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상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산업인력팀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산업이 K 방역 산업이다. 그 중에서도 의료기기 산업은 단연 최고가 아닐까 한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기업들만큼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오늘은 누구도 선뜻 이야기하지 않는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바로 인력난, 정확히는 구인난이다.

실업률이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난을 이야기하다니 배부른 소리하는 거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다. 풍요 속의 빈곤. 모든 사람들이 잘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체외진단키트를 만드는 기업들은 저녁 10시가 넘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공장은 공장대로, 사무실은 사무실 대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의료기기를 생산해서 일선에서 활용되기까지는 생산부서에서부터 인허가, 연구개발, 품질관리, 물류까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런 모든 일정들을 현재 기존 인력이 감당해내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채용을 늘리면 해결되지 않는가라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채용공고를 내도 사람들은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많은 의료기기 기업들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면서 구인구직 사이트, 헤드헌팅, 직업소개소 등에 돈을 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추천을 받아도 채용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분야, 전공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근무환경이 나빠서? 의료기기 제조기업은 대부분 GMP 규정을 준수하고 있어 열악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일까. 기업들이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해석하면 ‘산업계에서 필요한 훈련된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료기기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특성화고, 대학, 대학원 등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지만, 의료기기 제조기업과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기업들은 웃돈을 주고 의료기기 분야 경력자를 모시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경력자가 또다른 의료기기 기업의 재직자다. 결국 인력은 한정된 공간에서 계속 돌고, 기업의 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해외 기업들은 인턴제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방학기간 동안 현장 체험을 진행한다. 학생은 학비를 벌 수 있고, 기업은 채용하기 전에 업무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팀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멘토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결국 채용으로 이어지는 형태다. 이는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분야는 인재를 채용하기보다 기업들이 길러내야 하는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의료기기 산업으로 법령, 제도, 규격이 수시로 변화한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이런 흐름에 따라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CHAMP)’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회원사 여부에 상관없이 고용보험에만 가입돼 있으면 조합과의 교육 협약을 통해 누구나 비용 부담없이 들을 수 있다.

올해는 기존 18개 과정을 의료기기 기업들의 수요조사, 현황 파악, 환경 변화, 훈련 수준 등을 반영해 34개로 개편하고, 기업들의 업무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16시간 과정을 8시간으로 재편했다.

또 의료기기 기업의 교육체계 수립을 지원하고, 공통된 이슈에 대해서는 별도 교육 과정을 수시로 개설해 운영하기로 한 것은 물론 국가직무능력표준(NCS)도 기존에 개발된 품질관리, 인허가, 연구개발, 생산 등 4건을 모두 개선하고, 신규로 모바일헬스케어 분야도 개발을 진행한다.

실제로 이런 노력도 결국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교육기관과 조합의 노력이 적절하게 믹싱된다면 꽤 근사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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