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 정부 마음건강 종합대책 맞춰 일차진료의사 처방 권한 강화 주장
비정신과 의사 SSRI 항우울제 제한으로 접근성 악화 지적..."규제 철폐로 우울증관리 향상시켜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일차의료 현장에서 비정신과 의사의 항우울제 SSRI 처방시 60일 처방 제한 규제를 철폐해야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 최환석)은 18일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온 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비정신과 의원에서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우울증 등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정신건강의학과로 진료를 의뢰하면 평가료와 의뢰료 등 수가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정의학회는 "이 같은 정부 계획 및 취지에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정부의 이번 정책과 더불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우울증 관리를 위해서는 오히려 일차진료의사의 처방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 유래가 없는 항우울제 처방제한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으며, 그 결과로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율은 제일 낮고, 자살률은 1위에 달하고 있다.

가정의학회는 “일차의료의사가 우울증 환자를 찾아내 경증에서 중등도 우울증은 적절한 약물치료를, 중증의 우울증은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연결하는 것이 효율적인 우울증 관리 방안”이라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고위험군 의뢰를 촉진하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경증 환자에 대한 일차 진료 의사의 지속적 치료 역시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의학회는 1990년대 초 자살률이 증가하던 유럽 및 미국 등에서는 안전한 SSRI 항우울제의 시판으로 부작용이 많은 삼환계 항우울제를 대체함으로써, 일차의료에서 우울증 치료율을 증가시킬 수 있었고, SSRI 항우울제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자살율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2002년 3월 갑자기 정신과를 제외한 일차의료 의사들에게 SSRI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면서 우울증 환자들의 병의원 접근성이 1/20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SSRI 항우울제는 우수한 효과와 적은 부작용으로 전세계적으로 1차 선택약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최소 6~12개월 이상의 치료를 권고하고 있는 약물이지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비정신과의사의 처방이 제한되어 우울증환자의 병의원 접근성이 오히려 감소하면서 우울증 치료율과 자살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3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처방할 때 정신과 의사가 아니면 60일 이상 처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제한하는 고시를 시행했고,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화 없이 유지 중이다.

학회는 “현재 전 세계 모든 의사가 안전하게 우울증의 1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약물을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며, 2003년 이후 모든 OECD 국가의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의 자살률만 증가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면서 “우울증 약물치료는 충분한 투약기간 확보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근거는 충분히 많고, 60일이라는 짧은 기간 항우울제를 사용하고 효과를 판단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회는 “한국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일차 의료기관에서 모든 의사들이 우울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비정신과 의사의 SSRI 60일 제한을 철폐하여 일차의료의사들이 우울증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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