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산유사체 사용 HBV 만성간질환 진행 억제 필요

임형준 <br>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임형준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만성 B형간염은 간경변 및 간세포암(이하 간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간염 퇴치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B형간염에 대한 보편적 예방접종(universal vaccination) 이 시행되면서 30여년이 지난 현재 30세 이하의 유병률은 1% 이하 수준으로 매우 낮아졌으나 아직도 중장년의 경우 3-4% 전후의 유병률을 보여주고 있다.

한번 만성 B형간염으로 진단되면 대부분에서 B형간염 표면항원(이하 HBsAg)이 소실 되지 않고 지속되기 때문에 평생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며, 간염의 악화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막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사용 널리 사용 중인 핵산유사체(nucleos[t]ide analogues) 계열의 약제는 HBsAg 소실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빈도가 연간 1%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일단 HBsAg 소실이 이루어질 경우 간경변으로의 진행 가능성, 간이식 필요성, 간암의 발생 위험 등이 모두 의미 있게 낮아지므로 이를 B형 간염의 기능적 완치(functional cure)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HBsAg 소실 시점에서 이미 간경변이 생긴 상태이거나 남자, 50세 이상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지속적인 간암 감시 검사가 필요하다. 이는 간세포 내의 HBV DNA 복제 주형인 공유결합폐환형 DNA(이하 cccDNA) 및 인체 유전자에 삽입된 바이러스 유전자의 존재 등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BsAg 소실로 판정하는 기능적 완치는 현실적으로 적절한 치료의 종료점(optimal endpoint)으로 판정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제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좀 더 많은 환자에서 기능적 완치에 도달하고자 다양한 새로운 B형간염 치료제가 개발 중에 있다. 이들은 B형간염 바이러스(이하 HBV)의 생활사(life cycle)에 작용하는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이하 DAA)와 인체의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쳐 효과를 유도하는 숙주표적치료제(이하 HTA) 등으로 크게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이중 현재 임상 시험 중인 대표적인 약제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간세포내 바이러스 진입 억제제(Cellular entry inhibitors)

HBV는 NTCP(taurocholate cotransporting polypeptide)라고 하는 수용체를 통해 간세포 내로 진입하게 된다. 이후 간의 핵내로 들어가 HBV 전사의 주형인 cccDNA로 변환하게 된다. 따라서 HBV가 간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저해하는 것은 바이러스 생활사 차단 및 증식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개발 중인 Myrcludex B는 DAA의 하나로 NTCP 수용체에 HBV와 경쟁적으로 작용하여 바이러스의 세포막 통과를 차단하는 효과를 보여 준다. 그러나 그 potency는 다소 약하여 단독으로 48주간 사용하였을 때 HBsAg 이 1 log 내외로 감소하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단, 페그인터페론과 병합하여 투여하는 경우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최근 contravir (CRV431) 약제가 테노포비어와 병합하여 임상 시험 중이다.

캡시드 조립 억제제(Capsid assembly inhibitors)

HBV 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의 하나가 캡시드 단백을 만드는 것이다. 캡시드 단백은 전유전체 리보핵산(이하 pgRNA)에서 만들어지며 복제된 HBV DNA를 함유하고 있어 완전한 바이러스 입자인 비리온(virion)을 구성하는 핵심이 된다. 또한 cccDNA와 상호 작용으로 전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캡시드 단백이 만들어지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지속적인 항바이러스 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임상 중인 대표적인 약제는 NVR3-778, ABI-H0731, RO7049389, JNJ-56136379 등이며, 현재 2상 임상 시험 단계에 있다. 이러한 약제들은 HBV DNA 및 HBV RNA를 억제하고 페그인터페론 등과 병합 시 상승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표면항원 분비 억제제(HBsAg secretion inhibitors)

현재 개발 중인 HBsAg 분비 억제제는 핵산중합체(이하 NAP) 계열의 약제로 미완성 단계의 HBV 바이러스 입자(subviral particle, SVP)가 간세포내에서 조립되어 세포밖으로 분비되는 과정을 저해한다. REP2139와 REP2165가 이러한 NAP 계열의 대표적인 약제로 현재 2상 임상시험에서 단독 및 테노포비어와 페그인터페론 병합 치료시 60%의 대상자에서 HBsAg 소실을 보여 주었다. 치료 종료 후 지속적인 HBsAg 음전을 유지한 경우도 35%에서 관찰되었다고 보고 되어 기대가 되는 약물이다.

