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GC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가 허가문턱에서 좌절됐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자주 경험해온 일이긴 하지만 아쉽기는 매한가지 이다. 이번의 경우 향후 감염병 유행에 대한 혈장치료의 ‘플랫폼’ 마련이 기대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신약개발의 어려움을 새삼 절감시키는 한 예이다.

김영주 기자

이번 실패에도 불구하고 GC녹십자의 감염병 치료제 개발을 대하는 제약기업으로서의 자세에 대해선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다.

GC녹십자는 애시 당초 혈장치료제 개발을 통한 이익을 겨냥하지 않았다. ‘국민 보건 안정화를 위한 공익적 목적’이 개발동기임을 분명히 했다.

GC녹십자는 치료제 전면 무상 공급을 선언하고, 금전적 손해를 감내해가면서 오로지 국가적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회복기 환자들의 혈장 공여 단계부터 치료제 개발 및 생산에 이르기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여타 코로나 치료제 및 신약 개발과 동일선상에서 평가하고 판단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확증적 결과를 목적으로 한 혈장치료제 임상은 국내 피험자 모집이 힘든 상황일 뿐 아니라, 혈액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제제 특성 상 국가 별로 상이한 혈액관리법 탓에 다국가 임상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GC녹십자는 이번 결과와는 별개로 공익 차원에서의 약물 활용에 대한 방안 모색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과제를 완수하는 것만이 제약 기업의 역할인가에 대해 자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혈장치료제는 여전히 신종 감염병 발발 시 가장 빠르게 투약 가능한 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효능이 검증되는 등 팬데믹 위급 상황에서 유효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실제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치료제 중 가장 다수인 총 45건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 상황을 겪어오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많은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의약품은 개발 과정에서 높은 개발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수많은 시행 착오를 겪게 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신약은 시행 착오를 겪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약 역사상 신약은 단 33개에 불과하다.

아직 코로나19를 겪은 지 1년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에 치료제가 빠르게 개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약 산업을 탓하는 것은 과한 처사이다. 특히 GC녹십자와 같이 기업의 이익에 앞서 공익차원의 진정성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노력은 박수를 받을지언정 폄하되거나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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