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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코로나19 백신 늑장 대응, 이유 있었다행안부, 질병청 백신분야 1국 4과 조직구성안 ‘거부’…조직 인력·전문성 부족 속 독감·코로나 백신 동시 대응 시행 착오 겪어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가 제작한 카드뉴스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 선제적 대응체계를 가동합니다' 중 일부.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던 행정안전부는, 그러나 백신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원체계를 구성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내외부에서 지속적인 논란이 이어지게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작년 한 해 인플루엔자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응 미숙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수급 대응이 지연된 이유 중 하나가 질병관리청이 요청한 백신 조직 구성안을 행정안전부가 ‘묵살’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과 백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질병관리청 개편 당시 기존 질병관리본부에서 행정안전부에 국가예방접종과 백신 수급 등을 총괄하는 국가예방접종센터(가칭) 설치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9월 질병관리청 개편 당시 실무진에서 ‘백신 분야에 1국 4과 조직구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조직 구성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방안을 거부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 백신 업무 관계자는 “백신수급과 하나만을 추가해줬을 뿐, 더 이상의 조직 확대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입장에서는 조직을 무한정 확대할 수 없다는 판단 속에 최소한의 조직 확대만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존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병관리센터 산하에 있던 예방접종관리과는 지난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의 수행과 국가예방접종 전(全) 백신 수급을 담당했다. 여기에 더해 예방접종관리과는 지난해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수급까지 참여하는 ‘터무니없는 업무량’을 처리해야 했다.

 당시 예방접종관리과는 이미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과 관련, 두 차례에 걸친 접종 연령 확대에 대응하느라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사업을 진행했다. 심지어 지난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처음으로 전부 4가 백신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여기에 더해 예방접종관리과는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의 협의에 참여하는 등 국 단위의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와 백신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은 쏟아져들어오는 업무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조직 확대가 필수였지만, 행정안전부가 거부하면서 결국 의료안전예방국 산하 예방접종관리과와 백신수급과만을 두는 방안으로 최종 확정됐다.

행안부의 결정, 지금까지 이어지는 ‘나비 효과’ 

 행정안전부의 ‘질병관리청 백신 파트 확대 방안 거부’는 나비 효과를 일으켰다. 이후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백신 상온 노출 이슈와 수급 불안정, 백신 접종 후 사망 인과 관계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 바로 잡기 대응 등 굵직굵직한 이슈 대응을 전문 인력이 부재하고 대응 인력 자체도 얼마 없는 예방접종관리과와 백신수급과에서 담당해야 했다. 

 해당 부서의 책임자 또한 업무에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예방접종관리과와 백신수급과로는 코로나19 백신의 예방접종 전략 수립부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 운영 대응까지 하긴 벅찼다.

 두 과를 관할하는 의료안전예방국장 또한 복지 분야를 주로 담당했던 국장이었으며, 부서의 허리를 담당해야할 연구관들은 대부분 지방센터 과장 등의 직위를 받고 흩어졌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연구관급 인력이 부족해 타 부처의 경력직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당연히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예방접종계획 수립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 이미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플레이북(예방접종계획 수립을 위한 지침서)을 완성, 각 주별로 대응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끔 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올해 1월 들어서야 정책연구과제 발주를 통해 이러한 작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백신과 예방접종 전문가들은 ‘정부가 처음부터 백신 분야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면 현재 이러한 상황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백신 분야에 능통한 한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정부가 실무자에게 충분한 자원과 힘을 실어주면서 책임을 정부가 진다고 생각해야 업무가 빠르게 돌아간다”면서 “지난해에는 정부가 책임지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실무자들 또한 결정을 미루는 최악의 분위기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성이 외부 요소에 따라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한 환경을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자체를 주지 않고 실무자가 책임을 지라고 하면 누가 책임지겠냐”고 지적했다.

안치영 기자  synsizer@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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