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등 분야규제 내용담은 김부겸 총리 규제챌린지 발언에 유감표명
"의료계 견해 반영안된 원격의료 추진, 1차의료 공급체계 붕괴 가져올 것"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비대면진료, 의약품 원격조제 등 분야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챌린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관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이필수)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은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원격의료의 문제점이나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 활성화를 강행할 시 기존 1차의료 공급체계의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경제인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의약품 원격조제, 약 배달 서비스 등의 분야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챌린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은 11일 "정부는 해당 과제들을 경제 단체와 기업이 직접 발굴했다고 강조했는데, 국민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된 비대면 진료, 의약품 원격조제 및 약 배달 등이 포함된 원격의료에 대한 과제에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보건의약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것은 잘못된 절차"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비대면 상황에서의 제한적인 소통과 근본적 한계로 인해 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한 국민의 건강증진 및 보건향상의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대면진료에 있으며, 원격의료에 논의되었던 만성질환의 경우도 대부분의 고령 환자들은 복합질환의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을 반복처방 받는 것 또한 의학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으로서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고 제한적 상황에서 보조 수단에 국한해 활용돼야 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최신식 첨단기술로 산업적 경제적 가치를 꾀하겠다고 하지만 의료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 공익적 가치이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며 신체 검진을 기반으로 한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격의료 관련 시범사업 및 각종 사업시 의료계의 의학적 견해와 의견 반영을 통해 정교하게 설계된 시범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원격의료 허용시 장비에 대한 투자로 인해,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추구할 가능성 존재 ▲원격의료시 정보통신 기술 결함으로 인한 오작동 및 보안문제 발생에 따른 책임소재가 의사에게 돌아가는 점 등을 의협은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특히 의협은 "원격의료로 인한 장비 투자로 인해 의료기관 영리화가 추구될 시, 상대적으로 일차 의료기관들에게는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어 대형병원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 이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심화시킬 것이고,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일차 의료기관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진료의 기본인 대면진료에 대한 문턱이 높아져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원격의료는 지난해 의료계가 결사 저지한 ‘4대악 의료정책’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정 협의체를 통해 발전적 방안에 대해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다"고 강조하면서 "일방적이고 경제논리에 매몰된 규제챌린지 추진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9.4 의정합의의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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