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개인과 보험사 사적계약을 병원에 업무부과 왜 시키나
"보험업법 개정안은 공보험제도 한계 정부·여당이 인정하는 꼴" 비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다룬 보험업법 개정안이 최근 잇달아 발의된 가운데, 의료계는 실손보험 계약과 무관한 의료기관에 자료전송 부담을 안길뿐만 아니라, 환자정보를 악용할 소지도 높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바의연)는 19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국회에는 전재수,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이 계류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추가 발의했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법안 자체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며 "향후 이 법안이 본 회의를 통과하여 추진되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소지가가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바의연은 법안 발의 취지인 '환자의 보험청구 편의'를 위해서는 "보험사별로 다양한 보험금 청구 방식의 간소화와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의연에 따르면, 보험사별로 보험금 청구 시에 요구하는 서류의 종류가 상이하고, 상당수의 보험사에서는 불필요하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이로 인해 환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

바의연은 "비급여 진료가 아니라면 모든 의료행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급여 진료의 경우는 처방전과 영수증 정도만 제출해도 실손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당하고, 비급여 진료의 경우에도 소액 청구인 경우는 큰 문제가 없으면 추가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방향이 환자 편의 측면에서 합당할 것"이라고 강조했했다.

또한 유사한 보험 상품이라도 보험사별로 요구하는 서류나 의무기록이 상이한 경우가 많아 이 부분에 대한 표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바의연은 보험사들이 데이터화 된 방대한 환자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 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 증가 등 각종 보험 분쟁이 늘어날 것도 우려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환자 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이용해서 손해율이 낮은 보험 상품의 개발과 기존 보험 계약에서의 보험금 지급 거부 사유의 확대를 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험 분쟁이 늘어날 우려가 높고, 이로 인해 실손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게 바의연의 설명이다.

또, 신규 실손 보험 가입 시나 기존 가입자의 보험 갱신 시에도 정보의 비대칭에 의해 국민들이 손해 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바의연은 환자의 의료 정보를 전문중계기관을 통해서 보험사에 넘기는 행위는 약학정보원 사태와 같이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위험이 있으며, 개인과 보험사가 맺은 사적 계약의 편의를 위해 계약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의료기관에 온라인 자료 전송을 의무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바의연은 “아주 중요한 개인 정보인 환자의 의료 정보가 환자의 사전 동의도 없이 의료기관이나 보험사가 아닌 제3의 기관으로 전송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설사 환자가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은 증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과 보험사가 맺은 사적 계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에 불과한 의료기관들에게 국가가 개입하여 부당하게 온라인 자료전송 같은 추가적인 업무 수행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고, 이를 거부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의료기관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이라고도 덧붙였다.

나아가 바의연은 실손 보험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결국 단일 공보험 시스템의 한계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다 보험자 경쟁 체제로의 보험 체계 전환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의연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보면 이러한 단일 공보험 체제의 한계점을 이미 국회에서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강보험 자체만으로 국민 의료보험 서비스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굳이 민간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실손 보험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의연은 “국회에서 나서서 개정안까지 발의해 가면서 실손 보험사들의 이익을 챙겨주고, 간접적으로 국민들의 실손 보험 가입을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단일 공보험 체제의 한계점을 명확히 인식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국민 앞에 현재까지 유지해왔던 단일 공보험 체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보험체계를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