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서 한의사·간호사·피부미용사 무면허 의료행위 합법화 시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올해도 여전히 의사들의 면허권을 위협하는 각종 법안과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해왔던 한의사에 의과의료기기 허용,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 미용사에 의료기기 허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올해도 정부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나가려는 한의사, 간호사, 미용사 등 각 직역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의계 의과의료기기 사용 침범=우선 정부의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에 행위로 등재되지도 않은 한방물리요법이 포함돼 새해부터 의료계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급여 항목 중 ‘경피전기자극요법(TENS)’, ‘경근간섭저주파요법(ICT)’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추가됐는데 이는 행위로서 등재되지 않은데다 사실상 의학적 원리에서 만들어진 의료기기에 의해 접근 가능한 치료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즉 한방 원리로 만들어진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애초부터 한의사들은 이 장비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도 할 수 없다는 것.

실제 한의계에서 ‘한방물리치료’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한방재활의학 제3판’의 경우 지난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한방재활의학과학회가 다수의 의학 교과서를 베낀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손해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대한개원의협의회, 신경외과의사회, 정형외과의사회 등 각 의사단체에서 지속 반발하고 있으며, 해당 행위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등 근거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사실상 한의사들에게 면허 외 행위를 비급여 항목에 포함시키면서 무면허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만약 새로운 치료법으로 등재하고 싶다면 신의료기술을 신청해 엄중한 평가를 거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방치료에 대한 근거 확보는 비단 이번 치료법뿐만 아니라 앞서 문제가 된 첩약이나 경혈두드리기, 향기 치료 등 대부분”이라며 “한의계가 자신들 학문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선 이제라도 모든 행위에 대한 과학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간호사 진료까지 업무 확대?…의료체계 근간 흔드는 일=아울러 최근 복지부에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확장, 의사의 진료영역까지 선을 넘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의료계 내부적으로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사 진료영역까지 확대하는 것은 기존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이필수)에 따르면 의료법상 각 의료인의 직역이 따른 업무범위가 정해져 있고, 각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한 대학교도 제각각 다르다. 즉 의료인 각 직역에 따라 업무범위가 정해져 있고, 만약 범위를 이탈해 의료행위를 한 경우 불법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마취의 경우 기관삽관이나 중심정맥관 시술 등 의사에 의한 응급처치가 필요할 수 있는 고난의도의 처치이기 때문에 간호사가 시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게 전남도의사회의 주장이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정부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합법화시켜 국민 건강을 저해시키려는 여지를 남기고, 오히려 직역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국민의 건강수호에 땀 흘리는 의사, 간호사들의 업무량 및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라고 조언했다.

◆피부미용실도 의료장비 합법화 웬 말?=국회에서도 현행법상 불법적으로 피부미용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에스테틱 관련 의료장비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에 계속되고 있다.

이는 비의료인의 문신 합법화와 동시에 의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정책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국회뿐만 아니라 복지부에서도 지난해 연구용역까지 맡기는 등 적극 추진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해 12월 말 미용기기 정의 신설 및 미용기기 분류를 통해 미용업자에게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피부미용실에서는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사용하지 아니하는 피부상태 분석과 관련, 제모 눈썹손질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의료행위를 하거나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의협은 “국민건강권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비전문가인 미용업자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 및 방조하는 것”이라며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일 뿐 아니라 국민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므로 동 법안은 즉각 철회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전문단체인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에서도 “이번 법안은 명백한 의료기기를 미용기기라는 틀로 바꾸는 것은 국가가 무허가 의료행위를 국가가 조장하는 셈”이라며 “국민이 아닌 미용업자의 편익만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책무인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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