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이자 사용자인 의료기관·환자 등 입장 고려한 제도 마련 조언
UDI 실효성 약화시키는 간납사 소분 요구 등에는 쌍벌제 도입 제안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료기기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UDI(Unique Device Identification: UDI) 제도 확대를 앞둔 가운데,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구매자이자 사용자인 의료기관과 환자 등 다양한 입장을 반영한 제도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또한 UDI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간납사의 갑질 및 소분 요구 등에 대해서는 쌍벌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주최한 '의료기기의 안전한 사용­유통관리 시스템 긴급점검 정책토론회'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UDI제도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과 의료기기 제조·유통·사용 환경을 반영한 제도 보완 필요사항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에서는 의료기기 표준코드 (Unique Device Identification: UDI) 제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도로 지난 2019년 7월 4등급 의료기기 제품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가깝게는 오는 7월 2등급 제품으로까지 확대 적용이 예정돼 있는데, 2등급 의료기기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국내 UDI의 본격 시행시점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 제조사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의료기기 구매대행 업체(간납사)가 의료기기 보고의무를 전가하거나 소분판매를 요구해 UDI 도입 실효성을 저해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먼저 UDI 제도 도입시 의료적 특수 상황에 맞는 제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인석 병협 보험이사

서 이사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선 환자 상태, 특성 등을 예상하고 기기를 구매해야 한다. 환자마다 체질, 신장 등이 다르고, 응급수술시 이는 시시각각 바뀐다”면서 “예외적 상황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제품 자체의 불량이나 문제가 개봉 순간에 발생할 수도 있다. UDI 제도 도입에 있어서도, 이런 다양한 의료적 특수 상황에 맞는 제도적 정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서 이사는 “UDI로 인해 개별 제품 관련해 담아야 할 정보가 너무 많다. 공급현황의 추적과 투명성 확보 이외에도, 정부가 필요해서 요구하는 정보들이 있고, 이런 것들은 실제로 병원과 공급자 입장에서 부담”이라면서 “꼭 필요한 가치있는 정보는 포함하고, 의료기기 사용추적에 큰 도움 안되는 정보는 과감히 빼야한다”고 밝혔다.

다만 간납업체의 갑질, 유통관행을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서 이사는 “흔히 ‘갑질’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간납업체의 관행에 대해서는, 자유시장경제의 현실에서 극단적인 상황이나 법규정 이외의 사항에 대해 일반화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간납업체가 여러 병원을 함께 담당하기도 하고, 의료기기 등 구입 관리에 있어 효율성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병원마다 규모와 상황이 다르고 변수가 있고 다양한 유통 주체와 방식이 있다. 획일적 규제로 중요한 것을 놓치지는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등의 경우 다양한 치료재료가 항상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다양한 과들이 있고, 동일목적의 재료라도 의료인에게 유독 익숙한 제품이 있을 수있다. 이런 다양한 경우에 맞춰 수술방에 (치료)재료들이 준비되어야 하지만 의료기기는 의료기관에 구입을 하더라도 구입가로만 청구가 가능한데, 다양한 재료를 구비하면서 발생하는 공간과 관리인력 관련 비용은 건보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이 간납이라는 게 서 이사의 설명이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장은 UDI도입 시 환자안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안전성과 유효성 관련해, 환자가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의료기기 전주기 추적에 있어 환자 관점은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료기기의 사용에 관련해서는, 의료기관이 따로 사용 보고를 안하는 것으로 안다. 부작용 등 관련해 사후적 신고는 하겠지만, 예방 측면에서 실제 사용현황을 보고하고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분판매 등 간납사의 ‘갑질’을 막기위해 최혜영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완제품 봉함 의무화 및 개봉 판매 금지 제도를 명문화하는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 김 소장은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이환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소분판매금지에 대한 최 의원의 법안을 지지한다면서

이환범 변호사

도 “다만 포장단위가 다양할 수 있어, 금지 규정만으로 이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느냐는 논란 여지가 있다. 물론 멸균 상태가 강하게 요구되는 경우 봉함의 의무, 개봉 금지는 기본적으로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변호사는 “법률안은 제조업자와 수입업자에게 개봉을 금하고 있는데, 소분판매가 제조수입업자의 필요에 의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제조수입업자 입장에선 포장 그대로 파는 게 이상적 상황이고. 뜯어서 팔아야 한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구매자 쪽도 사정이 있다. 보험청구 단위는 낱개라서 포장단위와 맞지 않고, 의료기기 특성상 여러 사이즈, 스펙의 제품이 요구되며 이로 인한 과도한 재고 부담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안이 제조판매업자만을 규제한다면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면서 “업체의 봉함 의무 준수도 좋지만, 구매자의 개봉요구도 함께 규제하는 것이 실효성을 더할 것”이라고 쌍벌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해 식약처 정재호 의료기기관리과장은 “최혜영 의원실에서 발의한 법안 즉 의료기기의 봉함의무와 개봉판매 금지에 대한 법안의 내용은 필요한 조치라 판단한다. 다만 현장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지 고려할 부분 있다면 하위법령 제정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UDI 시행시기의 유예에 대해서는, 이미 3년간 나눠 시행하는 방식으로 유예하고 있으며 공급내역 보고는 이보다 1년씩 더 유예기간이 있다”면서 "UDI의 당초 취지와 환자 안전, 추적의 효율, 합리적 체계 구축을 위해 각계 참여방안을 위해 노력하겠다. 의사 소통을 통해 필요한 부분 살피고, 반영할 부분은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