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인인구 1000만 명, 치매환자 100만 명 예측…사회적 비용 고려해야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장...기대와 논란 속에 국내 3상 진행중
복지부, ‘국가적 차원에서 치매 치료 대책과 치매 관리 인프라 확보할 것’

[의학신문·일간보사=정민준 기자]매년 9월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로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와 함께 가족과 사회의 치매환자 돌봄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정한 날이다. ‘치매 극복의 날’은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의 뇌손상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기억력, 언어력,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는 상태이다. 대표적인 초기증상은 기억력 장애이며, 치매어르신의 기억력 장애는 경험한 것의 전체를 잊어버리고, 점차 심해지며 판단력도 저하된다는 점에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기억력 저하와 차이가 있다.

이 중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서서히 쇠퇴해 뇌 조직이 소실되고 뇌가 위축되면서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혈관성 치매는 뇌에서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서서히 신경세포가 죽거나, 갑자기 발생하는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해 뇌세포가 죽어서 생기는 치매를 말한다.

아직까지 치매 증상을 되돌릴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없다. 현재의 치료는 치매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증상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치매 증상의 관리와 유지를 위해서는 치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인구는 약 5000만 명이며 2050년에는 1억 5200만 명으로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60세 이상 인구 중 5∼8%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세계 사망 원인 5위가 치매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추정 치매환자는 74만 8945명(평균 치매유병률 10.0%)으로 2024년 100만 명, 2039년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민간적 노력의 집합체

국내에서는 한국치매협회가 1994년 치매와 관련 있는 의료·간호·노인복지·심리·법률·경영·영양·건축 등 8개 분야의 전문가와 치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치매환자 가족 등이 모여 치매를 예방하고 퇴치해 우리나라 치매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창립됐다.

한국치매협회는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복지수요와 치매환자 증가에 따른 치매 케어의 질적 향상 및 서비스 개선을 도모하고자 치매 전문 교육 및 컨퍼런스 등의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치매 전문 간호자 자격 과정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 안에 설치된 원격치매센터를 통해 병원에 직접가지 않고도 노인복지관, 노인전문 요양시설의 치매 환자가 화상을 통해 신경정신과 전문의, 간호학과 교수, 작업치료학과 교수 등의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정기적인 진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진료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외에도 치매 환자와 그의 가족들을 돕는 사회운동인 ‘실버씰 캠페인’을 진행하고 학술연구사업, 인지재활사업, 홍보출판사업, 서울형데이케어센터 운영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전통적 치매 치료제와 이와 전혀 다른 기전의 치료제 등장

◆한국에자이 치매증상 치료제 ‘아리셉트’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는 2000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출시된 이후 21년간 롱런 중인 오리지널 치매증상 치료제이다. 5mg, 10mg, 23mg 세 가지 용량 옵션을 통해 경증 치매부터 중증 치매까지 전 단계의 치매에 처방이 가능하며, 정제 외에도 구강붕해정, 구강용해필름 등 다양한 제형을 갖춰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중등도 및 중증의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아리셉트 10mg보다 고용량인 23mg을 투여했을 때 인지기능의 유의한 개선을 확인하는 등 아리셉트는 치매의 진행 단계에 맞게 용량을 조절해 환자별 맞춤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다.

아리셉트는 수십 년간의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 △이상행동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으며 경도 및 중등도, 중증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 아리셉트는 모든 단계의 환자에서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다.

또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의하면 2021년 1분기 아리셉트의 원외처방실적은 약 180억 원으로, 국내 치매증상 치료제 시장에서 처방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룬드백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에빅사’

에빅사(성분명 메만틴염산염)는 2003년 중등도에서 중증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부분 효능효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액상과 정제형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됐으나 액제는 약물의 복용량을 방울 수로 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2010년 1회 펌프 되는 용량을 5mg으로 맞춰 이 같은 불편함을 없애고 복용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한 펌프 제제가 출시됐다.

에빅사는 병 치료에 효과적인 NMDA 계열 의약품으로 뇌 속에 있는 NMDA 수용체에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학습과 기억에 관여)가 과도하게 결합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막아 기억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뇌를 보호해 병 진행을 줄이거나 막는다.

치료제 대부분이 경증과 중등도에서 주로 쓰이는데 에빅사는 중등도에서 중증 환자에게도 쓸 수 있으며 에빅사는 아리셉트 등의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병용요법할 때 이상 행동을 크게 개선한다. 초조, 공격, 과민반응, 식욕, 섭식장애 등에 효과를 보인다. 환자의 기억과 인식 기능도 호전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식약처에 공개된 수입실적에 따르면 에빅사는 액상 및 정제를 합쳐 2020년 약 77억 원 수입됐다.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바이오젠 ‘애드유헬름’

애드유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제약사 바이오젠(Biogen)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치하이머병(AD) 치료제로 미 FDA는 지난 6월 애드유헬름을 시판 이후 임상 4상을 통해 효능을 입증하는 조건을 판매를 허가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츠하이머병을 대상질환으로 임상 3b상을 승인해 대상군 모집에 완료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사용돼 오던 치료제들은 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그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물이 아니고 병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 또는 완화해주는 ‘대증 치료제’였으나 애드유헬름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이며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불용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단백(amyloid beta protein, Aß)을 뇌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거시키는 기전으로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근원적으로 병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원인치료제’이다.

하지만 동일한 디자인으로 실시된 2가지 제3상 임상시험에서 애드유헬름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들은 EMERGE 임상에서는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지만, ENGAGE 임상에서는 위약 투여군과 비교해 임상적 지표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상반된 임상결과가 나타나 FDA 승인을 둘러싼 논란이 붉어지기도 했다.

치매환자의 곁을 지키는 또 하나의 가족, ‘보건복지부’

정부는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환자 증가 추세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치매 치료대책과 치매 관리 인프라 확보를 위해 5년 주기로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치매관리법’을 제정했고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를 운영해 의료·돌봄 지원 강화 등 제도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제14회 치매극복의날 기념식
제14회 치매극복의날 기념식

보건복지부는 ‘치매 국가책임제’에 따라 지역사회 치매관리의 거점기관으로서 전국 256개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과 진단, 예방활동, 사례관리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2018년 1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해 인지적 문제는 있지만 신체기능은 양호한 치매환자의 경우에도 주야간보호 등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공립노인요양시설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치매전담형 시설 130개소 신규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의료지원을 강화하고자 건강보험 제도개선을 통해 중증치매환자의 의료비 부담비율을 최대 60%에서 10%로 대폭 낮추었으며 이러한 건강보험 산정특례 제도 시행으로, 2021년 8월 기준 약 7만 4,000명의 중증치매환자가 혜택을 받았으며, 1인당 본인부담금은 126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평균 72만 원이 낮아졌다.

보건복지부는 이외에도 실질적인 정책 대응을 지속하고자 지난 8월 ‘치매정책발전협의체’를 발족해 제1차 회의를 개최했으며 협의체는 치매관리정책을 내실화하고, 지역사회 치매환자 돌봄에 대한 새로운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협의체 1차 회의에서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치매환자의 증가, 가족 구성의 변화, 새로운 욕구를 가진 신(新)노년층의 등장 등 변화하는 정책환경과 수요에 대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한 지 4년 차가 되는 올해, 협의체에 참여한 여러 분야 위원분들의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통해 우리나라 치매정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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