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의원 주최 토론회서 행정부담·정보유출 우려한 의료계와 법 개정 주장 보험업계 대립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다룬 보험업법 개정안을 두고 행정부담·정보유출 등을 우려한 의료계, 이미 형성된 청구간소화 산업발전 저해를 걱정하는 산업계와 보험업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보험업계가 충돌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주최한 '민간(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지난 12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개최됐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계류중에 있다.

해당 개정안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해당 서류전송업무를 위탁하는 전문중계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지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 같은 청구간소화가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조장하고 환자 개인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 발제에 나선 법무법인 지우의 이준석 변호사도 ▲기존 의료법과 상충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게 보험금 청구시 필요한 의료비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의무를 지우게 하는 부당함 ▲보험회사의 경우 업무 간소화에 따른 비용절감 등의 수익증대를 도모하도록 하는 불합리성 ▲자료전송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과 문제 발생 시 법적 분쟁에 휘말림으로써 의사와 환자간 신뢰관계 훼손 소지 가능성 ▲환자 편익 증진 실효성 의문 등을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전문중게기관으로 심평원을 개입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평원을 민간보험사가 운영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과정에 개입시키는 것은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고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한다는 심평원의 기본적인 설립 목적과 역할 등에서 벗어나 심평원 설립근거인 국민건강보험법 위임 범위의 위반 소지가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평원이 실손의료보험 청구과정에 개입하게된다면 향후 실손의료보험의 심사업무도 실손의료보험사가 심평원에 위탁하게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보험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고 소액보험금 청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진료정보의 전자적 전송의무를 부과할 것이 아니라 계약당사자인 보험회사로 하여금 환자진료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 하면서도 보험청구를 간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특히 공적기관인 심평원을 중계업무에 개입시킬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보험사가 민간 핀테크업체와 협력해 보험청구 절차 간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업체인 김동현 지앤넷 대표도 “2019년 복지부는 의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해 환자 본인이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요청하는 경우에 혼자는 제3자에게 송부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환자의 요청에 응해야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면서 “유권해석이 내려진 현재에서는 굳이 보험업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의 업체를 비롯해 이미 가입자의 빠른 청구를 가능하게 하는 핀테크 업체들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 등이 가능하도록 구비되어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보험업법으로 의료기관에 서류 전송업무를 부과할 경우 신청과 청구의 주체가 달라, 가입자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보험 청구됐는지 모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정하는 당위성인 의료기관과 독자적 망 구축의 근거도 인터넷 망으로 바뀐 현재에서는 맞지않는 논리라고 언급했다.

전진옥 의료IT산업협의회 회장도(비트컴퓨터 대표이사)도 “보험청구는 의료기관에 의무화하기보다 민간 핀테크 기업이 선도하는 것이 옳다.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서비스경쟁을 통해 쉽고 안전한 서비스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다룬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시 ▲다양한 보험회사 청구양식에 맞춰 의료기관이 제출해야하는 부담 ▲청구데이터 보관시 개인정보보호 관련 의료기관이 지는 부담 등도 함께 지적했다.

의료단체들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보험업법 개정이 아니어도 이미 많은 병의원들이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시행중에 있으며, 환자편의 달성방안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불필요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불필요한 행정규제, 환자 정보유출의 부담이 있으며, 보험계약에서 아무것도 얽혀있지 않은 의료기관에 의무를 강제하는 부당함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비급여 통제 강화 목적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도 “이미 의료기관과 핀테크회사, 차트회사들이 참여해 환자의 실손보험 간편청구를 위한 자체적인 생태계 시스템이 구축된지 오래”라면서 “그런데도 일부 언론과 보험업계에서는 청구간소화가 없던 것 마냥 호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행정부담 늘리는 것 아니다‥의료기관 입장에서도 보험업법 개정 반드시 필요할 것”

이에 대해 보험업계 측도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인 시각과 반대의견으로 맞받아쳤다.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의료기관에서도 청구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장에 따르면, 실손가입자는 3800만명에서 최근 4138만명으로 증가해 전국민 80%정도가 가입한 상태다. 영수증 세부내역까지 포함할 경우 한 해 1억 500여만건의 청구시 4억건의 서류가 보험사에 들어오는데, 이 서류발급은 결국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등이 발급하므로, 이미 의료기관에서 상당한 행정부담을 가지고 있기에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이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박 부장은 “실손보험계약과 의료기관이 무관하다고 하는데, 이미 의료기관들에서 입간판만봐도 ‘실손보험 적용된다’거나 ‘실손보험 가입했냐’고 묻는 것이 상당수다. 누가 그렇게 생각하겠는가”라며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비증명서류 전송의무를 부과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청구전산화가 이뤄져도 환자가 어떤정보가 보험회사에 전송되는지 확인하게 되므로,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하지 않는 정보가 보험회사로 넘어간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율촌의 신영수 변호사도 “정보주체의 데이터 이동권에 따라, 신용정보법에도 자신의 정보를 금융위 등으로 보낼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데 암호화 등으로 기술적으로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도 “보험업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의료계 및 산업게에서 언급한 복지부 유권해석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 국민들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소액청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심평원 중계시 정보유출 가능성에 대해, 이미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경우 병원에서 서류를 전송하는데 정보유출 건이 아무것도 없었으며, 우려시 개정안에 처벌규정을 더 집어넣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인식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실손보험 청구에서 기술혁신이나 제출 방법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른 차원의 청구 불편함, 청구 간소화 되지않는 이유에 대해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민형배 의원은 토론회 끝에서 금융위 혹은 다른협회 등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전산기록 합의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은 “민간의료보험과 가입자 계약에서 의료기관이 무관한데, 의료기관이 이해당사자로 인식되는 것 같아서 의문”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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