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와 태아 사망률 50%…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등 협진 빛나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희귀 질환을 앓던 20대 산모가 다학제 진료를 통해 출산에 성공해 화제이다. 주인공은 아이젠멩거 증후군에 걸린 임산부 강모(29세)씨. 일반적으로 아이젠멩거 증후군에 걸린 환자는 산모와 태아 모두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상태에 놓인다.

강씨가 처음 자신의 질환을 인식한 것은 지난 1월 21일이었다. 임신 36주차였던 강씨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 흉부 영상진단과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질병을 의심하게 됐다. 출산이 임박한 강씨는 다급한 마음에 인근 심장전문 병원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심초음파 검사로 심방중격결손에 의한 아이젠멩거 증후군 진단받았다.

주치의였던 폐고혈압센터 정욱진 센터장(심장내과)는 “특히 출산 직후 체내 호르몬과 자율신경계의 급격한 변화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이라며 “강씨는 폐혈관수축 때문에 출산 후 임산부들이 일반적으로 투여받는 옥시토신을 투여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우심실 기능 저하로 인한 부정맥에 의한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어 모니터링이 요구됐었다”고 말했다.

입원 다음 날 우심도자술검사를 통해 확진과 중증도 평가가 이뤄졌다.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는 실데나필과 트레프로스티닐 2가지 병용요법을 실시했다. 폐동맥고혈압전문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약제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치료에 필요한 용량을 일시에 투여할 수 없었다. 높은 용량의 약제가 자칫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이 임박한 강씨에게 제왕절개는 큰 위기였다. 건강한 산모에게도 위험한 상황인 제왕절개는 아이젠멩거 증후군에 걸린 강씨에게는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강씨의 건강한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전문의의 실시간 협진이 필요했다.

제왕절개 집도는 고위험 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김석영 교수에 의해 최소침습적으로 이뤄졌다. 섬세한 집도가 이뤄지는 가운데 마취과 이경천, 이미금 교수와 폐고혈압센터 정욱진 교수가 수술장에서 직접 혈역학적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혹시 모를 혈압 저하 및 부정맥 발생 시 체외막산소발생장치(ECMO) 즉시 삽입을 위해 흉부외과 최창휴 교수가 대기했다.

숨막히는 긴장의 시간이 한동안 지나고, 김 교수팀의 능숙하고 빠른 수술로 건강한 여아가 태어났다. 태아는 대기하고 있던 신생아중환자 전문치료팀에 안전하게 인계됐다. 출산 기쁨도 잠시, 척추마취 상태의 강씨는 출산 후 발생할 질환에 대비해 심혈관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부정맥과 혈역학적 모니터링을 받은 강씨는 다행히 특별한 이상이 없어 건강한 모습으로 일반병실로 당일 인계됐다.

정욱진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임신은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금기 시 되고 있고, 임신 초기라면 치료적 유산이 권유된다”며 “이 환자의 경우 본인의 질환을 모르는 상태에서 임신이 이뤄졌고, 이후 전체 혈액량 30~50% 정도가 증가하면서 폐동맥에 흐르는 혈액량이 증가해 폐동맥압이 높아져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출산은 산모와 태아 모두 초고위험 상태이지만, 이번에 폐고혈압센터와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마취과, 흉부외과 등 유기적인 다학제적 협진을 통해 산모의 건강을 지키고, 성공적인 출산이라는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폐고혈압센터에서 계속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예정으로, 내원 2주, 수술 1주일만인 지난 4일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태아와 함께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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