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약 성명…음지에서 사용되는 낙태약 품질‧사후관리 어려워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약사단체가 정부에게 낙태약 ‘미프진(성분명 mifepristone)’의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해외직구 차단이 아닌 공적체계 내에서의 사용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건약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1년 1월 1일부터 낙태(임신중지)는 더 이상 죄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자연유산유도제인 미프진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어둠의 경로로 약을 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임신중지가 불법은 아니지만, 합법도 아닌 이상한 현실 때문으로, 법적으로 가능한 임신중지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에서 받는 병원에서의 수술뿐이기 때문이다.

건약은 “미프진을 둘러싼 눈치싸움 속에 여성의 권리는 외면받고 있다. 여성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미프진 도입이 시급하다”며 “지금도 미프진을 키워드로 인터넷과 SNS 검색 결과로 나오는 수많은 미프진 ‘직구’ 접근 사이트들의 존재를 미뤄보면 미프진에 굉장히 많은 수요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연유산유도제의 사용은 비침습적으로 임신중절이 가능하며 시술할 숙련된 인력, 의료장비, 시술 중 감염, 마취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당사자들에게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도 적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건약은 음지에서 사용되는 미프진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규제당국이 검증한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약물 용량, 적합한 부형제는 물론 주성분조차 보증할 수 없으며, 공적체계 내에 있다면 이뤄질 부작용 등의 모니터링과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불가하다는 이유에서다.

건약은 “정부는 불법 유통을 막는다는 이유로 미프진의 온라인 거래를 막는게 능사가 아니다. 이제는 민간제약사의 미프진 품목허가만을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제약사들은 미프진 정식품목허가 자체로 ‘낙태약 판매 회사’라는 낙인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 민간 제약사의 허가 신청을 기다리기보다, WHO가 지정하는 필수의약품인 미프진을 공적 공급망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국회에는 “2020년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을 흐지부지 넘겨버리고, 여성들을 애매한 무법지대에 놓이게 한 장본인”이라고 질타하며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의 관리 속에서 임신중지가 행해질 수 있도록 여성들이 원하는 모자보건법 등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한 입법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약은 “미프진의 불법유통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반복된 문제임에도 정부는 사이트를 단속하는 방법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임신중지 문제가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옛 시대의 잔재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미프진의 ‘직구’ 단속이 아니라 공적체계 내에서의 미프진 사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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