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안고 ‘도전하는 모험가’…전문성-산업 간 ‘브릿지’ 역할도 기대
“의사가 진료에 몰입하면 환자 한 명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의사가 기술 산업화에 도전하면 한 질병, 혹은 환자군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품과 의료기기도 만들 수 있다”
한때 보건의료 분야 기술혁신은 기업 부설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나, 최근 의료진이 전면에 서서 임상현장의 실질적인 수요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전문성과 현장 노하우를 겸비한 의사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회사를 만들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성공 사례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적지 않은 의료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은 확고한 의지가 없이는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려운 영역이며 안정된 선택에서 벗어난 모험으로 평가되는 의사 창업,
그러나 환자들을 향한 절실함을 바탕으로 우수한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상용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지 않는다면 결국 기술은 사장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의사들이 바라본 의사창업과 관련 연구회 활동과 성과, 젊지만 성공을 향해 매진하고 있는 창업 선배의 경험담과 이를 현실화 시키기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 등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실패 및 재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비롯한 각종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며 진료 현장에서의 아이디어와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의료산업을 이끄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더 많은 환자에게 기여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연재 순서]
① 임상의가 말하는“‘의사 창업’은 ○○○이다”
② 인터뷰-송해룡 의사창업연구회장
③ 인터뷰-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④ 보건산업 창업시장, 이젠 전문가가 나서야 할 때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인구고령화로 백세시대가 익숙한 반면, 정년개념이 사라지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大)창업 시대의 도래’는 어느 분야에나 예외는 아니다.
의사 직능의 경우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소위 ‘가운을 벗고’ 창업에 뛰어드는 사례들이 조금씩 주목받고 있다.
일간보사‧의학신문은 의사창업에 직접 발을 들여놓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옆에서 지켜본 임상의들을 중심으로 ‘의사 + 창업’에 대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미지를 확인해 보았다. 이들이 의사창업에 대한 임상의사 전체의 시각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 보건산업 진출에 대한 편린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모험가-먼저 임상의들은 의사 창업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필요한 분야이지만 아직까지 국내서 생소한 새 영역에 뛰어드는 용기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A 의사(대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새로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외국에는 이미 의사 출신 창업자가 많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환자를 진료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지는데요, 나쁘지 않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면적으로 사업에 뛰어드시는 분들도 있고, 부업처럼 하시는 분도 있는데 결국 안정적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다이나믹한 세계로 한 발짝 나아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B 의사(대학병원 신경과 교수): 흥미로운 도전
“환자치료에 있어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초기에 창업 비용 부담은 있더라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사업 마인드만 있다면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새로운 영역의 확장’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충분히 어떤 의사든 할 수 있습니다”
C 의사(개원가 외과의원 원장): 부캐 or 병원 밖 무한도전
“본업(임상의)을 하면서 부업처럼 창업을 하는 의사를 생각하면 ‘부캐(부캐릭터의 약칭. 또다른 정체성 등 의미로 사용된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업으로 하는 경우에는 병원 밖으로 무한한 도전을 한다고 느껴지네요”
“바이오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인류생명을 다루는데, 의사가 병원과 전공을 떠나 사회에 좀더 기여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효율로 보면 소규모 자본으로도 충분히 반도체 같은 산업 경제규모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또한 새로운 도전에 동반되는 리스크를 짚어내고, 가교 역할을 강조하는 답변도 확인할 수 있었다.
D 의사(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리스크
“부업이 아닌 전업이라고 한다면 단연 ‘리스크’를 말하고 싶습니다. 안정성을 가진 전문직역을 포기하면서까지 모험하고 도전하는 용기도 대단하다고 봅니다. 그 리스크를 떠안고 성공할 수 있는 전제가 있다면, 저라도 의사를 그만두고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E 의사(내과 출신 심사평가원 심사위원): 브릿지
“보건의료와 산업을 이어주는 중간다리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창업을 한다면, 의사라는 백그라운드가 있는데 거기에 +α(알파)의 탤런트(Talent)를 발견해서 의사 장점을 합치면 성공적인 창업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열심히 활동 해 준다면 의사와 의사 아닌 사람(관련 기술자 등) 중간에 브릿지(Bridge)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혜택은 결국 현장 임상의사에게로 돌아갈 겁니다”
◇창업이 무엇인가요?-한편 국내에서는 ‘의사 창업’이 이제 막 활성화되고 있는 단계인 만큼, 인식 영역 밖에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F 의사(의사 출신 공무원): I don't know
“의사 창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요? 그냥 강성지 대표(웰트), 이은솔 대표(욜로라이프) 이런 분들이 떠오르는데...기사에서 본 창업자들 말고는 솔직히 아는 바가 없습니다”
G 의사(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창업=개원?
“창업은 혹시 개원도 포함하는 개념인가요? (개원이 아니라면) 과의 특성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흔한 사례도 아니고 당장은 잘 모르겠습니다”
2부- <인터뷰-송해룡 의사창업연구회장>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