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의 남양주 존속살해 발생에 백종우 신경정신의학회 이사 "정신건강심판원 도입해야"
보호의무자 동의 필요한 현 비자의입원 제도 대신 국가 적극 개입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남양주에서 치료 시기를 놓친 정신질환자에 의한 존속살해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준사법기관인 정신건강심판원의 설립 등을 통해 국가가 중증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에 적극 개입하는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반복되는 중증정신질환 관련 사고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중증정신질환자 국가책임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5월 초 남양주에서 조현병을 앓던 20대 남성이 아버지를 둔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담당한 남양주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미 한 차례 경찰과 119구급대원들이 출동해 남성을 입원시키려 했으나, 정신질환자 입원 제도상의 한계로 입원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사진)는 “이번 사건에서는 사건 발생전부터 환자의 위협적 언사가 있었다. 그럼에도 경찰이 충돌한 뒤 당사자 본인이 싸웠을 뿐이라고 주장하자, 당장의 위협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돌아갈 수 밖에 없었고, 이후 5월 5일 사고가 일어났다”면서 “해외였다면 경찰 출동 후 해당환자를 입원시키고 법원에서 본인의견 경청하는 과정을 거쳐 판사가 판단했을 것이다. 또한 퇴원이후는 정신건강 전문의가 매일 찾아가 관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이사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2018년 영양 경찰관 사망사건 등도 모두 현재의 정신질환자 입원시스템의 허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 이사는 2016년경 정신건강복지법 전부개정 및 2017년 시행에 따라 비자의입원이 어려워졌고, 입원률도 2016년 약 65% 수준에서 2017년 36.7%로 급격히 감소한 점을 언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원을 거부하는 자 중 '자·타해 위험'을 보이고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다만 보호의무자 2인의 신청이 있어야 2주간의 진단입원이 가능하며, 3개월 이상의 치료입원은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일치소견이 있어야 가능할 정도로 장벽이 높다.

백 이사는 “이 밖에 영양 경찰관 사망사건을 보더라도 자, 타해 위험이 있더라도 보호의무자가 퇴원을 원하게 되면 퇴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며, 외래치료명령제나 퇴원 후 사례관리 체계가 미비했다”며 “또한 정신건강응급개입팀 없이 경찰관만 출동했으며, 경찰에 의해 응급실로 이송했더라도 보호의무자의 동의 없이 입원이 불가능하고, 응급입원 규정은 있으나 사문화 된 상태다. 입원절차에 경찰에 대한 이송병원 정보제공이나 지정병원제가 없어 여러병원을 전전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이사는 중증정신질환의 국가책임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백 이사는 “언제까지 중증정신질환 부담을 당사자와 가족에게 맡겨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중증정신질환자의 입원과 치료 등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이사는 해결책으로 해외의 사법입원제도를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정신건강법정에서 전문 판사가 다학제팀과 함께 비자의입원 또는 외래치료지원제도를 심사한다.

호주는 정신건강심판원이라는 독립된 준사법기관을 통해 비자의입원과 외래치료지원을 대면 또는 화상회의를 실시해 본인의 의견을 청문한 후 결정한다. 대상자 지원과 관리는 공공병원(연계대학병원) 주치의가 다학제팀과 함께 관리한다.

백 이사는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우리나라도 정신건강심판원 등을 통해 인권과 치료보장이 이뤄져야한다”라며 “조기발견을 위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공적 평가체계, 정신응급과 이송에 대한 지자체와 공공의 책임성과 전달체계를 만들고, 정신건강심판원을 통해 비자의입원 결정을 가족과 의료진에서 사회로 가도록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백 이사는 ▲정신건강 복지법 개정을 통해 조기발견, 조기치료 지역사회 회복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과 환자인권을 동시해 보장할 것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권한강화와 사례관리자 확충 및 정부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도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에 동의하는 의사를 밝혔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은 “응급, 행정입원을 활성화하여 정신응급 대응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책임을 져 주시길 바란다”며 “24시간 응급, 행정입원을 전담할 의료기관의 병상을 충분히 확충하고, 그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지원을 아낌없이 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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