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한국성과학연구협회 연구팀장 <내과 전문의>

[의학신문·일간보사] 전제가 무너지면 아무리 탁월하고, 훌륭한 논증도 그 힘을 잃고 만다. 또한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논쟁을 할 때 전제가 일치하지 않으면 결코 합의점을 찾을 수가 없다. 동성애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도 그 전제가 있다. 동성애 선천성을 인정하면 동성애는 피부색과 같이 선택할 수 없는 내재적 요인이기에 이를 질병으로 보거나, 이성애자로의 전환치료, 나아가 차별 금지법을 반대한 것도 힘을 잃게 된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동성애의 선천성 논쟁은 끊임없이 반복되었고, 현재에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동성애 선천성 논쟁은 전적으로 의학의 영역이다. 동성애자들은 동성애가 “born that way” 즉 “선천적으로 발생한다.”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쌍둥이연구, 유전자, 호르몬, 뇌구조 등의 연구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까지 동성애의 발생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를 바탕으로 의학계에서는 동성애 선천성에 대해 어떻게 밝혀졌는지 알아보았다.

먼저 동성애가 유전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일란성 쌍둥이의 동성애 일치율을 조사했다. 어떤 형질이 유전이라면 그 형질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 간에 일치율은 이란성 쌍둥이나 다른 형제들 보다 높아야 할 것이다. 동성애 유전성에 대한 쌍둥이 연구는 1952년 Kallmann(표변의 선택편향 문제 제기됨)의 연구를 시작으로 Bailey(1991,1992,2000) Kendler(2000), Bearman(2002), Långström(2010) 의 연구가 있다.

위 연구를 종합해 보면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동성애자일 경우 다른 한 명도 동성애자일 경우는 6%~32%로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여러 연구에서 표본의 수가 증가 할수록 점점 동성애 일치율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되었고, 조사 대상자 수가 가장 많았던 Långström(2010) 의 결과를 보면 일란성 쌍둥이의 동성애 일치율은 남성 9.9%, 여성 12.1% 로 대략 10% 정도였다.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 또는 쌍둥이가 아닌 형제자매 보다 높은 동성애 일치율을 보였고, 이는 마치 동성애 발생에 유전적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들은 일반적으로 이란성 쌍둥이나 쌍둥이 아닌 형제자매들에 비해 초기 애착 경험, 친구 관계와 같은 비슷한 환경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외모와 성격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들은 이란성 쌍둥이나 다른 형제자매들보다 더 비슷하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쌍둥이에게서 나타나는 10%의 동성애 일치율은 유전적 요소가 아닌 환경적 요소에 의한 것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 또한 위 연구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여성에서 유전영향이 약하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역시 동성애 형성에 유전 이외 다른 요인이 개입됨을 보여준다.

그 다음으로 ‘동성애 유전자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동성애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X염색체 위에 있는 유자자군 Xq28 이 남성 동성애와 연관 가능성 있다.’ 결과를 1993년 Hamer 가 사이언스지에 발표 된 후 본격적으로 진행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Rice(1999), Mustanski(2005), Ramagopalan(2010) 등의 연구를 통해 Xq28 이 동성애와 상관이 없다고 밝혀졌다.

21세기 들어오면서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로 어떤 한 특성이 어느 유전자 연결되는 지를 밝히는 전장유전체연관분석연구 (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우선 Drabant(2012), Sanders(2017) 이 발표한 GWAS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동성애 관련 유전인자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2019년 사이언스지에 Andrea Ganna 등이 약 47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GWAS 연구를 발표 하였다. 결론적으로 단일의 동성애 유전자(gay gene)은 없었다.

비록 동성애 성행동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을 보인 5개의 유전자 변이를 발견 했지만, 이들 5개 유전자 변이를 전부 합쳐도 1% 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5개의 변이는 조현병, 우울증, 양극성 장애, 대머리, 후각과 연관성이 밝혀진 것으로 정신질환과 동성애의 연관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이외에도 동성애의 선천성을 주장하는 여러가지 가설(뇌구조 가설, 성호르몬 가설, 면역가설, 후성유전 가설) 등이 있지만, 가설일 뿐 선천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연구가 거듭 될수록 유전보다는 오히려 정신, 사회적 요인, 개인의 선택에 의해 동성애가 발생 하는 것에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다. 명백한 연구결과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 의학계에서 동성애 선천성에 대한 바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치가 과학을 삼켜 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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