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분류 엉망으로 명확성 원칙 위배 – 실손보험사 대변 말고 원가산정 노력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차원준 기자] 전라북도의사회는 정부의 위헌적인 비급여 보고 의무화 등 감시·통제 정책 추진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8일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 공개에 관한 기준’을 지난해 개정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현황조사·분석·공개대상을 병원급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했다"며 "의료기관은 비급여 고지 대상을 모두 기재해 책자, 인쇄물 등의 형태로 의료기관 내부에 비치 및 게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고지해야 하며,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도 기존항목에서 52항목이 더 늘어나 616항목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은 건강보험법의 위임의 한계를 벗어나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개정이다"며 "이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비급여 설명·고지 의무화에 대한 위헌에 대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대한치과의사협회도 헌법소원을 함께 제기한바,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고시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법의 기준에서 의료기관에 비급여 보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조사 및 위임의 범위에 어긋아고 이를 의료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진료비 세부내역서와 비급여 자료를 심평원에 제출하는 것은 법률이 위임한 사항을 초과하는 권한을 넘어서는 행정권 남용으로 자료수집의 목적이 단지 실태 조사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질환별, 의료기관별 평가를 통해 개별 의료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정부에서 지정한 비급여 항목이 그 구체적인 ‘비급여 의료행위의 정의’조차 없어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현재 비급여 분류가 엉망이기 때문에 행위 재분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비급여 공개 항목을 정한 것은 행정절차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기관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현황을 조사·분석하여 그 결과를 충분히 산출 할 수 있음에도 시범사업 조차 하지 않았다"며 "적용대상인 의료계의 의견 또한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깜깜이식 개정을 통해 시행일부터 위반 시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는 과도한 규제로 전국에 있는 의료기관을 모두 범법자로 만들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더욱이 "급여항목은 국가에서 건강보험법으로 관리하게 돼 있고, 비급여는 통제보다는 자율에 맡겨야 국민이 바라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 비급여 마저 국가에서 이를 통제하고자 한다면 의료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것이 명백하다"며 '의료기관마다 환자의 상태와 의사의 판단, 그에 따른 치료방식, 숙련도, 의료장비 등과 같은 다양성이 존재하는데도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는 것은 의료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환자의 상태에 따른 진단과 치료계획, 맞춤형 치료방식이 필요함에도 단순 비교식 수가 공개로 인해 환자의 올바른 의료기관 선택을 막고, 오히려 환자들로 하여금 값싼 진료비를 찾아 다니는 의료기관 쇼핑을 부추겨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기준을 전문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비용’에 맞추게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는 비급여 관리 통제를 통하여 정책을 실현하려고 하나, 이는 비급여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비급여 진료의 근본 원인이 저수가 의료정책에 기인한 것인 만큼 비급여 문제는 저수가의 개선과 연동되면서 원가 산정을 위한 진정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결론적으로 "정부는 비급여 진료가 사회악인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여 실손보험사를 대변할 것이 아니다"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증진에 부합하는 적법한 제도 정착을 위해 위법‧부당한 비급여 보고 의무화 등 감시·통제 정책 추진을 전면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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