인 비용이나 사회적 비용, 조기 사망에 따른 부담 등은 제외되었기 때문에 골다공증으로 인한 실제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도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중간에 멈춘다고 하셨다. 치료 지속률이 낮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한골대사학회에서 5070 여성에게 골다공증 치료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48%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통증/불편감을 느끼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 도둑’이라고 불릴 정도로 환자의 치료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예전에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면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왜 약을 먹어야 하는지’, 이들을 설득해서 치료를 시작해도 ‘이제 괜찮아졌으니 그만둬도 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증상이 없어도 뇌졸중으로 앓아 눕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치료를 해야 한다는 개념이 정립됐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는 거의 없다.

김덕윤 이사장은 "골다공증과 골절도 인식 개선은 시급하다"며 "뉴스 등을 통해 골다공증 골절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환자들에게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다는 것이 질환이 아닌 교통사고처럼 일과성 사건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는 것.

김덕윤 이사장은 "학회에서도 골다공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열심히 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럼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하셨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골다공증치료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김덕윤 이사장은 "효과가 강력한 새로운 약제들이 최근 등장하면서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6개월에 한 번 주사하는 프롤리아는 기존 약제에 비해 골밀도 개선 효과가 크고, 10년 동안 효과가 지속되어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급여 기준도 이전 골다공증 약제와 동일하게 확대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김덕윤 이사장은 "순차치료 전략과 이에 적합한 가이드라인의 변화 덕분에 이전에는 치료하기 어려웠던 환자들도 치료를 할 수 있다"며 "2년 사이의 큰 변화는 로모소주맙이라는 골형성 촉진제가 중요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골다공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정의하는 골절 위험이 아주 심한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에게는 골형성 촉진제가 우선적으로 권고된다. 로모소주맙은 1년, 테리파라타이드는 2년 사용 후 다른 골흡수 억제제로 이어서 치료하는 ‘순차치료’ 개념이 정립되면서 상황에 따라 다른 약제로 바꾸거나 기존 치료를 유지하는 순차요법이 현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김덕윤 이사장은 "10년 전에도 효과가 좋은 골다공증 치료제가 있었으나 발생 빈도는 낮지만, 일부 부작용이 문제가 되면서 약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으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고 골형성 촉진제의 경우 당시 보험 기준이 엄격해 거의 쓸 수 없었고 테리파라타이드의 경우 매일 주사를 맞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과거 사용했던 약들은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가 좋은 약제들이 새로 등장하면서 치료제들의 역할이 재배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윤 이사장
김덕윤 이사장은 골다공증 치료에 ‘순차치료’ 개념이 정립되면서 상황에 따라 다른 약제로 바꾸거나 기존 치료를 유지하는 순차요법이 현장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으로 계시면서 현재 국내 골다공증 치료 환경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김덕윤 이사장은 "지난 9월에 대한골대사학회 정책토론회에서도 개진된 내용인데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제도적으로 골밀도 -2.5 이하로 국한하여 골다공증 치료투여를 재정적인 이유로 중단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을 재정적인 기준에서 의학적인 기준으로 바꾸고, 다른 나라와의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보험급여제도의 셋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덕윤 이사장은 "아까 말씀드린 로모소주맙과 같은 좋은 약제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골형성 촉진제 사용이 잘 안된다"며 "우리나라의 급여 기준은 골흡수 억제제를 사용한 뒤 반응이 없고, 골절이 발생한 65세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골형성 촉진제 치료에 대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의 부갑상선 호르몬 치료제의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했기 때문인데, 글로벌 골다공증 치료 가이드라인 및 현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고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덕윤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프롤리아에서 다른 약제(보통 비스포스포네이트)로 바꿔 적용하면 대부분 1년 사용한 후에 또 상황을 봐서 -2.5 넘어가면 끊을지 말지 결정하라는 것이 문제"라며 "골감소증인데도 불구하고 의학적으로는 골다공증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분명 존재하는데, 현행 제도에서 골다공증 치료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골대사학회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최초 골절을 막는 것이 예방적인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비용투입을 최소화해 저렴하게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툴인데, 그 부분에서 많이 취약해서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계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 임기 내 대한골대사학회에서 주력했던 부분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계획은?

작년도 임기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가 발생해 작년 상반기에는 학회 활동을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가을부터 적응하기 시작해서 하이브리드 또는 온라인 방식의 활동을 강화했다.

작년에 런칭한 대한골대사학회 유튜브 채널의 컨텐츠도 올해 더 풍성하고 다양해졌다. 유튜브 캠페인을 통해 환자들의 질환 인식 제고를 위해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 골다공증 진료를 받고, 치료가 진행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순서에 맞춰 생생하게 설명하는 컨텐츠를 제작했었다.

남은 역할은 코로나19 상황에 충실한 활동들을 잘 마무리하고,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차기 이사장에게 공유함으로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더라도 온라인의 장점을 계속 잘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학회 활동의 연속성을 위해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덕윤 이사장은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골다공증은 굉장히 중요한 질환이 되었고, 사회적으로, 의료경제학적으로 반드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발표된 글로벌 논문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40년까지 폐경기 골다공증 여성 환자의 골다공증 치료율을 12.53%에서 18.8%로 증가시키면, 440만건의 골절을 예방할 수 있으며 약 14조(135억 달러)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김덕윤 이사장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첫 번째 뼈가 부러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부득이하게 골절을 겪었을 때는 추가 골절을 막아 환자의 고통은 물론 골절로 인한 의료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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