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등 의료계 소극대응으로 정책 입안 단계서 저지할 수 있는 골든타임 놓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및 통제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 반대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각 시도의사회에서는 연이어 반대성명을 내고 있으며, 일부 시도의사회는 관련 내용을 오는 24·25일 열리는 대의원총회 안건으로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의료계 전체의 대응이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6월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가격을 직접 설명하도록 하며,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의원급까지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또한 입법예고 전부터 정부는 비급여 코드 표준화를 추진하는 등 건강보험 종합계획 2020년 시행계획을 통해 적극적인 비급여 관리에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의료계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의협 등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입법예고 이전부터 비급여 제도개선 간담회 등을 통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8월 열린 비급여관리협의체를 두고 의협은 "정부 의도를 관철시키기위해 편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다는 비판을 제기했으며, 이후로도 지속적인 반대 성명을 던져왔다.

그러나 정책 입안 단계던 지난해에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쉽다. 특히 의협을 중심으로 볼 때, 정부 정책 대응시 '투쟁' 일변도를 보여온 40대 집행부였으나, 비급여 관리강화 대응은 단순 반대성명 배포와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왔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의료계를 넘어 정치·사회적 이슈로 확대된 공공의대 설립·의사인력 증원 논란에 비해 비급여 이슈는 자연스럽게 묻히게 됐다.

비급여 내역보고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정춘숙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11월 발의,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총파업 당시 비급여 이슈를 수면위로 올리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중이다.

그나마 지난해 말 의협 차원에서 회원 반대서명을 복지부에 전달한 것, 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이 발표된 후인 올해 초 대한개원의협의회에서 비급여 설명의무 개정안에 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 의료계가 행동으로 옮긴 전부였다.

정책, 법안의 입안단계와 그 후는 대응의 난이도가 다르다. 의료인 면허결격사유확대법 덕에 '타이밍'의 중요성은 의료계 스스로가 더욱 잘 알 것이다. 비급여 이슈는 의료계 입장에서 저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결국 각종 비급여 관리, 통제 강화 정책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해야 하는 이필수 차기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차기 집행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서 보건의료현안에 대한 더 이상의 늦장대응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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