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급여로 지정돼 보험혜택 받을 수 있는 약제 60%에 불과...“유연성 있는 급여 모형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정민준 기자]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가 개발됐으나 실제 현장에서 의약품 접근성이 낮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속한 허가와 더불어 적재적소에 급여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왼쪽부터)은백린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좌장 최영현 국립한국복지대 특임교수, 강혜영 연세대 약학대학 교수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이태영)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갑)과 함께 ‘희귀유전질환 혁신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13일 개최했다.

은백린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희귀질환은 원인과 증상이 매우 복잡하고 질환 수는 많은 반면 질환 별 환자 수는 매우 적어서 질환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희귀질환은 대부분의 의학적, 과학적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치료방법 또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은백린 교수는 “실제로 전체 희귀질환의 약 95%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약제 및 진단법 수요가 적어, 개발 시 고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시장 영역이 아니다”라고 현실의 문제점을 공유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희귀질환 관리 및 지원체계 제1차 희귀질환 관리 종합 계획에 따라 희귀질환 환자 및 가족 삶의 질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 치료 및 예방을 위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정책방향과 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2020년 12월 기준으로 1038개의 희귀질환에 대해 희귀질환 산정 특례 적용 및 희귀질환 환자 의료비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은백린 교수는 “하지만 실제로 급여로 지정돼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약제는 60%에 불과하다”며 “희소성과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민간에서의 투자와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관리 및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산정특례 지원 이후에도 의료비가 연간 1000만 원 이상인 환자는 14.9%로 의료비 부담이 상당했고 이러한 이유로 가계생계비 중 2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경우도 50%가 넘는다”며 “치료제가 있더라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 구매 가능한 경우에도 비급여인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희귀의약품 생산규모는 2013년 216억 원에서 2017년 595억 원으로 증가했고,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규모는 2019년 기준 1449억 달러(약 164조 원)가량으로 연평균 성장률은 9%로 집계됐다.

은 교수는 “점차 증가하는 시장의 희귀질환 치료제 수요에 발맞추어 국내 개발의 신약 연구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국가이기 때문에 태어난 한 명의 아이라도 정상적으로 성장한 어른이 돼 사회의 일원으로써 잘 지낼 수 있도록 국가, 국민, 학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주제발표를 맡은 강혜영 연세대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외에서 혁신신약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빠른 보험등재를 위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이에 발맞추어 혁신 신약의 빠른 등재뿐 아니라 등재된 의약품들이 원활하게 환자에게 급여 되도록 제도적으로 준비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혜영 교수는 “식약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혁신 신약 신속 심사 확대는 희귀질환 환자들에 접근성을 높이고자 운영됐고, 국내에서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보험 급여 등재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일반적인 보험급여 모형에 의해 등재되기 어려운 의약품을 대상으로 혁신성이 인정되거나 환자의 접근성 향상 등을 위해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급여 방법을 ‘맞춤형 급여 모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실제로 희귀질환 의약품들은 기술적 특성에 따라 매우 높은 약가를 가지고 있으며 각 나라의 건강보험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라별로 다른 제도와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또한 국가가 갖추고 있는 인프라나 유병현황에 따라 해당 국가에 적합한 급여 모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우수한 혁신신약이 급여되기 위해 임상적·기술적 혁신성, 사회적 요구 등을 만족하는 약물에 대한 유연성 있는 급여 모형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의약품의 혁신성을 인정하면서 미충족 의료수요를 만족하는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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