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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신경외과 의사 폴 칼라니티유담 유형준 교수의 의사 문인 열전<24>
 

[의학신문·일간보사] 

폴 칼라니티(그림 우측 상단)와 『숨결이 바람 될 때』 표지.

폴 칼라니티(Paul Kalanithi)는 1977년 인도 출신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에서 열 살까지 살다가 애리조나의 킹맨으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고등학교에 다녔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 학사와 석사, 인간 생물학 학사를 취득했다. 그 후 케임브리지 대학 다윈 칼리지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와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처음에 영문학 박사 학위가 목표였지만, 예일대 의대를 다녔으며, 뚜렛(Tourette) 증후군 연구로 2007년 뛰어난 논문을 쓴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나훔(Nahum)상을 수상하며 졸업했다. 예일대에서 아내가 될 동료 의대생 루시 고더드(Lucy Goddard)를 만났다.

의과 대학을 졸업한 후 스탠퍼드 대학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 수련과 신경과학 박사후 펠로우쉽을 마쳤다. 그동안 스무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레지던트 연구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십 대와 이십 대에 신앙적으로 잠시 흔들릴 때도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희생, 구속(救贖), 그리고 용서에 삶의 가치를 두었다. 또한 젊었을 때 조금 더 종교적이었다면 목사가 되었을 거라고 스스로 회고할 정도로 독실했다.

레지던트 6년 차인 2013년 5월, 레지던트 과정 수료를 일 년 앞두고, 전이성 4기 비소세포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양성 폐암 진단을 받았다. 질병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았다. 또한 글로 죽음에 맞섰다. 이년 후 서른일곱 살에 숨을 거두었다. 여덟 달 후, 스탠퍼드대학 병원 내과 의사이던 아내 루시 칼라니티는 『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를 자신의 후기를 달아 랜덤하우스에서 출판했다. 널리 읽히면서 뉴욕 타임즈 논픽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의학은 칼라니티로 하여금 삶에 관해 더욱 명징하게 깨닫게 하였다. “나는 성적을 더 얻으려 애쓰기보다 의학을 좀 더 진지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가? 문학은 삶의 의미를 다채로운 이야기로 전해주었고, 신경과학은 그 이야기를 짓고 전달해주는 뇌의 규칙을 알게 했다.” 그는 문학적 창의성과 의학적 사실의 멋진 배분을 잘 알고 있었다. 의학 경력과 문학 열정의 마뜩한 균형이야말로 말기 폐암과 치열한 전투를 치른 용기와 그 용기를 문학으로 담아낸 원동력이었다.

삶의 가장 큰 신비 중 하나인 죽음, 이승의 삶 뒤에 오는 엄연한 미스터리. 신경외과 의사로서 또한 폐암 환자로서 칼라니티는 놀라운 산문으로 이 주제와 맞섰다. 그는 책의 서두에 영국의 시인 풀크 그레빌(Fulke Greville) 남작의 시 「천상(天上)의 83(Caelica 83)」을 인용하며, 둘째 행에서 제목을 따왔다.

“죽음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그대, / 이제, 그것은 한때 숨결이었던 바람임을 / 알 수 없는 새 이름들, 사라져간 옛 이름들: / 세월에 육신이 끝나고 영혼이 남을 때까지. / 독자여! 시간을 내라, 지금 살아있지만, / 그대의 영원까지 몇 걸음.”

삶의 숨결은 삶 이후의 바람으로 이어져 분다. 칼라니티의 숨결 역시 그렇다. 그의 글에선 여전히 가슴 저미는 꿋꿋한 바람이 불고, 예일대학 신경외과에선 2016년부터 매년 ‘폴 칼라니티 신경외과 전문적 탁월상(Dr. Paul Kalanithi Award for Professional Excellence in Neurosurgery)’을 수여하고 있다. 신경외과 의사, 작가, 치유자로서 끊임없이 노력했던 칼라니티를 기려 연민, 공감, 끈질긴 헌신 등의 특성을 보인 예일대 신경외과 레지던트에게 주는 상이다.

봄, 바람이 분다. 언제 어디선가 만났고 헤어졌을 이들의 숨결. 모든 호흡이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리로 나선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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