리보핵산 저해제(RNA interference and antisense oligonucleotides)

HBV는 cccDNA에서 전사된 mRNA로부터 HBsAg 등 여러 바이러스 단백이 생성되므로 RNA 전사를 억제하기 위한 몇 가지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RNA interference와 항센스 올리고핵산체(이하 ASO)이다. RNA interference는 pgRNA 외에도 cccDNA에서 전사되는 모든 mRNA를 분해시키는 작용을 하여 HBsAg, HBeAg, HBcrAg 등 다양한 항원의 억제 효과를 보여 준다. 대표적인 약제는 ARC-520과 521이며, 임상시험에서 HBsAg의 유의미한 감소를 보여 주었다. 또다른 약제인 JNJ-3989는 cccDNA 외에도 인체 유전자에 결합된 바이러스 유전자에서 유래하는 HBsAg 단백에도 영향을 미쳐 좀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SO 계열의 약제는 표적 RNA에 상보적으로 결합하여 이를 분해시키는 작용을 보이는 약물로 GSK 3389404의 2상 임상시험결과가 보고된 바가 있다. 이 약제를 매주 3개월간 피하주사로 투여하였을 때 HBsAg의 빠른 감소 효과가 확인되었다. 다만 중단 후 다시 HBsAg 역가의 재상승이 관찰되므로 장기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Toll유사수용체 작용제(Toll like receptor agonist)

이 약제는 인체 면역체계를 치료 표적으로 하는 HTA의 하나이다. 본래 Toll유사수용체(이하 TLR)는 선천적인 면역체계(innate immune system)의 하나로 인체에 존재하며 병원체와 관련된 분자들의 패턴(pathogen associated molecular pattern)을 인식하여 면역 물질을 발생시킴으로써 이에 대항하는 자발적 기전을 보인다. 또한 적응성 면역체계(adaptive immune system)에도 작용하여 T 임파구의 분화를 돕는다. 따라서 TLR을 활성화 시키는 것은 HBV 증식을 억제하고 HBV 특이 적응성 면역반응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기전으로 개발된 TLR-7 작용제인 Vesatolimod(GS-9620)는 2상 임상시험에서 면역 체계를 활성화 시키는 효과를 보였으나 HBsAg의 감소를 확인 할 수는 없었다. Selgantolimod(GS-9688)는 TLR-8 작용제로서 최근 진행된 2상 연구에서 핵산유사체와 병합하여 사용시 유의한 HBsAg의 감소가 확인되었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치료용 백신(Therapeutic vaccine)

예방 백신이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돕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같은 맥락에서 치료용 백신은 인체의 면역 체계를 자극하여 HBV 특이 T세포 면역 반응을 회복시키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HTA이다. GS-4774는 이러한 치료용 백신의 하나로 경구 항바이러스제로 HBV 증식이 조절되고 있는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4주마다 20주 동안 병행 투여하였으나 HBsAg의 소실이 관찰되지 않았다. HB-110 역시 아데포비어와 병행 투여 시 뚜렷한 효과를 보여 주지 못해 향후 새로운 약제 개발이 필요하다.

위에 기술한 약제 외에도 cccDNA를 치료 표적으로 한 DAA 약물들이 전임상시험에서 검증 단계에 있다(CRISPR/Cas9 등). 또한 HTA중에도 항암제로 사용되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 point inhibitor)가 간염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향후 다양한 DAA 제제와 HTA 제제가 등장하게 되면 이들의 병합 및 복합 치료를 통해 HBsAg 소실이라는 기능적 완치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약제들이 대부분 1상 혹은 2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만큼 임상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현재 처방이 가능한 핵산유사체의 적절한 사용으로 HBV에 의한 만성간질환의 진행이 방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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