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환급 이유 관련 보험금 지급 거부…'사적 계약 무력화'
암환자권익협의회, "상환제 없애고 중증치료지원으로 전환하라" 요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중인 본인부담상한제도를 실손보험사들이 역이용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오히려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는 왜곡된 본인부담상한제를 바꿔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대표 김성주)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본인부담상한제도 환급금의 성격에 관해 질의했다.

관련해서 보건복지부는 본인부담상한제는 고액의료비로 한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본인이 연간 부담하는 본인일부부담금의 총액이 개인별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을 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본인부담상한제의 환급금은 국민보건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을 위해 국민의 질병, 부상에 대한 예방 및 진단, 치료, 재활 등을 목적으로 실시되는 현금급여로써 소득보전차원의 공적급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적 현금급여인 본인부담금상한제의 환급금은 사계약인 실손보험의 보험금과는 별개의 성격을 지닌 급여이므로 실손보험의 보험금과 함께 논할 대상이 아니라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이러한 복지부의 해석을 근거로, 최근 실손보험사가 표준약관에 관련 조항을 삽입하고 건보로부터 환자가 돌려받는 환급금이 의료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을 비판했다.

실제 본인부담상한제 지급 대상자들은 건보에서 지급하는 환급금이 증가함에도 고액의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병원치료시 내야하는 의료비와 달리 건보 환급금은 환자 소득 정산 후 1년 뒤에나 지급된다.

그럼에도 실손보험사와 금융당국은 “본인부담금상한제로 건보공단에서 병원비를 환급받는다면, 이는 실제 발생한 의료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대로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개인이 본인부담금상한제로 환급 받는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발생한 의료비는 ‘의료비 전액에서 환급금을 공제한 금액’이 아니라, ‘환급금을 공제하지 않은 원래의 의료비 전액’이 된다는 입장 하에서 실손 보험사로서는 환급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비 전액을 기준으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의 김성주 대표는 “실손보험사들의 행태는 사적계약이 공적 사회보장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반사회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 대표는 “만약에 실손 보험사나 금융당국이 본인부담금상한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본인부담금상한제는 본래의 목적을 잃고 기형적, 파행적으로 운영될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따라서 보건복지부에 본인부담금상한제의 현재와 같은 운영을 중단하고 건강보험의 막대한 예산을 긴급하고 다른 중요한 건강보험 재정으로 전환하여 사용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본인부담금상한제의 막대한 건보재정이 환자 손을 거쳐 실손보험사 주머니를 채워주는 왜곡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그 막대한 건강보험재정을 희귀, 난치, 중증 질환자의 치료제와 다른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에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게 협의회의 입장이다.

아울러 협의회는 본인부담상한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수조원의 예산을 중증 난치성 환자들의 고액치료에 대한 의료비 부담 경감과 기타 의료복지를 위해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김성주 대표는 “목적이나 취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파행적으로 운영될 여지가 있다면 담당부처는 그 제도를 하루빨리 재정비하여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옳다”면서 “보건당국이 본인부담금상한제의 목적이나 취지를 명확히 발표한 이상 금융당국과 실손 보험사들도, 본인부담상한제가 공공재 한 축이라는 인식을 갖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라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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