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발견으로 ‘당뇨병 관리의 시대’ 개막…맞춤형 치료 전략까지 급격한 진전 이뤄
EMPA-REG OUTCOME, REWIND 등 임상 연구 통해 당뇨병 극복 위한 가능성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올해는 당뇨병 치료 역사를 바꾼 ‘인슐린’이 발견된 지 100년이되는 해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당뇨병은 불치의 병에 가까웠지만 인슐린 덕분에 관리가능한 질환이 되었으며 지금은 맞춤 치료 전략을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했다.

■ 본격 당뇨병 치료 시대를 연 ‘인슐린’의 발견

당뇨병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고대 인도의 시집(詩集)에서는‘오줌을 많이 누며 심한 갈증을 호소하면서 점점 쇠약해지는 병에걸린 환자가 오줌을 누면 개미와 벌레들이 그 주위로 유난히 많이들끓는다’는 구절을 발견할 수 있다. 이집트 고대 문헌에서도 ‘오줌이 많이 나오는 병’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19세기 후반, 당뇨병은 다뇨, 심한 갈증, 게걸스러운 식욕, 진행하는 쇠약 등으로 규정 가능한 하나의 임상적 실재로 자리매김했지만, 환자의 대부분은 발병 1~3년 이내에 사망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내분비선으로 추정되는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되는 탄수화물의 대사 조절물질을 당뇨병의 원인으로추정하면서 병리학적 이해가 가능하게 됐다.

인슐린은 1921년 캐나다 정형외과 개원의인 프레더릭 벤팅과 토론토대학 의과대학생이었던 찰스 베스트에 의해 발견됐다. 이들은 송아지의 췌장에서얻은 추출액을 췌장이 망가진 실험용 개에게 정맥으로 주사한 결과, 혈당이 정상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가고 요당도 사라졌음으로 확인했고, ‘아일레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랑게르한스섬(islet)에서 만들어진 물질이라는 뜻이다.

1922년 14세 소년 Leonard Thompson은 세계 최초로 인슐린 주사를 맞은 환자가 되었고, 1923년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는 처음으로 인슐린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인류는 당뇨병을 의학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 진화하는 당뇨병 치료제, 대두되는 ‘맞춤형’ 치료

한 세기 동안 인슐린 치료는 급격한 진전을 이뤘다. 화학적 합성이가능해지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여러 종류의 인슐린 동족체가 개발되면서 혼합 제조된 인슐린도 출시됐다. 인슐린과 다른 기전의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당뇨병 치료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다양한 경구제제들이 등장을 했고, 인슐린으로 대표되던 주사 치료 옵션에서도 새로운 계열인 GLP-1 유사체가 출시됐다. 몇 년전 출시된 GLP-1 유사체의 경우 낮은 저혈당 위험, 체중 감소 효과 및 심혈관계질환에 대한 임상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년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고, 최근 발표된 ‘2021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첫 번째로 고려 가능한 주사 치료 옵션으로 인슐린과함께 기재되기도 했다.

또한 치료 전략도 보다 정교해지면서 수명 연장과 혈당 조절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환자의 라이프스타일 및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이나 만성신장질환 등합병증 관리 위험이 높거나 이미 동반질환으로 인해 치료 중인 다제복용자에게 맞춤형 치료는 더욱 중요하다.

이미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동반질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자의 임상적 상황을 반영한 치료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추가 약제 선택 시에심혈관계 질환 유무 및 관련 질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적절한 약물을 추가적으로 선택해 치료를 이어 나가도록 명시하고 있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는 ‘2021 당뇨병 진료지침’을 통해 병합요법약제 선택 시 혈당 강하 효과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및 체중 조절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야 하며,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 중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우선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 SGLT-2, GLP-1…인슐린 바통 이어 당뇨병 치료 미래 선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SGLT-2 억제제와 GLP-1 유사체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15년 발표된 SGLT-2 억제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의 임상 연구 EMPA-REG OUTCOME는 맞춤형치료 패러다임의 포문을 열었다.

7020명의 심혈관 질환이 있는제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대비 자디앙의 심혈관 안전성 발생률을 비교한 이 연구를 통해 자디앙은 당뇨병 치료제 가운데 최초로 심혈관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입증했다.

자디앙은 심혈관계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으로 정의되는 3P-MACE 발생 위험을 14% 감소시켰으며, 심혈관계 관련 사망 위험 38%,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 32%, 심부전에 따른 입원 위험을 35% 감소시켰다.

GLP-1 유사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의 REWIND 임상연구 역시 이러한 치료 트렌드를 반영했다.

트루리시티 1.5mg, 0.75mg
트루리시티 1.5mg, 0.75mg

심혈관질환을 동반했거나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있는 전세계 24개국 제 2형 성인 당뇨병 환자 9901명을 대상으로 트루리시티의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결과를 평가한 REWIND 임상 연구결과, 트루리시티는 심혈관계 관련 사망, 치명적이지 않은 심근경색 또는 치명적이지 않은 뇌졸중을 포함한 복합 평가 변수인MACE의 최초 발생까지 기간의 위험을 12% 감소시켰다.

특히 이 연구는 GLP-1 유사체 계열 치료제 중 최장 기간(추적 기간 중앙값 5.4년)에 걸쳐 진행된 심혈관계 결과 임상 시험으로, 심혈관계 질환 확진 병력이 없는 환자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점에서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현재까지 진행된 당뇨병 치료제 심혈관계 결과 연구 가운데 베이스라인 기준 당화혈색소 중앙값이 가장 낮은 연구(7.4%)로, 환자군의 성비 구성(남성 53.7%, 여성46.3%)도 실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성비와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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