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 1998년 원주시, 연세대 원주캠퍼스, 8개 기업들이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원주의료기기 창업보육센터를 개설했다. 이후 원주 의료기기산업 육성에 집중하여 122개사, 매출액 3천억원의 대표적 산업 혁신 클러스터로 발돋움 하였다(2019 식약처 기준). 국가혁신클러스터 지원사업, 규제자유특구 등의 사업과 관련하여 원주의료기기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백종수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원장

원주의료기기 산업육성은 기존 마스터플랜에 존재하지 않았던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어 일부 지역사회의 반대를 극복함으로써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하나되어 지역진흥사업과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수행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단기간 다수의 의료기기 업체의 지역유치 및 지역 대학의 위상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지역적 변화는 원주시의 정책적 측면과 동시에 지역 소재 대학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용공학과에 집중되었던 산학협력 체제가 주변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상지대학교는 한의학에 기반한 한방의료공학과를 신설하고, 한라대학교는 기존 자동차중심의 학과에서 I C T 융합공학부로, 강릉원주대학교는 의료기기 융복합학과를 새로이 열었다. 뿐만 아니라 원주 소재의 한국폴리텍대학은 의료공학과를 개설함으로써 의료기기 사업 전문인력을 양성중이며, 국내 최초 의료기기 마이스터 고등학교로 지정된 원주의료고등학교는 의료기계과, 의료전기전자과, 바이오의학과를 운영하며 미래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또한 원주시의 측면에서 의료기기산업의 추진은 기존 ‘군사도시와 소비도시’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건강생명도시’로 탈바꿈할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원주시는 2004년 ‘건강도시’, 2005년 ‘건강의료산업특구’ ‘의료기기 중심 지식기반형 기업도시’ ‘생명건강중심 혁신도시’와 같은 지역색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의 산업클러스터에 비해 규모와 지원이 취약한 편이다.

지금은 원주의료기기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약의 조건으로 첫째, 의료기기 산업의 육성형 펀드와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한다. 의료기기는 일반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연구개발과 인허가 획득, 시장진입과정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그만큼 투 자대비 회수기간이 길 다. 외국의 경우,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해당 산업 육성에 필요한 전문 펀드가 조성되어 적극 지원한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의료기기업체의 발전단계에 맞춘 투자형 전문펀드가 조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의료기기 산업육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세제 및 재정적 측면의 지원이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공동마케팅 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포화상태의 국내시장에서 밖으로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아야하는 시점에서 의료기기업체 상당수가 영세하다. 이같은 조건에서는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접근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막대한 공격적 마케팅에 희생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제품기획, 품질관리, 그 리고 마케팅 부 문에서 공통적으로 수행가능한 마케팅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네트워킹을 통한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의료기기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방안으로 의료기기업체, 관련 공공연구소, 최종 수요처인 병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협력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클러스터 내 기업 간 정보가 공유되어야하며, 공동부품개발, 공동마케팅, 공동국가과제 개발과 같은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 이는 네트워킹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

성공한 지역산업 클러스터는 사회적 환경과 문화, 산업 및 추진 주체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를 띠고 있다. 개개의 클러스터가 자신만의 발전모델을 기획하고 성공함으로써 정체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클러스터를 하나의 프레임으로만 보는 시야에서 벗어나야한다. 지역별로 차별화되고, 산업과 더불어 성숙해지는 유연한 성격의 클러스터 모델이 발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산업 클러스터의 도약을 위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역별 사례를 수집 및 분석함으로써 변화의 판을 만들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정책이 이루어질 때, 세계적인 의료기기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한 나라의 시민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백종수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원장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