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2500만원, 직원수 95명, 2021년 예산 466억’

중소기업 사장으로 이해될 법한 이 수치는 대한의사협회장이 받고 있는 대우이자, 위상이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대한의사협회장은 운전사가 딸린 전용차가 제공되고 연봉 외에도 일정 판공비를 사용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50개가 넘는 개별 학회를 거느린 대한의학회나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동네의원들이 단체인 대한개원의협회의의 상급단체이고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 뿐만 아니라 중소병원, 동네의원에 근무하는 11만명이 넘는 의사들의 중앙직능단체다.

이 단체의 대표가 바로 대한의사협회장(의협회장)이다.

의협회장은 크고 작은 병원에서 다양하게 이뤄지는 의료행위를 지휘하는 의사들의 대표라는 점에서 보건의료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코로나19처럼 종종 횡행하는 감염병을 최일선에서 온몸으로 싸우는 의료인이어서 항상 국민적 관심을 받는다.

그런 의협회장에 5월 1일 취임한 이필수 회장은 ‘의사협회 사상 첫 타이틀’을 달고 의료계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는 첫 비(非)서울지역 의대 출신이다. 1908년 ‘한국의사연구회’가 모태인 의협 113년 긴 역사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가톨릭대 등 서울 독점을 깬 첫 지방대(전남대) 출신이다.

첫 비수도권 출신 의사회장 답게 그의 행보도 심상찮다. 당선자 시설에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쉽게 면담했다.

일부 의협회장들이 껄끄러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면담과는 거리가 있는 장면이다.

이필수 회장은 의료계와 견원지간이라 해도 무방한 약사회장도 아주 편하게 만났다. ‘의사회장-약사회장 만남’ 이라는 쉽지 않은 그림을 쉽게 그렸다.

그는 김대업 약사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보건의약인이 잘 협력하고 조율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보건의약인의 협력’이라는 의약계 소통을 실천하고, 의약인의 종국적 목표인 ‘국민 건강’을 언급하면서 ‘국민 속으로’ 파고 드는 모양새다.

의료계 최근사(史)는 의협 집행부의 말 뿐인 ‘국민과 함께’를 보여줬다.

국민은 환자로 의사들의 고객이기도 하지만 주권자다. 국민의 선택으로 구성된 정부가 주권자를 무시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국민이 원하는, 국민이 좋아하는 정책을 정부가 만드는 일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국민 입맛에 맞춘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의료계가 무작정 반대하고 싫다고 한다면 국민에게 밉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국민들은 싸지만 양질의 진료를 받고 싶어 한다. 의료계는 발끈하지만 정부는 그런 기조로 간다.

발끈할게 아니라 ‘싸고 양질인 게 어디 있느냐’ 라는 논리로 국민과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나쁜 관계가 좋은 설득으로 결론 나겠는가? 걸핏하면 의사 위력을 보여 줄 태세로 덤벼드는데 국민에게 좋게 보일 리 없다.

그런 국민의 입에서 ‘건강보험료가 싸도 너무 싸요’ 라는 조력을 기대하기란 난망이다.

대한의사협회 제41대 이필수 회장은 첫 변방 출신이다. 기존에 하던대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의사의 권익을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보건의약인이 잘 협력하고 조율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자’라는 초심이 변하지 말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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