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다양…‘회사는 사회적 지위, 재산 증식은 재테크로’
‘월급으로는 불확실한 미래 대응 어려워’…‘업무 집중력과 의욕 떨어트려’ 고민도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집값 상승과 주식시장의 활성화 등 사회적으로 재테크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보건의료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재테크에 열중하는 직장인들 또한 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 처지에 따라 사뭇 다르다.

젊은 직장인들의 재테크 붐은 작년부터 불붙기 시작한 주식 시장에서 드러난다. 15일 의료계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20~30대 중심으로 주식 투자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까지 등록돼있는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3620만개로 작년 한 해에만 700만개 이상의 계좌가 증권사에서 신규 개설됐다. 이 가운데 절반은 20~30대가 개설한 계좌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는 ‘재테크 붐’은 주식을 넘어, ‘전통의 강호’ 부동산부터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가상화폐까지 다양하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은 작년 2분기부터 직장인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해 공매도 금지 이슈 등에 힘입어 ‘동학개미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을 직격으로 맞은 부동산은, 예전만큼의 위상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지만 안정된 자산이라는 사회적 각인 효과를 아직 누리고 있는 재테크 방안 중 하나다. 지난 12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로또 1등 당첨자 중 42%가 ‘당첨금으로 주택·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최근 일일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외에서도 가상화폐 결제 허용 추진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판단해 시장 투자에 참여하는 개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흡연실·화장실 ‘들락날락’…‘핸드폰을 손에서 뗄 수 없어’

직장인들의 주식 투자는 대부분 ‘핸드폰’으로 이뤄진다.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핸드폰 앱을 지원해 빠른 계좌 개설과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예전처럼 회사 컴퓨터로 진행하는 방식도 있지만, 직장 상사에게 걸려 지적받거나 일부 기업에서는 아예 주식거래를 차단하는 경우가 있어 거의 대부분의 주식 거래는 핸드폰으로 이뤄진다.

업무중 주식 거래에 참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주식 시장에서 ‘가장 핫한 시간’ 중 하나인 9시가 되면 직원들은 흡연실이나 화장실, 혹은 본인 자리에서 주식 시장을 빠르게 살펴보고 거래를 진행한다. 이를 감독하는 중간 관리자들도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주식에 빠져있다는 것이 기업 경영자들의 호소다.

자연스레 점심 식사 시간의 주제도 주식투자 관련이 주를 이룬다. 아예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주식 투자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도 있으며, 같은 주식을 산 동료 직원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바쁜 직원 대신 매도와 추가 매수 타이밍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사무직이 아닌, 대형병원 간호사 등 현장직에게 ‘주식 실시간 거래’는 상당히 어렵다. 대신 이들은 일명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이라고 판단되는 종목, 즉 우량주에 대한 투자 빈도가 많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테크에 눈뜬 직장인 중 일부는 아예 주식이 아닌, ‘목돈’을 갖고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도 한다. 한 바이오기업의 임원은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휴일에 ‘저평가된 지역’을 찾아 여러 곳의 부동산과 매물을 방문하는 이른바 ‘부동산 투어’가 취미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부담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그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부동산만큼 안정적인 자산은 없다’는 것이 평소 그의 지론이다.

IT에 상대적으로 밝은 20~30대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를 넘어 직접 가상화폐 ‘채굴’에 참여하기도 한다. ‘채굴’은 가상화폐의 암호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획득하는 방법을 말한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가끔 게임만 하는 컴퓨터가 아까워서’ 가상화폐 채굴을 시작했다. 이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경우 하루 사용 전기료와 채굴 채산성 등을 따지니 한 달 순이익이 20~30만원 수준이 나왔다. 물론 컴퓨터 사용에 따른 감가상각 등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그는 “지금은 그래픽 카드 가격 상승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커져 큰 매력이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그래픽 카드를 여러 개를 구입해 전문업체에게 맡기고 상대적으로 산업용 전기를 이용해 채굴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내 미래 책임지지 않아 Vs 업무 지장 크지만 달리 방법 없어

20~30대 직장인들의 ‘재테크 몰입’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가 가장 크다. 젊은 직장인들의 ‘고민’은 직장에 30년 근속해도 집값 상승으로 인해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점, 출산률 하락 등으로 촉발되는 국가 생산성 감소, 노후 불안 등 미래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재테크 몰입은 결국 ‘생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 병원 사무직 직원은 “주변에선 병원 정규직 입사로 ‘인생 폈다’ 하지만 결국 월급은 고정 수입”이라며 “나오는 돈은 뻔한데 이 조직이 내 노후를 책임져주진 않으니 제 살 길은 본인이 만들어가야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바이오기업 직원은 “특히 작은 기업들은 기업의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일개 직장인이 회사에 충성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을 가능성은 스톡옵션 등 일부 특수한 경우만 해당된다”면서 “받는 만큼만 일하되, 재테크에 더욱 시간을 쏟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길”이라고 토로했다.

역설적으로, 근로 소득보다 재테크를 통한 재산 소득이 더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재테크로 많이 벌어도,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과 직업은 있어야 한다”면서 “회사에 ‘올인’하지 않고 적당히 근무 여건과 일상생활을 조율해 삶의 만족 또한 높다”고 설명했다.

관리자와 경영자들 또한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바이오벤처기업의 경우 IPO 등의 이슈 없이는 내부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가 전혀 되기 어렵다는 고민도 함께 갖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들의 주식 투자에 대해 ‘내부 정보 거래’ 등의 불법 사례 등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지나친 개입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경영진과 관리자들은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의 재테크 몰입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들 뒷모습만 봐도 저 사람이 일을 하는지, 주식에 몰두하는지 훤히 보인다”면서 “일을 팽개치고 주식만 들여다보는 직원은 업무 성과 면에서도 바닥을 긴다”고 지적했다.

수술·중환자 간호사 등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은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있다. 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원내에서 환자 보느라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사무직은 느긋하게 핸드폰 보면 주식투자 하는 경우를 보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재테크 참여에도 귀천이 있는 듯 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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