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급여 보고 의무화 등 감시·통제 정책 추진‥의료계 강력 반발·치과계도 반대 동참
이필수 당선인 대정부 협상력·의료계 직역간 조율 능력 등 시험대 오를 듯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확대 및 비급여 내역 보고 의무화 등 정부의 비급여 관리 정책에 대한 개원가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5월 출범을 앞둔 의협 이필수 집행부가 저지에 나설수 있을 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3월 26일 대한의사협회 제41대 회장에 당선된 이필수 당선인은 취임 직후부터 의사면허결격사유확대법 저지 및 수가협상 준비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빠른 대응을 약속했다. 그러나 여타 현안들이 이제 막 쟁점화 된 것과 달리,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통제 기조는 정책화·법제화가 대부분 완료됐다는 점에서 결이 다른 문제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각종 비급여 관리·규제 강화방안을 추진·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입법이 추진된 비급여 설명의무화 제도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또한 의원급으로 확대된 616항목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도 오는 8월 18일 실시될 예정이다.

특히 비급여 설명의무화의 경우, 제도 시행 4개월째에 접어드는 현재, 개원가에서 반발 목소리리가 높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비급여 통제로 획일적인 진료를 요구하고 있으며, 행정적으로도 과중한 부담을 의료기관에 전가시킨다”면서 “제도가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정부가 어떤 수정안을 제시해서든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도 전달했다. 헌법소원을 낼 예정인 치과계를 포함해 관여된 직역이 있다면 모두가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의원급 확대에 대해서도 반발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의료기관마다 의사의 실력, 인력, 설비, 부가서비스 등이 다른데도 이러한 개별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비급여 항목의 가격 비교만을 할 경우 국민들은 값싼 진료비를 찾아 의료기관 쇼핑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비급여 진료내역 보고가 의무화가 된 것도 의료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의 수정대안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기관의 비급여 내역(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관련 사항) 보고가 의무화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고 또는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한 경우’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한다. ‘보고 또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도 1차 위반시 100만원, 2차 위반 150만원을 부과하며, 3차 이상 위반 시에는 2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안이 6월 3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현재 정부는 상반기 완성을 목표로 의료계 및 외부전문가들과 논의하에 보고 기준, 횟수, 내용에 관한 하위법령을 준비하고 있다.

의견수렴을 위해 정부는 공급자단체, 복지부 및 산하 관련정부기관, 가입자단체가 참여하는 자문회의를 최근까지 총 3차례 개최했다. 향후 한 차례정도 더 개최한 뒤에 세부 방안을 확정,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회의에 참석한 의료단체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A의료단체 임원은 “비급여 목록 분류부터 비현실적이고 구체화 되어있지 않다. 정확한 비급여 보고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면서 “정확한 비급여 목록 분류 등 선행되어야 하는 행정적 준비가 이뤄지기도 전에 법 추진이 너무 앞서나갔다. 선결사항부터 준비되지 않았는데 위반시 과태료 부과부터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 병행(혼합)진료 통제, 장기적 위협‥‘선 넘는’ 손보사들과 손잡은 금융위도 부담

정부는 급여·비급여 병행진료(혼합진료)에 대한 모니터링 및 관리까지 준비 중에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에서 추진이 확정된 바 있는 이 정책은, 급여화가 필요한 비급여 목록을 알아보고자 하는 목적에서 실시된다. 동시에 정부의 관리강화대상인 선택비급여 영역에 대한 청구현황도 파악에 나선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급여병행 비급여항목의 모니터링을 위한 비급여 영역별 자료제출 방안과 자료제출 근거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며, 내년까지 전문병원, 공공병원 등을 중심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법적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비급여 내역 의무보고 세부 방안 마련에 집중하는 만큼, 관련 의견수렴 및 회의는 아직 진행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병행진료 제한시 궁극적으로 진료선택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급여화를 위한 파악으로 명시해놨지만 점점 관리와 제한이 강화될수록 의료기관입장에선 적극 진료하기 어려워 질 것이고, 국민 입장에선 진료선택권이 제한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손보업계가 비급여 관리 강화를 두고 손잡은 모양새도 의료계에 부담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제4세대 실손보험 상품 개편안을 발표했다.

올해 7월부터 출시예정인 제4세대 실손보험 상품은 비급여 할증제를 핵심으로 한다. 가입자의 비급여 이용에 따라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없는 72.9%의 가입자에 대해서는 5%할인에 들어가며 반면, 평균 지급보험금 대비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500% 미만(150만원 미만)인 3등급부터 1000% 이상(300만원 이상)인 5등급까지는 최소 100% 할증에서 최대 300%의 할증이 붙는다.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급여 발생 억제를 원하는 정부와 치솟는 실손보험 손해율 감소를 원하는 손보업계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 서로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B의료단체 임원은 “고가의 비급여 의료행위·수술을 필요로 하지만, 실손 보험료 할증을 우려한 환자들이 위축될까봐 걱정된다”면서 “비급여는 부정적으로 볼 것만이 아니라, 신의료기술 급여 진입의 가교역할을 해왔는데, 이를 통제하려고만 할 경우 전반적 의료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손보사 직원들이 의료기관에 찾아와 비급여 과다 산정 등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내용의 ‘이행협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횡포가 심해지고 있어, 오는 7월 실손 비급여 할증제가 도입될 경우 이를 토대로 더욱 의료기관을 옥죌 것이라고 의료계는 우려중이다.

◆ 의협 이필수 집행부의 협상력·직역간 조율 능력 시험대

결국 정부 주도 비급여 통제를 얼마나 잘 저지해 내느냐에 따라, 이필수 당선인의 임기 초반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필수 당선인이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대정부 협상력이 비급여 저지를 앞두고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쉬움이 지적되던 최대집 집행부 임기 초반 문 케어 저지 투쟁·협상 결과와는 궤를 달리해야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문 케어 저지를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던, 2018년 최대집 집행부와 상황은 비슷하다. 그러나 그 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면서 "당시 의정합의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필수의료 중심의 점진적, 단계적 보장성 강화 정책을 협의한다더니, 의정합의에서 약속한 저수가 해결도 현 시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합의 이후 뇌혈관 MRI 급여화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을 볼 때, ‘점진적’ 보장성 강화 추진이라는 것도 말뿐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정부에 끌려다니고, 말뿐인 합의에 그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력뿐만 아니라 의료계 직역간 단결·조율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 케어를 비롯한 정부정책 대응과 관련해, 그간 의협은 다른 직역단체뿐 아니라 ‘의사’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병원협회와 조차 서로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곤 했다. 이는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사사회 내부 목소리 반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이번 비급여 통제 강화를 두고서 병원계 등의 반발도 큰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얼마나 합치된 의견으로 조율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필수 당선인은 “개원가, 대학 교수, 봉직의, 수련의 등 의협의 다양한 구성원이 서로 화합하고, 치우치지 않는 정책과 회원보호를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당선인이 향후 비급여 통제 기조에 대한 의료계 반대 의견을 한 데 모으고, 정부를 상대로 실질적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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